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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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의료체계” 한 의사의 탄식

2016-05-24 (화) 김용제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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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신문에 자신이 종사하는 의료업에 관한 한탄과 비판을 용감하게 낸 글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동부지역의 한 내과의사가 직장을 옮겨 잠시 의료보험이 끊겨진 동안 신장결석으로 통증을 앓는 친구를 도우려 자기가 쓰는 병원 응급실에 데리고 갔다. 응급실 의사가 약 2분간 증세만 듣고 나간 후 CT촬영과 피검사를 하고 진통제 주사를 맞았는데 나온 병원비가 무려 1만달러인 것에 놀란 친구에게 무안하고 할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볼 때 청구액이 너무하다고 여긴 환자는 병원에 항의한 결과 금액이 반으로 삭감되기는 했다.


얼마 후 이 전문의는 한 환자의 위장 내 폴립을 내시경으로 제거했는데 보통 의사오피스에서 하는 내시경을 폴립절제로 발생할 수 있는 출혈에 대비해 그 병원 수술실에서 전신마취 없이 신경안정제만으로 15분 안에 무사히 마쳤는데 환자에게 1만8,000달러의 병원비가 나온 것이다.

이에 비해 이 의사가 받는 수술비는 약 175달러로 플러머가 막힌 하수도를 뚫어주고 받는 금액과 비슷하다.

그런가 하면 이 병원이 운영하는 외과그룹에 위산역류에 대한 수술을 하는 의사를 영입하고 대대적인 환자유치에 나섰다. 병원은 소화기내과 전문인 이 의사를 이 지역에 많지도 않은 위산역류환자를 겨냥해 큰돈이 벌리는 수술이란 이유로 영입한 것이다. 사실상 위산역류 대부분은 식생활 개선과 내과적 치료로 치유가 가능한데도 말이다.

이런 사례는 예외가 아니고 타임지에서는 이를 깊이 파헤치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 이는 통상적인 것으로 의료계 종사자와 관련된 환자는 알지만 일반 대중은 대부분 모르는 일이다.

세계 제일 부자나라인 미국이 국방비 다음으로 큰돈을 국민건강에 쓰면서도 다른 선진 또는 개발국가보다도 국민의 의료혜택이 뒤떨어지는 이유는 엄청난 의료비용 때문이다. 이것은 환자를 직접 다루는 의사, 간호사, 약사 등에 드는 비용보다 병원과 제약, 보험, 각종 의료장비 등 관련업체가 챙기는 비용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최근 한 제약회사가 한 알에 몇 달러하던 오래된 항생제를 하루 아침에 수백달러로 올려 의회서 청문회까지 받고 기소된 일도 있다.

안과전문의의 백내장 수술비가 30년 전에 비해 3분의1로 줄어든 것처럼 의사의 소득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병원과 의료관련 업체의 CEO들의 연봉은 6자리를 넘어 7자리 숫자라를 넘나든다. 이런 현실에서 의료보험 없이 큰 병에 걸리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파탄에 처하게 되기 십상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전망이 없어 보이는 지금 개개인이 자기 형편에 따른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는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용제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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