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들 신앙에 더 충실한데 박해도 더 받아

2016-04-27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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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 안팎서 차별 피해 여전

▶ 예배참석·기도생활 남성보다 훨씬 높아

여성들 신앙에 더 충실한데 박해도 더 받아

중동 지역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크리스천 여성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하나님이 창조한 에덴동산도 남녀가 채워지면서 완성됐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현장을 지키고 부활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도 바로 여성이었다. 역사는 남자 중심으로 기록됐지만 여성의 영향력은 결코 남자에 못지않았다.

그러나 여자는 항상 뒷전으로 물리쳐지었고 무력 앞에서는 약자로서 온갖 고초를 당했다.

오늘날 기독교 여성의 위상도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남자를 훨씬 추월한다. 기도도 더 많이 하며 신앙의 중요성을 더 강하게 믿고 있다. 하지만 신앙으로 인한 고난은 더 심하게 겪고 있다.


여기에다 교회와 사회의 남녀 차별에 의한 어려움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인구 중에서 3분의1에 달하는 33.7%가 크리스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남성의 29.9%를 3.8%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황은 한인교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많은 교회에서 여성 성도의 숫자가 남자보다 많으며 각종 사역이나 행사에 헌신하는 경우도 남성 교인을 앞선다. 특히 한국의 여성 기독교인은 세계에서 가장 큰 차이로 남성보다 더욱 신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도 생활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국가 중 자료 수집이 가능한 54개 나라에서 여성 기독교인은 남자보다 10%포인트나 더 자주 기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매일 기도하는 교인도 여자가 남자보다 10%포인트 더 많았다. 가장 편차가 심한 나라는 그리스로 매일 기도하는 남자보다 여성이 25%포인트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민교회의 철야기도나 새벽기도 출석율도 여성이 대체로 남성보다 높기 마련이어서 이번 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는 셈이다.

신앙을 소중하게 여기는 비중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앙이 자신의 인생과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한 여성 크리스천이 남성보다 7%포인트니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항목에서 한국은 월등한 수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페루, 칠레 등에서는 10%포인트이던 격차가 한국에서는 23%포인트로 껑충 뛰었다. 한국에서는 신앙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여성이 남성 교인보다 그만큼 더 많은 것이다.


이 밖에도 매주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 세계 53개국에 걸쳐 정기적으로 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여자 크리스천은 남자보다 7%포인트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여성이 남성보다 신앙생활에 충실하지만 각종 차별과 폭력에 한층 더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극단주의 이슬람 무력단체인 IS가 여성 크리스천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만행을 자행하고 있어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기독교 단체들은 전하고 있다.

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 보도에 따르면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크리스천 여성은 차별과 성추행, 강제 결혼, 납치, 인신매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시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에서 극심한 만행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치폭력리서치(NPVR)의 조사에 의하면 여학교를 급습해 수백 명의 학생을 납치한 테러범들은 “기독교 여성은 모멸을 받으며 이슬람 자녀를 낳아 키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 자매를 성폭행한 두 명의 무슬림 남성이 검사가 재판정에 출두하지 않고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석방되기도 했다. 또 2014년 한해에 드러난 강제 결혼과 개종 케이스만도 370건에 달한다. 이 수치조차 파키스탄의 무슬림 NGO가 발표한 자료다.

시리아에서는 아예 전투 전략의 하나로 여성 크리스천을 향한 각가지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강간과 고문, 납치와 거래가 횡행하면서 여성 기독교인들은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주류 교단의 대표적 기독교 인권단체들은 지난 17일을 ‘폭력에 맞서는 날’로 정하고 여성 기독교인의 생명과 인권 보호에 교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촉구하기도 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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