한때 전립선비대증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소팔메토’.
전립선비대증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팔메토’가 의학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의 유명한 임상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ㆍNEJM)과 미국의학협회지(JAMA) 논문에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톱야자(Saw palmetto) 열매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인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 개선 건강기능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팔메토는 전립선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스티븐 벤트 박사팀이 49세 이상의 전립선비대증 환자 225명을 대상으로 소팔메토를 복용시킨 결과,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보고했다.
미국 베리 박사팀도 하부요로증후군에 소팔메토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전립선비대증 개선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짐 테그림트 박사팀은 5,3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팔메토를 투여한 그룹의 요로개선도가 플라시보(위약) 그룹에 비해 비교우위가 입증되지 않았고 야간배뇨에만 효과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소팔메토가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여러 논문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국내에는 이런 결과가 잘 알려지지 않아 전립선비대증 환자만 애꿎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이 건강기능식품의 효능만 믿고 장기간 복용하다 합병증 등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해 미국 성인의 1.1%에 해당하는 250만 명 이상이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위해 소팔메토를 먹을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등을 비롯해 30여 업체가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전립선은 남성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한 요도(尿道)를 반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관이다.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 일부가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오줌을 원활하게 누는 것을 방해한다. 전립선비대증은 호두나 살구 크기 정도의 전립선이 나이가 들면서 레몬 정도로 커지는 병이다. 이 병은 우리나라 남성의 15∼2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50대의 절반 이상, 70대는 70%가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받은 환자는 2010년 77만1,862명에서 2014년 101만8,226명(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전립선이 커지면 방광 출구를 막아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평균 2시간마다 소변을 누는 빈뇨(頻尿), 소변 줄기가 약하고 가늘어지는 약뇨(弱尿),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急迫尿), 배뇨 후 오줌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잔뇨감(殘尿感), 소변으로 잠을 깨는 야간뇨(夜間尿) 등이다. 방치하면 요도가 더 좁아져 오줌 누기 힘들어지고 콩팥이 망가지거나 성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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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