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우 씻기고 먹이며… 희생·헌신 배워

2016-06-28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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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알 ‘사랑의 캠프’ 현장

▶ 청소년 봉사자 등 500여명

장애우 씻기고 먹이며… 희생·헌신 배워

밀알 사랑의 캠프에 참여한 LA 사랑의 교실 팀과 선한목자교회 팀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다. 진실한 희생과 헌신이 없는 신앙은 이기적 종교의식일 뿐이다. 더구나 세상의 아픔을 감싸지 않는 교회는 의미를 상실한다. 그리고 모든 순종에는 예상할 수 없는 상급이 따른다.

“치약 삼키면 안 돼. 맙소사. 치약을 먹어 버렸네.” “움직이지 말고 잠깐 기다려. 닦아줄게.”

화장실 안에서는 사춘기 하이스쿨 학생인 봉사자들이 또래의 발달장애 친구들을 씻기고 달래느라 분주하다. 집에서는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귀찮아하는 나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밤새 장애우를 달래느라 잠을 못자고, 대변과 소변까지 처리하는 성숙한 봉사자다.


밀알선교단이 발달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사랑의 캠프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UC 샌타바바라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남가주 각 지역 및 북가주와 캐나다 밴쿠버의 사랑의 교실까지 북미 서부 지역을 총망라하는 모임이다. 여기에 발달장애인 사역을 벌이는 남가주의 대표적인 교회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밀알 사랑의 캠프에는 장애인은 물론 봉사자와 스탭 등 모두 50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2박3일 동안 함께 먹고, 자고, 웃고, 울면서 사랑을 주고받았다. 특히 올해는 60여 명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합류해 별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첫날 밤 UC 샌타바바라 스토크플라자 야외극장에서 열린 성찬예배와 세족식은 감동의 하이라이트였다. 교사와 봉사자들이 장애인의 발을 씻기는 동안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은 소리 없이 허물어졌고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의 생명은 하나가 됐다.

미주밀알선교단 이사장이며 감사한인교회 담임인 김영길 목사는 이 자리에서 예배와 세족식을 인도하면서 요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을 전했다. 김 목사는 “발을 씻겨주는 과정은 성령님이 함께 하시는 사랑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수님의 제자들도 예수님이 베푸는 만찬의 뜻을 몰랐다”며 “성찬식을 통해 나를 위해 깨진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면서 그분의 죽음과 희생의 참의미를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사랑의 캠프는 발달장애인과 봉사자들이 한 방에서 자고, 어느 곳이든 언제나 함께 가야 하는 시간이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사춘기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자폐 및 지적장애 등을 가진 장애우와 24시간 내내 함께 생활한다.

식당에서는 먹여 주고, 밤에는 방에 머물도록 지켜주고, 화장실에서는 기저귀를 갈아주고 몸을 씻어주면서 용변을 도왔다. 중복장애로 다루기 힘든 장애학생에게는 건장한 봉사자가 네댓 명씩이나 온종일 붙어 다녀야 했다.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봉사자들은 녹초가 됐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고 내년에도 캠프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생애에서 몸으로 나눈 가장 큰 사랑이 선사하는 벅찬 기쁨 때문이다.

미주밀알선교단 총단장 이영선 목사는 “봉사자 학생들은 자기 돈을 내가며 참가해서 발달장애우를 돌보지만, 그 와중에 어쩌면 젊은 날의 가장 값진 경험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사랑의 캠프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장애우와 봉사자 모두를 아우르는 은혜의 통로가 되고 있다.

청소년 봉사자가 흘린 땀방울은 하나님의 시선 안에서 힌생을 관통하는 축복의 열매가 될 것이다. 장애가 본인의 선택이 아니듯, 멀쩡하게 사는 것도 내 힘 덕분이 아니다. 알 수 없는 섭리 속에서 모두가 빚진 자들일 뿐이다. 사랑의 캠프에서 청소년 봉사자들은 어른도 부끄러워 할 만큼 진정으로 사랑을 실행에 옮겼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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