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저가대 주택 품귀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2016-04-14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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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매물 부족 사태, 지난 4년간 주택 가격 상승 구입 어려워

▶ 투자자들 저가대 매물 싹쓸이 임대 전환

구입할 만한 집이 없다는 아우성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유는 매물 부족 때문인데과거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시장에 나온 매물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구입이 더욱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집을 팔려고 내놓고 오퍼까지 받아놓은 상태에서 판매를 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도 힘들고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아서다.

■ 중저가대 매물 품귀
주택 매물 부족 사태는 현재 주로 저가와 중간 가격대 주택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주로 첫 주택 구입자들이 구입하는 ‘저가대 주택’ (Starter Home)이나 바로 윗단계로 볼 수 있는 ‘중간 가격대’ (Trade Up Home)주택 시장이 현재 매물 부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 트룰리아 닷컴’의 ‘가격대별 주택 재고 현황’ (Inventory and Price Watch) 보고서에따르면 중간가격이 약 15만4,156달러인 저가대 주택과 중간가격 약 26만 7,845달러의 중간 가격대 주택 재고가 지난 4년간 현저하게 감소했다.


보고서는 저가 및 중간 가격대 매물이 급속히 감소한 이유는 이른바 ‘프리미엄 주택’으로 불리는 고가 주택(중간 가격 약 54만2,805달러) 매물이 증가한 점과 저가대 주택 대부분이 투자자들에 의해 보유중이라는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매물 사슬’ 깨져‘ 집맥경화’ 발생
보고서는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심각한 매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며 “특히 저가대 주택 시장 매물 부족은 최악의 상태”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주택 가격까지 급등, 주택 구입난이 더욱 심화된 것은더 큰 우려로 지적된다.

주택 시장이 마치 먹이 사슬처럼 돌아갈 때 주택 거래가 원활해져 주택 시장 회복세가 유지된다. 우선 첫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원활해져야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윗 단계 가격대로의 이동도 원활해진다.

현재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가로 막히면서 주택 시장의‘ 집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트룰리아 닷컴이 2012년 1월1일부터 2016년 3월1일까지 4년여간 전국 100대도시 매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매물 감소 현상은 주로 저가대와 중간 가격대 주택 시장에만 집중됐고 고가대 매물은 소폭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저가대 매물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가주 전지역에 걸쳐 저가대 주택 구입 여건이 매우 악화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주택가격 급등 현상이 원활한 주택 거래를 방해하는‘ 집맥경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고가 주택과 중간 가격대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중간 가격대 주택 매물 감소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물 부족 현상은 주택 구입 여건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저가대 주택 구입자들의 어려움이 가장커진다.



■ 가격 치솟아 구입에 더 어려움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시장이 바닥을 쳤던 2012년의 경우 비록 매물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가격이낮아 주택 구입 여건이 매우 유리했다. 당시 저가대 매물은 주로 숏세일과 차압 매물 등 급매물 위주로 일반매물보다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저가대 매물 구입자들은 소득의 약 32.2%만 부담하면 중간 가격대 저가매물을 구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최근 중간 가격대 저가 매물을 구입하려면 소득의 약37.7%를 주택 구입에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간 약 5.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중간 가격대와 고가 주택 상승폭(각각 약 2.6%포인트, 1.4%포인트)과비교할 때 매우 높다. 불과 4년만에 저가대 주택 구입이 상당히 힘들어졌 음을 알 수 있다.


■ 고가 매물은 오히려 증가
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저가대 주택 매물 감소가 매우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저가대 매물은 무려 약 43.6%나 시장에 사라졌고 전체 가격대 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약 30.2%에서약 27.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간 가격대 매물 감소폭도 약 41%로 크게 떨어졌고, 전체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약 27.2%에서 약 26.1%로 감소했다. 반면 고가 주택이 전체 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42.7%에서 약 46.2%로 늘어났는데 저가 및 중간 가격대 매물감소폭이 워낙에 컸던 것이 원인이다. 이기간 고가 주택 매물 역시 약33.4%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저가매물 대부분 임대용 주택 전환
그렇다면 주택 시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셀러들은 왜 집을 내놓지 않는 걸까? 첫번째 원인은 투자자들로지목된다. 주택 시장 침체와 함께 불어닥친 대규모 차압 사태로 4년전까지만해도 숏세일과 차압 매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정상가 대비 이른바 할인가로 매매되는 이들 급매성 매물 대부분이 대형 투자 기관 등 투자들에 의해 매입되면서 현재 저가대 매물 부족 현상을 초래했다.

저가대 급매물을 싹쓸이 하다시피 매입한 투자자들은 매입 주택을 현재까지 임대용 주택으로 전환중이다.

투자자 보유 임대용 주택이 매매용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저가대 주택 매물 부족 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깡통주택 비율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저가대 주택 시장의 깡통 주택 비율은 중간 가격대와 고가 주택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편이다. 깡통 주택의 경우 집을 처분해도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집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가대 매물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간 가격대 매물 감소는 고가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고가 주택과 중간 가격대 주택 가격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중간 가격대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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