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집 구입 조건 ‘장기적 가치’ 우선

2016-06-30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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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구입 노하우, 바이어 “집 값 오를 것” 기대치 너무 높아

▶ 셀러 ‘손실 혐오’ 심리 주택 처분 어려워

부동산 에이전트는 고객의 주택매매를 중개해주는 직업이다. 고객의 주택 구입 전반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고객 만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럼 에이전트가 자신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칠까?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에이전트라면 다른 에이전트에게 중개를 맡기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자신의 주택 구입을 챙기게 된다. 자신의 주택 구입 성공을 위한 숨겨둔 노하우가 있을까? 리얼터 닷컴이 현역 부동산 에이전트로부터 본인 주택 구입 경험담을 들어봤다.

■ 인터넷으로 ‘1차 서류 전형’
가주에서 활동하는 호세 티잼 에이전트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인터넷의 각종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매물 검색 사이트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들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는 이른바 ‘1차 서류 전형’을 실시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매물만 추려내야 불필요하게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잼 에이전트가 가장 먼저 찾는 사이트는 구글. 구글 중에서도 지도 기능을 통해 우선 해당 매물을 위치와 땅 모양 등을 확인한다. 주변에 쓰레기 매립지나 유흥업소, 교도소 등 주택 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들도 구글 지도를 통해 가려낸다. 그런 다음 구글 거리뷰를 통해 매물과 인근 사진을 확대해서 구경한다.


거리 뷰를 통해 매물이 위치한 도로 상태나 낙서 상태 이웃집 관리 상태 등도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하다. 구글 어스로 기능을 전환해 지역 교통 정보까지 확인하면 1차 서류 전형 통과 매물의 윤곽이 드러난다. 한 가지 더. 지역 범죄 정보 사이트를 통해 해당 지역을 범죄율 등 안전도만 확인하면 굳이 방문할 필요 없이 원하는 매물만 콕 짚어낼 수 있다.

■ ‘작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일반인 주택 구입자와 에이전트 구입자 간 가장 큰 차이점은 ‘진짜 가치’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이다. 켄터키주 부동산 에이전트인 모건 프랭클린에 따르면 일반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절차는 ‘선조건, 후가치’ 지만 에이전트의 주택 구입 과정에서는 가치가 우선순위다.

눈에 보기에 좋은 조건만 찾는 일반인들은 대개 미시적인 접근법을 취하기 쉽다.

주방 업그레이드 상태, 바닥재 종류, 페인트 색상, 욕실 리모델링 등 주택의 진짜 가치와 무관한 사항들에 쉽게 꽂히는 것이 일반인 주택 구입자들이다. 반면 에이전트들은 내부 조건이 다소 떨어져도 주택 건축 상태, 주변 환경, 주변 시세 등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해주는 조건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 스프레드시트로 가격 비교
프랭클린 에이전트는 자신의 주택 구입시 스프레드시트의 도표 기능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구입에 관심이 있는 후보 매물들의 가격이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프레드시트 작성에 앞서 프랭클린 에이전트는 우선 매물 조건부터 정리했다.

침실과 욕실 갯수, 건평 등 가장 기본적인 매물 조건을 정해두고 이 조건에 맞는 매물을 MLS에서 찾아낸 뒤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했다.

스프레드시트에 가장 먼저 입력된 사항은 매물 가격. 이어 해당 지역에서 최근 매매된 매물 가격 정보를 함께 입력, 후보 매물의 리스팅 가격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스프레드시트를 완성했다.


매물 조건은 어느 정도 비슷한 반면에 어떤 매물은 시세보다 비싸게 나온 반면 시세보다 싸게 나온 매물까지 쉽게 파악됐다. 이어 가격이 적절하다고 판단된 매물은 사진을 통한 점검에 나섰고 사진 테스트까지 통과한 매물은 직접 방문하는 식으로 매물 사냥에 나선 끝에 드림 홈을 구입했다고 한다.

■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남가주 라카냐다 지역의 질런 애버크롬비-프레임 에이전트는 에이전트로서의 동물적인 감각을 십분 발휘해 평소 구입하고 싶었던 집을 낚아챘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던 이웃의 집은 랜치스타일 하우스로 외양간 같은 건물도 있고 해서 애버크롬비-프레임 에이전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이었다. 그러나 실내를 구경할 기회가 한번도 없었는데 어느 날 이웃이 불러서 처음으로 집안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웃이 전한 말은 아니나 다를까 이사를 해야 할 사정이 생겨 그 집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 본 것이다. 급한 대로 가격 조건만 상의한 뒤 사무실로 달려간 애버크롬비-프레임 에이전트는 그날로 구매 계약서를 작성해 에스크로를 오픈하는데 성공했다.

애버크롬비-프레임 에이전트는 만약 조금이라도 결정이 늦어 이웃의 집이 매물로 나왔다면 나에게 돌아오는 행운은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 ‘원석’ 발굴 능력
패사디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리츠드 본 언스트 에이전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치를 발견해 이른바 ‘주택 로또 대박’을 터뜨렸다. 본 언스트 에이전트가 구입한 주택은 1927년 지어진 스패니시 스타일 ‘카시타’(Casitas)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집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 집을 소유한 소유주가 실시한 개량 공사로 인해 역사적인 가치가 불행히도 파묻히게 된 것.

이후 본 언스트 에이전트가 이 집을 구입할 때까지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은 고유의 매력을 보지 못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덕분에 매의 눈으로 본래 가치를 꿰뚫어 본 본 언스트 에이전트는 집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고, 구입 뒤 고유 매력 복원를 위한 개량 공사를 실시했다. 이후 이 집은 지역 히스토릭 디스트릭트에 선정되는 행운을 맞이하며 가치가 올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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