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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러도 달달한 디저트 찾는다면…혹시 설탕중독?

2016-06-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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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의 신경전달 물질을 파괴 설탕을 먹어야 기분 좋아져

▶ 날씬한 여성도 단맛 즐기면 체내 콜레스테롤·당이 축적 나이 들어 비만·당뇨 고생

배불러도 달달한 디저트 찾는다면…혹시 설탕중독?

식사 후 디저트를 찾는다면 설탕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설탕이 과도하게 함유된 가공식품을 섭취하면 비만은 물론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게티 이미지뱅크]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설탕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내분비내과ㆍ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식사 후 탄산음료, 과자, 케익 등을 즐겨 먹으면 지금은 멀쩡해보이지만 당뇨병은 물론 대사증후군에 노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설탕중독은 일반적으로 3단계 과정으로 진행된다. 설탕섭취가 늘고, 설탕을 제한하면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설탕에 대한 갈망을 참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 식사한 후 반드시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면마지막 3단계일지 모른다.

왜 디저트에 빠질까. 전문의들은 “몸이 설탕을 달라고 신호를 계속 보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탕에 중독된 이들은 설탕을 먹지 않으면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져 설탕을 찾게 된다. 설탕은 짧은 시간 내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 긍정적이고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면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는다.

설탕에 중독되면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도 망가진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도 초콜릿, 케이크가 생각난다면 우리 뇌 안의 도파민 보상체계가 흥분했기 때문이다. 초컬릿, 케익을 먹지 않고 참으면 우울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는다. 배 불러도 설탕이 가득한 케익을 찾게 되는 이유는 바로 도파민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설탕에 중독된 이들은 뇌가 설탕을 먹어야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점점 더 설탕을 찾는 시스템이 구축돼 설탕 없이 살 수없게 된다”고 경고한다.

-식사 거르고, 단맛 탐닉 20~30대 여성 문제
나름 한 몸매 하는 직장인 B(32)씨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살찔까 겁나기 때문이다. 아침은 입맛이 없어 거의 먹지 않는다. 점심은 파스타, 짜장면 등 빨리 먹을 수 있는 면 종류를 선호한다. 배고프다고 한 그릇을 다 비우지 않는다. 하지만 디저트는 꼭 챙겨먹는다. 케익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이스크림도 그녀의 단골 디저트 메뉴다. 저녁은 맥주와 안주로 해결할 때가 많다. 1주일 동안 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전문의들은 디저트를 즐겨먹는 20~30대 여성이 건강에 적신호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고, 빵, 탄산음료, 케익 등을 통해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전문의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지속적으로 이렇게 음식을 섭취하면 체내에 콜레스테롤과 당이 축적돼 영양불균형은 물론 비만,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20~30대 깡마른 체형 여성 대부분은 근육이 적다”면서 “이런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설탕에 맛을 들이면 폐경기 때 가뜩이나 모자란 근육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해 비만해진다”고 말했다.

최한석 동국대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0~30대 날씬한 몸을 유지해도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고 단 음식으로 열량을 섭취한 여성중 50대에 비만은 물론 고혈압, 당뇨병, 이상 지질혈증, 심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주 드문 사례지만 20대 여성이 청량음료를 과다 섭취한 후 급성 당뇨병이 발생해 응급실로 실려 왔다”고 말했다.

-부모 ‘설탕중독’ 식습관, 아이에게 ‘대물림’
10대 청소년도 문제다. 우리 주위에서 식사후 과자, 초컬릿, 빵, 탄산음료를 챙겨 먹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성인보다 설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설탕 맛을 들이면 체내 화학반응 구조가 성인보다 급격히 바뀌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설탕에 중독돼 체내 화학반응 구조가 급변하면 앨러지, 천식뿐 아니라 과잉행동, 공격성, 비애감, 낮은 자존감, 졸음 등 급격한 정서변화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이 설탕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가 먹는 음식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 아이들은 부모가 어릴 적에 줬던 음식을 좋은 음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설탕이 가득한 가공식품을 어렸을 적부터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30대 젊을 때 설탕에 중독 돼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 뿐 아니라 2세 건강도 장담할수 없다”면서 “건강하지 않은 부모는 좋지 않은 설탕 중독 식습관을 태내에서부터 아이에게 물려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어려서부터 단음식을 즐겨 비만이 된 아이 중에는 지방간에 노출된 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설탕 중독은 개인 건강 차원을 넘어 사회문제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음료수, 빵, 과자 등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기준 이상으로 당류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7~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우리국민의 당류 섭취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식품으로부터 당류 섭취 권고기준(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이하) 이상으로 당류를 먹는 국민은 34%나 됐다. 특히 6~11세(47.6%), 19세~29세(47.7%) 등 3~29세는 2명 중 1명꼴로 당률 기준치를 초과했다.

설탕중독을 벗어나려면 디저트 섭취를 삼가야 한다. 차 교수는 “특히 여성은 여럿이 디저트를 즐겨먹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인관계도 좋지만 최근 혈당이 높아졌거나, 체중이 늘었다면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차교수는 “디저트와의 전쟁에서 연전 연패하면 당뇨병, 비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과도한 설탕 섭취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설탕중독 자가진단법 (아래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설탕중독 가능성이 높음)
-하루라도 초컬릿, 과자, 빵, 1회용 커피 등 단 음식을 먹지 않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

-항상 다이어트를 하지만 살이 잘 안 빠지고, 빠져도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을 먹어야 풀린다.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 것을 먹고 있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다.

-버릇처럼 단 것을 찾거나, 배가 불러도 단 음식은 꼭 더 먹는다.

-빵이나 국수 종류, 떡, 과자 등을 배부를 때까지 먹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단 음식을 지나치게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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