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집으로 이사… 득과 실 반드시 존재

2016-06-23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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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매매 심리

▶ 바이어 “집 값 오를 것” 기대치 너무 높아, 셀러 ‘손실 혐오’ 심리 주택 처분 어려워

■ 투자 수단으로만 보는 심리
집은 치열한 세상에서 잠시 떠나서 있을 수 있는 안식처다. 단순히 집을 떠나 ‘가정’(Home)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도 집의 기능이다. 그러면서도 잘만 관리하면 미래에 목돈을 안겨주는 투자 수단이기도 하다. 투자 수단의 이상의 기능을 지닌 집을 사고팔면서 잘못된 감정을 앞세워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일이 흔하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완벽한 집에 대한 정의를 잘못 내려 더 소중한 집의 기능을 놓치기 쉽다. 주택의 크기와 스타일 등 이른바 ‘스펙’만 좇다가 출퇴근에만 하루에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지역에 집을 장만하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뺏겨 가정이라는 기능을 잃게 된다. 집을 팔 때도 마찬가지다. 집에 대한 애착이 너무 심해 너무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는 실수가 가장 일반적이다. 당장 팔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정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실수다.

■ ‘좋은 집’에대한 잘못된 정의
‘좋은 집’에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그래서 집을 살 때 이른바 좋은 집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는다. 넓은 마당, 새집, 침실 개수, 업데이트 정도 등이 좋은 집의 흔한 조건들이다. 그러나 행복하게 해줄 것으로 굳게 믿었던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행복감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이사 전까지 깨닫지 못한다.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데 따른 득과 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실은 출퇴근 거리 연장이다.

많은 바이어들이 평소 꿈꾸던 큰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외곽 지역에 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근 거리가 늘어나면 행복감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 중 2008년 실시된 연구에서 통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짧은 사람들에 비해 느끼는 주관적인 웰빙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 ‘사회적 관계’ 무시 심리
하버드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서도 주택 조건이 행복감을 좌우하지 않는 것으로 증명됐다. 신입생들에게 기숙사에 거주하기 전 기숙사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묻는 설문 조사가 실시됐다. 조사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위치, 방 크기, 편의 시설 등 건물 조건 좋아야 만족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신입생들이 기숙사에 입주한 뒤 다시 실시된 설문 조사에 학생들의 만족감을 좌우하는 것은 건물 조건이 아닌 사회적 관계로 나타났다. 룸메이트와의 관계, 기숙사내에서의 유대감이 방 크기나 편의 시설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한 학생들이 늘었다.

■ ‘작은 그림’ 집착 심리
집을 구입할 때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중 하나가 전체 비용을 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비용을 구분하는데 익숙하지만 전체 비용을 확인하는 작업은 소홀할 때가 많다.

‘주택 구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다운페이먼트 비용 마련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으면서 주택 구입 뒤 막상 필요한 가구나 가전제품 구입 비용은 뒷전으로 미루기 쉽다. 마음에 드는 집을 구입해 놓고 내부 장식에 필요한 비용이 없어 텅 빈 집에 살아야 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 ‘이뤄냈다’는 심리
임대냐 구입이냐를 놓고 결정할 때도 우리가 평소 몰랐던 심리가 작용한다.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 냈다라는 뿌듯함이 주택 구입과 함께 딸려온다.


또 세입자에서 홈 오너로 신분이 전환되는 순간 집주인에서 인생이 해방됐다는 감정도 느끼게 된다. 성취감과 해방감을 위해서 주택 구입을 위해 노력하지만 주택 장만과 함께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가 동반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주택 관리에 대한 책임감이 발생하면서부터 주말 휴식은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가장 큰 부담감은 모기지 페이먼트에 납부에 대한 부담감이다.

■ 집값 상승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집을 구입하는 바이어는 드물다. 주식의 경우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법이 있지만 주택 매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주택을 구입하면서 바이어들이 갖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다. 로버트 실러 예일 대학 경제학교수 팀이 주택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주택의 미래 가치에 대해 물어본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구입자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주택 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이 주택 구입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작용을 한다.

바이어들의 높은 기대감은 ‘화폐 착각’(Money Illusion)때문인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더라도 함께 오르는 물가를 감안하면 실제 상승률은 주택 구입시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한다.

■ ‘손실 혐오’ 심리
주식 투자에 ‘손절매’라는 투자 기법이 있다. 지금 팔면 분명 손해지만 손실폭이 더 커지기 전에 일단 팔아서 미래 수익 기회를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집을 팔 때 셀러들이 흔히 갖기 쉬운 심리가 적어도 내가 산 가격에는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주택 거래 가격이 결정되기 마련인데 주택 구입 가격을 판매가격으로 고정하는 것은 집을 제때 팔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불러오게 하는 심리다. 이른바 ‘손실 혐오’(Loss Aversion)라는 심리 작용이 발동하기 때문에 주택 처분이 질질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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