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본주의 판치는 교회… 목사의 잘못이 커”

2016-07-14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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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습관적인 신앙은

▶ 유교적 기독교의 폐해

■ 한국 교계의 거목 박조준 목사
“자본주의 판치는 교회… 목사의 잘못이 커”

남가주를 방문한 박조준 목사는 하나님의 도움을 확신하면 행복 해진다고 강조했다.



세월은 흐르기도 하지만 쌓이기도 한다.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공과는 공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는 천차만별로 갈라진다. 공적과 결실뿐 아니라 과오와 아쉬움에서도 교훈을 얻는 인생은 날로 완숙해지고 지혜가 켜켜이 쌓이기 마련이다. 원로의 영향력은 이렇게 탄생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이 아니라 능력에 있습니다. 능력은 움직임입니다. 성경에도 쓰여 있습니다. 이때 능력의 어원은 다이너마이트에요. 폭탄처럼 깨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이게 부족합니다. 얼마든지 말로도 성도의 감정을 터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말의 종교가 아니라, 능력의 종교입니다.”


한국 교계의 거목 박조준 목사도 이제 여든 두 살이다. 다음달 목사 안수식을 인도하기 위해 남가주를 방문했다. 서울 영락교회 담임목사를 지내고 갈보리교회를 세웠으며 독립교회연합회를 창설한 일 등이 흔히 꼽히는 박 목사의 대표적 이력의한 부분이다. 말씀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5년 동안 이민목회를 펼친 적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박조준 목사의 영향력은 겸손하고 맑은 영성에서 흘러나온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의 눈빛은 순전해지고 가슴은 따뜻해졌다. 과거 담임목사 시절 부목사로 함께 일하던 목회자 열 두 가정과 지금도 함께 식사하며 교제한다. 세월은 허망한 권위의 때를 쌓지 않고 새털 같은 영적 가벼움을 가져왔다.

몇 해 전 한국 주요언론과 인터뷰에서 ‘목사는 왕이 아니라 심부름꾼’이라고 일갈한 일은 지금도 회자된다. 요즘 박 목사는 세계지도력개발원을 세워 후배 목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올바른 목사야말로 기독교가 살 수 있는 대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회에 부끄러운 일이 적지 않죠. 뭐라고 해도 우선 목사 책임입니다. 축복의 의미를 잘못 가르쳤어요. 설교도 교인들 듣기 좋게 비위를 맞췄어요. 교회에서도 부자가 대접받는 세상입니다. 신앙이 뒷받침 못하고 자본주의 부작용만 판쳐요. 목사 자신이 잘못 빠져 있으니 도리가 없습니다.”

박 목사는 ‘유교적 기독교’가 한국 교회의 폐해를 가져온 근본적 원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순수한 기독교 정신이 퇴색했다는 것이다. 목사도 ‘샌님 선비’가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목사가 학위 자랑하고 배운 것 자랑하면 목회가 안 된다고 충고했다.

“나무가 좋으면 열매도 당연히 좋아야 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없는 겁니다. 구원을 받았으면 실천이 따라야죠. 한때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명성을 듣고 많이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돌아가서‘ 한국 교회를 본 받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실제 가서 보니 평가가 떨어진 겁니다.”

박 목사는 현대인들의 심령이 너무 메말랐다고 안타까워했다. 물질은 과거의왕보다 더 누리는데 감사는 없고 불평만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앙도 형식적이고 습관적이 돼 버렸어요. 생명의 변화가 삶 가운데 이뤄지고 그래야 믿는 희열과 기쁨이 생깁니다. 이러다가 하나님께서 축복의 촛대를 옮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박 목사는 건강의 비결로 ‘행복’을 들었다.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하면 몸도 강건해지더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 밑바닥 생활을 거친 덕분에 웬만한 고생은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우러나오더라고 말했다. 목사도 본인이 먼저 행복해야 하고, 그래야 교인이 행복하고, 결국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다고 박 목사는 강조했다.

“최선을 다해야죠. 그러나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야 해요. 잘 되면 감사하고, 안되면 하나님의 뜻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하나님은 어쨌든 나를 사랑하시고, 절대 도우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악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이번에는 어떤 축복을 주시려나?’ 하고 기대하는 거죠. 인생의 여정이 행복해질 겁니다.”

박 목사는 흙탕물에는 맑은 물이 들어가야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시간은 걸리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덧붙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산상수훈을 통해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선포했다. ‘가난’이야말로 ‘살찐 교회’가다시 비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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