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천 90% “도덕의 붕괴현상 심각하다”

2016-06-01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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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세대 떠나 미국인 대다수가 우려

▶ “성경의 도덕적 권위 지지한다” 기독교인 83%·비신자 28%

크리스천 90% “도덕의 붕괴현상 심각하다”

기독교 윤리운동을 벌이는 손봉호 교수가 기독문인 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종교를 떠나서도 누구나 도덕이 무너진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믿고 의지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미국은 기독교 문화와 윤리를 바탕으로 세워지고 커진 나라다. 4차 산업혁명과 성적 혼돈의 광풍 가운데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대다수가 도덕의 붕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의 유무와 종교의 차이를 떠나 거의 공통적으로 윤리적 공황 상태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무려 80%가 도덕적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동의했으며 나이를 떠나 다양한 세대가 의견을 함께 했다.

바나리서치가 지난 25일 밝힌 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년층은 89%가 도덕적 붕괴를 우려했으며 50대와 60대 연령층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87%, 30대와 40대 X세대는 75%, 10대 후반 및 20대 밀레니얼 세대는 74%가 각각 미국 사회의 도덕성이 최근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크리스천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한층 크게 나타났다. 크리스천은 90%가 윤리적 퇴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타종교인은 72%, 비신앙인은 67%가 여기에 동의했다.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달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도덕적 이슈에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도덕성을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서는 세대 간의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또 옳고 그름의 판단 근거로 개인의 인간적 경험을 드는 사람이 상당수여서 교회와 갈등의 소지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미국인의 57%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옳고 그름을 알게 된다’고 답변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무려 74%가 ‘나의 인생에 좋고, 나를 위해 최선인 것이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진리’라고 대답했다. 개인적 유익과 경험을 도덕의 판단 기초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이와 같은 도적적 기준에 대해 반대 의견이 컸다. 개인적 경험과 유익을 도덕적 기준으로 삼는 의견에 대해 크리스천은 59%가 반대했으며 동조하는 사람은 41%로 집계됐다. 의외로 많은 기독교인이 여기에 동조한다는 점은 교회가 자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러나 성경의 도덕적 권위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자의 59%는 ‘성경이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예외없이, 동일하게, 절대적인 도덕적 진리를 제시한다’는데 동의했다.

기독교인들의 경우 이와 같은 성경의 도덕적 권위에 대해 83%가 지지했으며 특히 56%는 ‘강한 지지’를 표현했다. 특이한 점은 신앙이 전혀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28%가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덕을 문화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국인도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5%가 ‘도덕적 수용 여부는 그 나라 문화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미국인의 44%는 도덕이 상황과 환경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에 반해 35%는 도덕이 절대적인 불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부분에서도 기독교인과 비신자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을 보였다. 크리스천은 59%가 도덕이 ‘절대적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신자는 15%에 불과했다. 도덕의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사람은 기독교인은 28%에 그쳤지만 비신자는 61%나 됐다. 하지만 기독교인 중에서도 상당수가 ‘상대적 도덕성’에 찬성해 우려를 자아냈다.

바나리서치는 이와 같은 조사 결과가 “미국인은 도덕적 상황과 도덕 자체의 기준 모두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분석했다. 데이빗 킨너맨 대표는 “현대 사회에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고 교회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라면서 “기독교인들을 덮고 있는 뉴에이지 사조의 껍질을 벗겨내야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대로 사는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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