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세포 손상으로 손떨림 심해, 운동이 최고 약… 약물치료 도움
▶ 환시·망상은 대부분 약물 부작용 탓
파킨슨병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풀러튼 한인 파킨슨모임(Korean American Parkinson Support Network, KAPSN)은지난 13일 김명원(72) 정신과 전문의를 초청, ‘파킨슨병과 정신건강’에 관한 강연을 열었다. 김 전문의는뉴욕 버팔로에서 오랫동안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2001년 캘리포니아로 이주, 현재는 오렌지카운티 CSU(Crisis Stabilization Unit)에서 파트타임으로 환자들을 보고 있다. 파킨슨병이 아니더라도 우울증, 불면증 등 문제는많은 한인들의 정신건강 문제로 자주 회자된다. 강연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한인 파킨슨모임은 풀러튼 시니어 센터에서 매달 두번째 금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성격
김 전문의는 “정신과에서 치료하면서 환자가 어떤 성격이었는지를 살피게 된다. 대개 파킨슨병 환자는 내성적이며, 규칙적이고, 준법정신이 투철하며, 노력형, 심사숙고형에 속하며, 술 담배 커피도 잘 안 한다. 햄릿 같은 성격으로 모범생 같은 성격들이 환자에게 많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중추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으로 특히 손 떨림이 특징적인 질환이다. 뇌 흑색질 부위의 신경세포 손상으로 도파민이 점점 줄어 손발 떨림, 경직(경직된 굽은 자세), 행동이 느려지며, 균형상실 등 운동(Motor)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도파민 저하 때문에 생긴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 전문의는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신나는 일, 환락 추구 등과 관련 있는 전달물질이다. 대개 파킨슨병 환자는 성격적으로 그런 부분이 낮았던 사람들이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불안증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신건강 문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에게 불안증은 35~40%, 우울증은 40~50% 정도 나타난다. 환각, 망상, 혼미나 섬망 등 정신질환 문제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대개 약물 부작용으로 생긴다.
김 전문의는 “연구 자료상 40~50%이지만, 보고된 자료들에서 결과가 나온 것이라 실제는 훨씬 높다고 본다. 불안증, 우울증이 대개 90% 이상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일반 불안증(Generalized Anxiety)
불안, 초조, 긴장, 안절부절하며, 신경질이나 기분 나쁜 흥분이 나타나고, 불면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가슴이 벌렁하며, 숨차고, 소화기 장애 및 직장 근무 학습에 지장을 주는 등 증상이 있다.
불안증 치료는 먼저 운동이다. 김 전문의는 “운동은 무슨 병에든지 가장 좋은 처방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완 테크닉(relaxation technique)을 연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아티반, 자낙스 등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약이 처방되기도 한다. 벤조 계열 약은 부작용으로 자주 넘어지거나 혼미상태, 중독성, 남용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 전문의는 “벤조 계열 약에 대한 부작용은 좀 과장된 오해가 많다. 약 효과는 월등하다. 운동이나 다른 요법이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약을 적절히 쓰는 것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약과의 상호관계를 생각해 용량을 조절해 복용한다면 부작용 걱정은 없다”고 조언했다.
또한 “대개 ‘정신과에서는 약을 쓴다’에 대한 오해가 깊다. 동부에서 치료했던 한 환자는 3년간 다른 곳에서 인지행동 치료를 하면서 원인은 찾았지만 자기 집에서 10마일 이상은 못 벗어나는 공황장애 증상은 계속 남아있던 경우가 있었다. 벤조 계열 약을 처방하자, 일주일 만에 환자의 증상이 사라졌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게는 희한한 마음의 병들이 많다. 신뢰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필요하면 약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벤조계열이 아닌 불안증 치료제로는 부스파(Buspar)가 있지만 효과가 좋지 않다. 또 항우울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우울증
우울증은 가볍게 볼 질환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주는 정신 질환이다.
-감정: 서럽다. 잘 운다. 감정적이다. 슬픈 영화를 봐도, 또 평소에 잘 울지 않던 사람이 훌쩍 훌쩍 울기도 한다.
-사고: 세상이나 나를 보는 눈, 주위를 바라보는 것이 바뀐다. ‘부정부패로 썩어가는 사회’라던가, ‘난 죄인이다’ 등 비관적이고 부정적, 죄의식 등이 나타난다.
-집중력 저하: 기억력도 없어져 치매로 오해받기도 한다. ‘가성치매’로 우울증이 치매로 오인되는데, 치매약을 써도 소용없지만, 우울증약을 사용하면 드러매틱하게 증상이 호전된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의 차이>
-치매와 달리 기억력·인지력·언어구사 양호
언어적 면에서는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기억력, 인지력 사고 기능이 점차 떨어져 언어구사력도 떨어진다. 단어를 점차 완전히 잊는다. 파킨슨병 환자는 양호한 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모두 최근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 또 시각, 공간 감각이 떨어진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힌트를 주면 느리지만 기억해 낸다.
파킨슨병 환자는 갑자기 화를 낸다거나 갑자기 울기도 하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하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그렇지 않다.
-행동: 매사 시큰둥하고, 의욕이 없다. 다 귀찮아하며 집에만 있는다.
-신체기능: 불면증, 식욕 및 성욕 저하, 심장 혈관 폐 문제 및 위장장애 등 증상을 겪는다.
-자살 충동: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는 충동적이 아니라 자살은 드물다.
#우울증의 치료
먼저 운동이 있다. 또한 인지행동 치료, 약물 치료가 있다.
김 전문의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뇌의 화학물질 문제라 정신과 의사를 꺼려하지 말고 적절하게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잘 맞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약물 치료를 하다 부작용이 있거나 하면 상담하라”고 덧붙였다.
항우울제로는 셀렉사, 파멜로, 노프라민, 심벌타 등이 있다.
또한 전기경련치료(electroconvulsive therapy, ECT) 치료법이 있다.
#환시 및 망상
환시(visual hallucination)는 카펫 문양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옆에 누가 지나가는 듯한 착각, 또는 누가 옆에 있다고 느끼는 등의 증상을 말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대개 약물 부작용 때문에 나타날 수 있으나 증상이 양호하며 실제 정신분열증 환자와는 달리 성찰력이 있다. 손 떨림에 쓰이는 항콜린약 때문에 환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 비타민 B12 부족, 방광염 때문에 환시가 일어나기도 한다.
망상은 피해망상, 의처증, 의부증, 악몽 등으로, 치매 증상이 있으면 치매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역시 파킨슨병 약물의 부작용일 수 있다.
치료는 파킨슨병 약을 줄이거나 바꾼다. 환시의 경우 파킨슨병 증상은 더 심해지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신과 약물 중 세로퀄, 클로자핀 등을 저 용량으로 처방하기도 한다. 정신과 약물이지만 신경안정제로 항진됐던 뇌 기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망상 치료의 경우 약을 끊으면 재발할 수도 있는데, 약을 줄이거나 끊는 방법은 꼭 의사와 상담한다.
#간병인(caregiver) 스트레스 대처법
간병인의 경우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다. 별거 아닌 일에 신경질을 내거나, 쉽게 피로하고 불면증이 생기거나, 집중력 저하, 잦은 사고, 과음, 흡연, 과식, 식욕 저하 등이 스트레스 적신호로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심장질환, 고혈압, 협심증, 두통, 요통, 근육통, 위장장애, 성기능 장애, 정신질환, 대인관계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에 현명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 사교활동, 서포트 그룹 등에 참여하며, 운동과 취미생활을 갖는다.
‘타임아웃’ 시간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이완 테크닉을 이용하거나, 단전호흡, 명상 등의 시간을 갖는다.
간병기나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일을 분담할 수 있는 간병인을 쓰거나 환자 역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조율한다.
또한 간병인 역시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서로의 스트레스를 생각해 환자와 간병인 모두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막연하게 질문하기보다는 특정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약물에 대한 중독 걱정은
항우울제, 불면증약 등 약을 사용할 때 대개 걱정하는 것이 ‘중독’이다. 김 전문의는 “중독은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자꾸 용량을 더 늘려서 복용하는 것이다. 또 자꾸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거나 약을 중단했을 때 금단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증상들이 없다면 중독이 아니다. 항우울제의 경우 중독 걱정을 많이들 하지만 혈압약처럼 생각하면 된다. 의사의 진단 아래 필요할 때만 복용하고, 정확히 용법과 용량, 횟수 등을 지키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 보다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완 테크닉(relaxation technique)
시간을 정해 조용한 곳에서 이완 테크닉을 연습해본다. 대개 많은 사람들이 긴장과 이완을 제대로 모른 채 늘 긴장상태에서 생활한다. 이완 테크닉을 연습하면 뇌와 몸이 긴장과 이완을 숙지할 수 있게 된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양 주먹을 꽉 쥐어본다. 긴장을 느끼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주먹을 풀면서 온 몸의 긴장을 풀어본다. 천천히 서너 차례 반복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발병 9년 이후는 치매 발병률이 26%, 13년 지나면 52%, 17년 지나면 78%로 오래 앓을수록 결국 치매 발병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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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