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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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미래는 바로 이것

2016-05-03 (화) 안상훈 <암 전문의·LA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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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에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이자 냅스터 창업자인 억만장자 션 파커(Sean Parker)가 암치료 연구를 위해 2억5,000만달러를 기부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미 전역 40개 대학병원 암센터의 300여명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암치료 연구가 각개전투 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이제는 보다 결집된 역량으로 획기적인 암 치료법을 단기간에 개발하고자 공동 협력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과연 이런 천문학적인 연구비가 암치료의 어떤 분야에 초점을 맞출지가 더 궁금하였다.


수술, 방사선, 항암 화학요법, 호르몬 치료 등 여러 분야 가운데 과연 어떤 분야가 암의 미래라고 본 것일까?수많은 세계적인 암연구 전문가들이 암치료의 미래라고 믿고 함께 연구하자고 결정한 것은 바로 면역치료( immunotherapy)였다.

사실 암에 대한 면역치료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몸의 자연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랜 기간 계속 존재해 왔다.

뉴욕의 유명한 외과의사였던 윌리엄 콜리(William Coley)는 스트렙토코커스(streptococcus)균에 의해 단독(erysipelas)을 두 번 앓은 암 환자가 암으로부터 완치되는 것을 목격했다.

콜리는 스트렙토코커스균을 배양하여 암 환자에게 주사함으로써 일부 환자에서 암이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1893년에 발표하였는데 암에 대한 면역치료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후 43년간 900명의 암환자들에게 이런 치료를 사용하였는데 약 10%의 완치율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고열 등 부작용을 동반하고 치료율이 낮아 의료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면역치료에 대한 견해는 지속적으로 바뀌어 왔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한데 실질적으로 임상에서 암치료에 효과적인 약이 개발되어지지 않자 면역치료에 대한 환상은 깨어지는 듯했다.


암에 대한 백신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던 중 드디어 획기적인 면역치료제가 개발되었다. 바로 immune check point inhibitor, 즉 면역검문 억제제였다. 면역검문은 면역세포들이 할 역할을 다한 후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도록 면역을 비활성화시키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면역치료제가 이론과 달리 실전에서 기대 이하의 효과를 나타내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면역검문 현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암세포는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면역세포들에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면역검문 억제제는 바로 면역체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는 약이다.

2015년에 필자가 면역검문 억제제에 관해 글을 쓸 때는 니볼루맙(Nivolumab)과 펨브로리주맙(Pembrolizumab)이 흑색종(melanoma)이라는 드문 피부암에만 사용이 승인되었었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에 폐암과 신장암에까지 그 승인 범위가 넓어졌다.

암 전문의들이 이런 면역검문 억제제에 흥분하는 이유가 또 있다. 이런 약들은 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현저히 적어 고령의 환자들도 잘 견딜 수 있다. 또한 일부 환자들의 경우는 그 효과가 수년 간 지속될 수 있다. 즉 암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장기간 조절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직도 면역치료는 갈 길이 멀다. 어떤 환자들에게 사용하여야 가장 효과적인지, 기존의 치료와 어떻게 병용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 면역검문 효과 말고 다른 기전을 목표로 할 수 있는지 등의 많은 질문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션 파커의 통 큰 기부를 통해 다시 한 번 면역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조만간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문의 (213)388-0908

<안상훈 <암 전문의·LA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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