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왕서방’ 미국 부동산 사랑 여전히 뜨거워

2016-06-16 (목) 준 최 객원기자
크게 작게

▶ 세계 경제와 부동산 시장… 중국인, 지난해 286억달러어치 미주택 구입

▶ 자국 경제 위기 땐 해외 부동산 투자로 몰려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는 물론 국외 정세에 의해 수시로 영향을 받고 있다. 주식 시장이 그렇듯 지구 건너편에서 어제 일어난 사건이 하룻밤 지난 오늘 미국 부동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주식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 정세에서 관심을 뗄 수 없는 것처럼 미국 부동산 시장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시시각각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US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알아봤다.

■ 외국인 구입 여전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거래된 상업용 부동산 중 약 15.4%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존스 랭 라셀 조사).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존 주택 거래의 약 4%가 외국인에 의해 이뤄졌고 금액면으로는 약 8%(약 1,040억달러)를 넘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 자료).


지난해 가장 많은 주택(금액 기준)을 사들인 외국인은 역시 ‘왕서방’이었다. 중국인은 자국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약 286억달러어치를 미국내 주택 구입에 쏟아부었다. 이어 캐나다(112억달러), 인도(79억달러), 멕시코(49억달러), 영국(38억달러) 순이었다.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열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고 있어 외국인 자본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세율 및 법규제가 유리한 역외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에 다시 외국인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 타국 경제위기는 곧 미국 부동산 호재
타국의 경제위기는 곧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재다. 자국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각국 부유층은 보유 자산을 해외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항상 보여 왔다.

해외로 자산을 이동할 때 항상 안전한 투자처를 물색하는데 그중 미국 부동산 시장이 단연 으뜸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처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투자처에 부동산 자산을 장기 보유할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을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대비 각국의 환율 등락에 따라 미국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해외 자본규모가 출렁거린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협회원의 75%가 미국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구입 결정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 외국인들의 구입이 감소하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잘 나가던 중국 경제가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면서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통화 송금 제한 정책까지 시행되자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이 감소 추세로 전환된 것이 좋은 예다.

■ 정치 불안은 악재, 호재 동시 작용
2014년 미국이 러시아를 대상을 경제 제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의 조치였다. 당시 경제 제재가 미국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몰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제재로 인한 국제 정치 여건 변화로 국제 유가 하락과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결국 러시아 경제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러시아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여건도 악화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


국제 정치도 경제만큼이나 미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국가 간 분쟁은 물론 국내 정치 불안도 미국 부동산 시장 변동 요인으로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정치가 불안해질 경우 부유층들은 투자 목적이 아닌 자금 회피 목적으로 미국 부동산에 눈을 돌린다.

자국 내에서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부유층들은 수익보다는 단순히 자금 보호 차원으로 미국 부동산 구입에 나선다는 것이다. 최근 이른바 해외 불법 자금과 검은돈이 미국 주택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뉴욕 등 대도시에서는 고액 부동산 거래시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 해외 사회 정세까지 눈여겨봐야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각국의 사회 정세도 미국 부동산 시장 영향 요인에 속한다.

최근 유럽에서 테러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유럽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발길이 잦아졌다.

특히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부동산 구입에 관심을 갖는 유럽인들이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테러 사태 이후 마이애미에 정착하는 독일인, 오스트리아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이 과거 10년래 가장 많아졌다고 한다.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 목적이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는 점도 미국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초부유층들이 여유 자산을 스위스 은행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처럼 미국 부동산 시장이 자산 안전 창고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이 같은 해외 투자 자본이 대거 유입될 경우 미국 부동산 가치가 부동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고평가되기 싶다.

전문가들은 잠시 주춤해진 중국인들의 구입이 장기적으로 다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송금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규모가 타국가를 모두 꺾고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