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들만의 거룩한 울타리 안에서 내겐 신경도 안써 포기했습니다”

2016-05-11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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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너 목사 ‘교회 밖 사람이 쓴 서신’소개

교회는 복음을 전하며 새로운 교인을 구하려 애쓰고, 세상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궁금해 하며 교회를 기웃거리지만, 양쪽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다. 그 와중에 기독교인은 감소하고 교회의 영향력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리소스는 북미 지역을 비롯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통계 및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단체로 손꼽힌다. 이 단체의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실제로 오랜 기간 목회 일선에서 활동했으며 여러 저서와 글을 통해 교회와 목회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역을 벌이고 있다.

레이너 목사는 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교회를 가고 싶지만 교회와 어울릴 수 없는, 교회 밖 사람의 시선으로 쓴 서신을 소개했다. 목회자와 교회가‘우리만의 세계’를 넘어 세상으로 먼저 다가갈 동기와 목적을 되새기게 만드는 글이다. 다음은 서신의 내용이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물론, 몇 번이나 교회를 방문하곤 했지만 이젠 포기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교회 사람들이 친근하지 않아서 입니다. 억지로 꾸민 모임을 빼고는 인사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들만의 거룩한 울타리 안에 모여 있을 때는 저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습니다. 어떤 교인은 제 옆에 앉더니 제가 자기 자리에 앉았다고 하더군요. 그 즉시로 나가버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기독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제가 들은 대부분 설교는 물을 탄 것처럼 희석이 돼 있더군요. 너무 많은 목사들이 성경구절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걸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배우고 싶어요. 그렇지만 목사님들은 그저 기분만 맞추려 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교회가 싫은 이유를 100개도 넘게 댈 수 있을 겁니다. 진지한 것부터 말도 안 되는 것까지 종류도 가지가지입니다. 교회는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저한테 보여 줄, 그런 교회를 정말로 찾고 싶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아픕니다. 해결방안도 계속 찾고 있습니다. 교회에는 대답해 줄 사람을 있으려니 기대했었습니다. 저를 돌봐 줄 사람들을 만나길 소망했습니다. 제가 존중을 받으며 정성스레 치유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에 가 보길 바랐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제 직장 동료는 교회에 갑니다. 어느 교회인 지도 압니다. 그러나 그 동료는 한 번도 저를 교회에 초청하지 않습니다. 저의 이웃도 교회에 나갑니다. 우리 아이들과 그 집 아이들은 친구입니다. 일요일마다 그 집 가족이 교회에 가는 걸 봅니다. 하지만 그 이웃도 저를 교회에 초대한 적이 없습니다. 초대만 하면 갔을 텐데요. 정말 갔을 겁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교회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끼리 신경 쓰느라 바빠 보입니다. 저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어요. 아무도 초청도 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기독교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진심으로 해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저를 돌봐 줄 사람들을 정말로 찾는 중입니다.

저는 교회에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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