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클럽·뮤지컬… 소형교회 여름성경학교 맞아?

2016-06-16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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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바린다 장로교회 알찬 프로그램 인기

▶ 전교인 참여 6, 7월 운영 “교재·경험 제공”

독서클럽·뮤지컬… 소형교회 여름성경학교 맞아?

여름성경학교 준비와 운영에 어린이와 사역자 외에도 모든 교인이 참여한다.

다윗은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의 롤모델이다. 소년 시절 다윗은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리고 일약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된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양치기 소년이 막강한 적군의 장군을 이긴 것이다.

여름성경학교(VBS) 시즌이 다가왔다.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집중적으로 신앙으로 양육하고 평생 복음의 길로만 갈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 시간이다. 교회들은 예산을 투입하고 몇 달 전부터 준비에 돌입한다. 더구나 자녀의 신앙 계승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여름성경학교는 중요한 영적전쟁의 현장이 되고 있다.

소형교회는 인력이나 예산 등 여러 분야에서 여름성경학교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형편을 파악한 일부 대형교회는 여름성경학교 참가비를 대폭 낮추는 등 인근 작은 교회의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추기도 한다. 또 몇몇 소형교회가 모여 연합으로 성경학교를 진행하는 노력도 시도된다. 과연 작은 교회는 알차고 풍성한 여름성경학교를 스스로 꾸밀 수 없는 것일까.


요바린다 장로교회는 작은 교회도 최고 ‘품질’의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깊숙이 한인 인구가 많지 않은 중산층 동네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 교회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담임 임현중 목사가 부임할 당시 두 세 가정이던 교인이 3년이 채 안 돼 50여 명으로 늘었다. 이런 부흥의 배경에는 진정한 예배와 함께 활동적인 교육 사역이 큰 역할을 감당했다.

요바린다 장로교회는 6월과 7월에 걸쳐 다양한 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오는 21일부터는 한 달 동안 주니어 영어독서클럽과 엄마와 함께 하는 유아 놀이캠프가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달 26일부터 30일까지 뮤지컬 여름성경학교가 열린다. 이 모든 과정은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도록 짜여 있다.

3년째 열리는 독서클럽은 인기 폭발이다. 성도는 물론 다른 교회 교인이나 비신자 가정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 중에 한 달간 열리는 독서클럽을 연중 내내 진행하라는 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이철훈 교육전도사는 “무엇보다 문자(Text)에 친근한 환경을 자녀에게 제공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TV와 컴퓨터,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된 어린이의 손에 책을 쥐어 주고 그림이 아닌 글자를 읽으며 내용을 파악하도록 차근차근 돕고 있다.

이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구호는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생각하는 크리스천’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되고 궁극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지루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며 따라 오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한 건 물론이다.

독서클럽을 마친 뒤에는 뮤지컬 성경학교가 이어진다. 매일 주제를 달리 하면서 핵심 포인트와 성경 구절에 따라 성경 인물을 정하고 배우들이 나와 뮤지컬을 통해 내용을 정리해 준다. 4일 동안 네 편의 뮤지컬을 올린 후 5일째 되는 토요일에는 전체를 묶어 전 교인 앞에서 공연한다.

임 목사는 “여름성경학교라고 해서 단순히 자녀만 돌보는 게 아니라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의상, 조명, 무대, 사진 등에 어른이 동참하고 중고등부 선배가 연기에 합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이라는 도구를 통해 매년 여름성경학교의 효과를 150%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요바린다 장로교회가 작은 교회이면서 ‘큰 일’을 해내는 배경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만 집중하려는 온 교인의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 교회 에너지가 겉치레와 엉뚱한 이벤트로 낭비되는 상황을 최대한 경계한다. 덕분에 교육 전문가를 풀타임으로 청빙하고 그 혜택을 온 교회가 누리는 셈이다.

이 전도사는 교육공학 박사이며 유명 영어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나이도 담임목사보다 많다. 모든 기획과 교재 제작, 학교 운영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 교회는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투자’를 감당하고, 담임목사와 교육전도사는 그리스도의 제자를 키운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팀을 이룬 것이다.

임 목사는 “교회는 기업과 달라서 잘하는 소수보다 모두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며, 말씀과 예배는 프로가 필요하지만 문화사역에는 아마추어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무엇을 할지 모를 뿐이지, 두 세 가정만 있어도 교회학교를 나름 훌륭하게 꾸려 갈 수 있다”며 “일반 성도의 취미와 장기 정도를 갖고도 얼마든지 다양한 성경학교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도사는 “주류교회에서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배낀 단순 설교나 단편적 에피소드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여름성경학교를 기획했다”면서 “연락만 주면 교재부터 경험까지 다른 작은 교회와 모든 노하우를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문의 leecheol@hotmail.com
(714)323-8913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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