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물 보려면 디파짓·첫 달치 임대료 내라

2016-05-05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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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임대사기 범죄 유형

▶ 허위로 크레딧 리포트 발급 소개비만 챙겨, 회원 가입 매달 회비 받고 가짜 정보 제공

주택 임대시장의 열기가 그야말로‘핫’하다. 주택 임대 매물 부족에 집을 찾으려는 세입자들은 혈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인기 지역에 적절한 임대료로 나온 매물 앞에는 집을 먼저 보려는 세입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 아닌 주택 임대난과 함께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집 찾기에 지친 세입자들을 노린 주택 임대 사기 범죄다. 온라인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이 주의해야 할 신종 주택 임대 사기 범죄 유형을 소개했다.

■ 허위 크레딧 리포트 발급
최근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는 주택 임대 관련 신종 사기 수법이다. 허위로 크레딧 리포트 발급을 유도한 뒤 발급 회사로부터 소개비를 챙겨 먹는 수법이다.

물론 크레딧 리포트 발급이 필요한 주택 임대 매물은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 매물로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사기꾼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아파트나 주택 임대 매물을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는데 여기까지는 일반 매물 홍보와 얼핏 봐서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일반 매물 홍보 사이트와 달리 크레딧 리포트를 발급받을 수 있는 링크와 연계되어 있다는 점. 주택 임대 신청을 위해서는 크레딧 리포트 발급이 필수이기 때문에 미끼에 낚인 세입자들은 링크를 클릭하고 크레딧 리포를 발급받기 쉽다.

사기꾼들은 크레딧 리포트 발급 업체로부터 건당 최고 약 18달러까지의 소개비를 챙겨 먹고 잠적하는 것이 신종 사기 수법이다.

크레딧 리포트 발급은 적법한 행위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위 매물을 버젓이 사용한 것이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 피해를 막으려면 매물 웹사이트에 게재된 링크를 통한 크레딧 리포트 발급대신 3대 신용 평가 기관(트랜스유니온, 에퀴팩스, 익스피리언) 등이 직접 발급하는 리포트를 신청해 건물주측에게 사본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 허위 매물 정보 제공
요즘처럼 임대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때에는 세입자간 매물 찾기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누가 먼저 매물 찾아 임대 신청서를 제출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집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시장에 나오지 않아 경쟁이 필요 없는 매물 정보를 제공하겠다면 마다할 세입자가 없을 것이다.

이른바 ‘내부 매물’(Pocket Listing)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접근해 그에 대한 비용을 제시하는 허위 중개 업체까지 등장했다. 허위 업체 자칭 ‘알짜 매물’ 정보를 받아 보려면 회원으로 가입하고 매달 약 200달러의 회비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물론 허위 업체가 제공하는 매물 정보는 있지도 않는 매물이거나 이미 임대됐거나 유효하지 않은 매물이 대다수다. 이미 지불한 회비는 환불이 거의 불가능 해 세입자들의 피같은 돈만 빨아 먹는 악덕 업체들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매물 검색이 가능한 온라인 부동산 웹사이트들이 많아 굳이 허위 업체의 덫에 걸려들 필요는 없다. 각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알림 기능을 활용하거나 조금만 부지런히 손품을 팔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얼마든지 원하는 매물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 집 보려면 입금부터
세입자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집을 한번 구경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집주인 일정에 맞춰 집을 봐야 하고 여러명의 세입자와 함께 집을 둘러봐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세입자들의 이런 불편을 노리고 집을 보기 전 미리 일부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까지 등장했는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흔한 수법 중 하나다.


매물 검색 사이트 등에 일단 근사한 매물 사진을 올려 놓는 것이 이들의 첫번째 사기 행각이다. 집을 보러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정도의 사진과 근사한 설명을 올려놓고 피해자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린다. 집을 보기를 희망하는 세입자의 연락이 오면 디파짓과 첫 달치 임대료, 신청비 등을 먼저 납부해야 집을 볼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거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근사한 매물을 확보한다는 기대감에 집을 보기 위한 입금 조건에 순순히 응하는 착한 세입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 안타깝다. 대부분 은행 이체 등의 수단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것만 봐도 의심이 가지만 피해자는 늘고 있다.

매물로 나온 집을 보는데 내야 하는 비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비용을 요구하는 업체나 집주인은 바로 거절해야 한다. 원하는 집을 임대할 가능성보다 사기 범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 복제 매물
어디서 본 것 같은 매물인데 더 싸게 나왔네…복제 매물도 조심해야 할 주택 임대 사기 유형이다. 매물이 실제로 시장에 나오면 사기꾼들은 이 매물 사진과 설명을 그대로 복사해 다른 매물 검색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그냥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믿기 힘들 정도로 낮은 임대료를 제시해 세입자들의 문의가 폭주하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사기 전략이다. 관심이 있는 세입자 중 타주에서 이주하는 경우나 평소 매우 바빠 집을 보기 전에 착수금 등을 보낼만한 세입자들이 주요 타깃이다.

피해자들이 일단 첫 달치 임대료와 디파짓 등 비용을 보내오면 사기꾼들은 바로 종적을 감추기 때문에 특징적으로 제시하는 조건이 있다.

단기간에 많은 금액을 받아내기 위해 일반 매물에 비해 높은 금액의 디파짓을 제시하는 것. 일반적으로 주택 임대에 납부하는 디파짓 금액은 2달치 임대료 금액을 넘을 수 없다. 터무니 없이 많은 금액의 선불금을 요구하는 건물주의 경우 사기 행위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남의 집 임대
차압 매물이 많이 쏟아져 나올 때 성행하던 사기 수법이지만 아직도 때때로 보고되고 있다. 은행에 차압돼 빈 채로 장기간 방치되어 있거나 임대 의도가 전혀 없는 집주인의 휴가용 주택을 활용한 사기 행각이다.

빈 채로 방치된 점을 악용해 마치 임대 매물인 것처럼 꾸민 뒤 세입자에게 돈만 받아먹고 달아나는 것이다. 주로 집주인이 타주에 있거나 심지어 타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직접 세입자를 만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송금을 요구한다. 송금이 완료되어야 열쇠를 전달하겠다는 등의 이유를 들기도 한다. 반드시 건물주나 건물주 측 관리인과 직접 만나 임대 비용을 전달하고 열쇠를 받아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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