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뮤니티 섬기자” 여름학교로 바뀐 교회

2016-07-05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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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타운 세계선교교회, 2개월 운영

▶ 영어·수학·미술·음악 등 종일 지도

“커뮤니티 섬기자” 여름학교로 바뀐 교회

세계선교교회 여름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공예 수업을 받고 있다.

교회는 대부분 주중 내내 조용하고 한적하다. 크든 작든 많은 교회가 부동산 비용으로 허덕이지만 정작 성도로 북적이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나마 여름방학 시즌이면 성경학교가 열려 며칠 동안 열기가 돌뿐이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세계선교교회는 요즘 일주일 내내 시끌벅적하다. 교회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복도에 펼쳐진테이블 위에는 공예품들이 널려 있고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지나간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8주에 걸쳐진행되는 여름학교 때문이다. 공간이 남아돌기는커녕 학생들이 사용할 시설이 부족할 정도다.


담임목사의 방은 양호실로 쓰이고 마침 몸이 불편한 여자 아이가소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회의실은교무실로 전용돼 여름학교 교사들이 차지했다. 그야말로 교회가 풀가동되고 있다. 장로와 집사들도 수시로 방문하며 돌보고 있다.

학교는 ‘ 지역을 섬기는 여름학교’라는 명칭을 걸고 영어로는HOP(House Of Potential)라고 부르고 있다. 아이들의 잠재된 가능성을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최운형 담임목사는 결코 ‘여름성경학교’ (VBS)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2~3일 성경을 가르치는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달 동안 학과 공부를 비롯해 미술, 음악,스포츠, 취미 활동을 모두 제공하는‘여름학교’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교회의 여름학교 스케줄을 살펴보면 오전에는 영어와 수학 공부시간으로 가득 차 있고 오후에는 미술, 공예, 체육, 악기, 노래, 뮤지컬, 요리, 한글 시간 등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일주일에 두 번씩 예배를 드린다. 장기, 제기차기, 윷놀이등 전통 놀이도 배우고 놀이동산,농장 체험, 과학관, 수족관 등으로필드트립을 떠난다.

여름학교를 여는 시간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이다.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이어진다. 이것만해도 긴 시간이지만 사실상 오전 7시30분부터 아이들을 받아서 오후 7시까지 돌보고 있다.

“학부모의 사정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창 일해야 하는 오후 4시에픽업을 해야 한다면 안 하느니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거든요. 방학인데교회에 오는 고등학교 청소년들이있었어요. ‘갈 데가 없다’는 거였죠. 그래서 얘들을 교사로 훈련해서 교회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으로 4년째를 맞는 여름학교는 매년 정원을 초과한다. 올해도136명이 등록했다. 이 중에서 세계선교교회 교인의 자녀는 10명 정도뿐이다. 교회를 아예 안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 근처에 사는 히스패닉학생도 8명이나 된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교사 중에서도 다른 교회 교인이 여러 명이다. 교사들은 3개월전부터 훈련을 받고 현직 공립학교교사인 줄리 윤 디렉터가 전 과정을 지도한다.

“한인타운에 사는 아이들 중에는방학 때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보통 학원 등록비가1,000달러는 하고 서머캠프는 1,500달러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정 사정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클 수 있죠. 게다가 자녀가 두 세명이면 더 어렵습니다.”


‘지역을 섬기는 여름학교’는 한 달에 250달러를 등록금으로 받고 점심값으로 50달러를 추가한다. 어차피주중에 비어 있는 교회 시설과 헌신적인 봉사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교회 리더들은 기꺼이 예산을 투입하고 성도는 바자를 열어부족한 자금을 충당해 준다.

“여름학교는 매년 걷힌 총 등록금의 20%를 무조건 장학금으로 할당합니다. 학생 가정의 형편에 맞춰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하죠. 애당초 여름학교는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시작한 사역이니까요.”

세계선교교회는 출석 교인이 300명을 조금 넘는 중형교회다. 최 목사는 예배가 아무리 웅장하고 거룩해보여도 이웃을 섬기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받는 사람보다는 주는 사람이훨씬 복 되지 않느냐”며 웃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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