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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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협심증인데도 증상 없을 수 있나?

2016-07-05 (화)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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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일이었다. 49세 된 남자가정기 검진을 하러 왔었다.

고혈압을 3~4년 간 약으로 치료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혈압이 130/80으로 정상이었다.

평상시에는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단지 신경을 많이 쓰면 왼쪽 가슴이 30초 정도 약간 무겁게 느껴지다가 풀린다고 했다. 얼마나 자주 그 증상이 있었냐고 했더니, 1달에 한두 번정도로 드물게 있다고 했다.


얼핏 듣기로는 가벼운 협심증 초기처럼 들렸다. 그래서 심전도 (EKG)를 찍었더니 정상으로 판독되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 시점에서 더 이상의 심장검사를 하지 않고 협심증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다음 더 길고 비싼 검사가 필요한지 경과를 관찰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이환자는 뭔가 협심증이 대단히 심각할 것이라는 직관(insight)이 왔다.

그래서 환자에게 “협심증 환자들도 가슴 통증이 없는 경우에 심전도에서 정상으로 판독되는 수가 허다하므로 정확한 진단은 운동부하 심전도(Treadmill EKG)와 심장초음파(echocardiography)를 해보아야 한다”라고설명했다. 환자도 충분히 이해를 해서 심장내과를 소개했다.

심장내과에서 검사한 결과, 운동부하 심전도에서 큰 이상이 없었다.

심장내과 전문의는 환자에게 심도자술 같은 더 이상의 검사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환자가 원하면 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

환자가 이번에는 “나에게 심도자술(cardiac catheterization)이 꼭 필요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나는 “나의 직관으로는 환자의 심장 혈관이 많이 막혔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심도자술에서 심장혈관이 좁아진 것이 발견되면 수술 없이 풍선(balloon)으로 뚫을수 있고 만약 이상이 없다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심근경색환자의 20~25%는 별로 증세가 없다가 첫 번째 attack으로 사망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심도자술을 권한다”라고 대답했다.

환자는 나를 믿고 심도자술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심장의 관상동맥 입구부분에서 99%가 막혀져 있는 것을발견했다.

다행히 balloon angioplasty(의학용풍선으로 심장혈관을 확장시켜 피가 잘 통하게 해 주는 시술법)로 막힌 부위를 뚫을 수 있어서 환자의 심장혈관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날 오후에 환자는 나에게 고맙다고 울먹이며 전화를 했다.

나도 이 환자는 뭔가 심각한 심장질환이 있을 것이라는 직관이 있었기에 이 환자를 살릴 수 있었지 만약 약물치료만 했더라면 언제든지 좁아진 부위 99%에서 나머지 1%가 막혀서 환자는 급사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서 보듯이 의학은 의사의 많은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된 직관력을 요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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