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한 주택구입 경쟁, 4년간 이어진 매물 감소…복수오퍼 현상 만연

2016-04-28 (목) 준 최 객원기자
크게 작게

▶ 웃돈까지 얹어 구입하는 사례 늘어,

▶ 복수 오퍼 비율 중·저가대가 많아

본격적인 여름철 성수기가 오기도 전에 주택 구입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전국적으로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바이어간 치열한 오퍼 경쟁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저가 대 주택 시장에서는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극심한 주택 구입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부활한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 열기를 보도했다.

■ 20만달러 웃돈
바이어 매리언 잭슨이 오클랜드 지역에 69만9,000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은 리스팅을 찾았을 때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무지 그 가격에 나올만한 매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셀러측의 일종의 판매 전략임을 알 수 있었다. 잭슨은 서둘러 오퍼를 준비했고 써낸 가격은 리스팅 가격보다 무려 약 20만달러나 높은 가격이었다.

바이어 보호 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컨틴전시 조항도 모두 삭제해 오퍼 경쟁력을 높였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가족 모두가 가주 토박이인 점을 강조하는 내용의 편지까지 오퍼와 함께 써보냈다. 잭슨의 오퍼 전략은 주효했다. 지난달 해당 매물을 약 90만달러의 가격에 구하는데 성공했다. 물리친 경쟁자만 무려 11명이 넘었다.


2012년 주택 시장 침체 종료와 함께 나타난‘ 매물 품귀, 복수 오퍼’ 현상이 4년만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소위 주택 구입 인기 지역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지 않고서는 주택 구입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 복수오퍼 현상 다시 만연
웃돈을 주지 않고서는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례는 잭슨뿐만 아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오클랜즈 지역에서 바이어를 도와 오퍼를 제출한 자사 에이전트중 무려 약 84%가 경쟁 바이어가 1명이 넘는 ‘복수 오퍼’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클랜드 복수 오퍼 비율은 전국 약 83개 대도시 지역중 가장 높은 비율이지만 복수 오퍼 현상은 오클랜드뿐만이 아니었다. 시애틀과 샌프란 시스코 지역 역시 복수 오퍼 비율이약 77%로 매우 높았고 LA와 덴버도복수 오퍼 비율이 각각 약 74%와 약 69%로 절반을 넘었다.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서 조차 ‘저렴한 가격’을 찾아 몰려든 바이어로 인해 복수 오퍼 비율이 약 59%를 넘었다. 이른바 인기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복수 오퍼를 피할 수 없는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 중·저가대 경쟁 가장 심해
복수 오퍼 현상은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중·저가대 매물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3월 약 20만~40만달러대 매물에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 중 약 55%가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에 맞닥뜨려야 했다. 상위 가격대인 중간 가격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40만~80만달러대 매물시장에서의 복수 오퍼 비율은 조금더 높은 약 60%로 조사됐다.

반면 고가 매물 시장에서의 주택 구입 경쟁은 잠잠한 편이다. 3월중 주택 가격 약 150만달러가 넘는 고가매물 시장에서의 복수 오퍼 비율은 약 46%로 집계됐다. 주택 시장 성수기를 맞아 매물량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지만 주로 고가 대 매물 시장에 집중돼 중저가 매물 시장에서의 치열한 구입 경쟁이 조만간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 매물 4년간 줄기차게 감소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이 전국 100여곳 대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4년간나타난 주택 매물의 급격한 감소가 최근 재현되고 있는 복수 오퍼 현상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지난 4년간 전체 주택 매물은 무려 약 38.6%나 감소했고 저가대 매물 감소폭은 더욱 컸다. 저가대 매물의 경우 4년간 줄기차게 감소하며 약 43.6%나 빠진 상태다. 전체 매물 숫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2012년 전체 매물 중 약 30%를차지했던 저가대 매물 비율은 현재 약 27.7%대다.

중간 가격대 매물 비율은 2012년 약 27.3%에서 현재 약 26%로 감소했다. 고가 주택 매물만 증가세를 기록 했는데 4년전 약 42.7%에서 현재 약46.2%로 높아졌다.

저가대 매물 감소 현상은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두드러졌고 가주에서의 주택 구입 여건은 전국에서 최악을 기록중이다.

■ 가격 상승 부추겨
수요 증가, 매물 부족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가격 상승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 구입 부담은 더욱 커졌다. 주택 구입 부담 증가 현상 역시 매물 품귀 현상이 가장 심한 저가대 주택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트룰리아 닷컴에 따르면 저가대 주택 구입자들 주택 구입비는 4년 전 가구 소득의 약 32.2% 정도였지만현재 약 38%로 치솟았다. 중간 가격 대의 구입비 부담은 4년 전보다 약 2.6%포인트 상승한 약 25%를 나타내고 있고 고가 주택 구입비 부담은 가구소득의 약 13.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가격대별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매물 부족 현상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저가대 주택과 중간 가격대 주택간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주택 처분을 포기하는 저가대 주택 보유자가 늘고 있다. 집을 내놓지 않아 매물 공급은 막히고 있고 대신 장기 거주 계획으로 주택 리모델링에 나서는 보유자만 늘고 있는 실정이다.

■ 주요도시 저가 매물 씨가 말라
레드핀에 따르면 전국 15곳 주요 도시에서 지난 3월 저가대 매물(23만달러 미만)은 전년대비 약 8% 감소했다. 주로 주택 구입 수요가 높은 오렌지카운티, LA,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피닉스 등에서의 매물 감소 현상이 두드러져 주택 구입난이 심화됐다.

봄철 성수기를 맞아 집을 내놓는 셀러가 늘면서 감소폭이 조금 줄었지만 현재 수요를 맞추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매물량이라는 분석이다.

가격대가 조금 높아지면 매물량이 전년보다 조금씩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3만달러~42만5,000달러대 매물량은 전년대비 약 10% 증가했다. 42만5,000달러~1,000만달러대 매물은 1년동안 약 1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신규 주택 공급 늘려야
매물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원활치 못한 신규 주택 공급으로 지적된다. 주택 구입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연간 약 150만채의 신규 주택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현재 신규 주택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택 시장 침체기 동안 건설 업체들의 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아직까지도 자금난을 겪는 업체가 많아 신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사이 토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데다 숙련된 노동력 부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예전처럼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수익을 내야 하는 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아파트 등 다세택 주택 공급에만 집중하면서 단독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