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 침체로 사라진 주택담보 신용대출 부활

2016-04-07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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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증하는 대출시장, 대형 은행들도 대출 확대 적극 나서

▶ 2008년 같은 금융위기 재현 우려도

지난해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 규모가 주택 시장 침체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시장 침체와 함께 사라졌던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이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부활했다. 최근 주택 구입 모기지 대출 하락으로 수익이 감소한 은해들이 주택담보 신용 대출 발급을 경쟁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홈 에퀴티 융자로도 불리는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을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기 쉽다.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 담보 신용 대출 시장을 진단했다.

■ 우리 은행 돈 좀 가져다 쓰세요
최근 미 동부의 한 하드웨어 스토어에서는 전에 보지 못하던 풍경이 펼쳐졌다.

대출 은행인 TD 뱅크가 상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을 적극 장려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TD 뱅크측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고객은 홍보용 버스로 안내해 즉석에서 태블릿 PC를 사용, 대출 가능성을 타진해 주기도 했다.


은행들이 흔히‘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 (HELOC)으로 불리는 주택 순자산 담보 신용대출에 이처럼열을 올리는 광경은 2007년 주택 시장 침체 이후 처음이다.

최근 주택 구입 모기지 대출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출 수익 만회를 위한 은행들의 몸부림 시작된 결과다.

그 결과 지난해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 규모는 주택 시장 침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지난해 2007년 이후 최고
월스트릿 저널이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의 집계를 인용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주택담보 신용 대출액은 약 1,560억달러로 2007년 이후 최고다. 2014년 대비로는 약 24% 증가, 주택 시장이 바닥 수준이던 2010년 대비로는 무려 138%나 급증한 규모다.

최근 주택 구입 모기지 대출 발급이 시들해지면서 은행들의 주택 담보신용 대출 발급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은행들의 수익 만회를 위한 노력, 최근 수년간 지속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리모델링 수요 증가 등 3박자가고루 맞아 떨어지면서 주택 담보 신용대출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평균 주택 담보 신용대출액은 이미 직전 호황기 수준을 뛰어 넘어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주택 담보 신용 대출액은 약 11만 9,790달러로 2007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샘 카터 코어로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고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주택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던 2007년도의 경우 한해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이 발급된 바 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당시와 같은 주택 담보 신용 대출 조만간 다시 찾아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집값 상승이 직접적 원인 제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 담보 신용 대출 시장의 문을 꼭 닫았던 은행들이 갑자기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대출 수익 악화에 대한 은행들의 우려가 높아 졌음을 보여준다. 주택 시장 침체와 함께 은행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것처럼 일제히 소위 2차 융자 발급을 일시에 중단했다. 대출 한도를 낮추는 은행도많았고 아예 주택 담보 대출 시장에서 철수한 은행들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 은행들이 다시 주택 담보 신용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주택가격 상승세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수년간 오르면서 주택 담보 신용 대출 자격을 갖춘 주택 소유주가 전보다 증가하자 은행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을 늘려가고 있다.

S&P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주택시장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한 지역이 많다.

최근 주택 가격은 2006년 최고가 대비 약 5% 낮은 수준으로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이 다시 증가하는현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 대형 은행도 가세
대형 대출 은행인 JP 모건 체이스도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을 늘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월 은행측은 자체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금 인출 재융자’ (Cash Out Refinance)의 장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주택 수리, 개인 부채 통합, 학자금 마련 목적으로 현금 인출 재융자가 적합한 수단이라는 홍보를 시작했는데 은행측 대변인에 따르면 이같은 캠페인은 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PNC 파이낸셜 그룹 역시 지난해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주택 담보 신용 대출 홍보 행사를 실시했는데 오는 4월에는 홍보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동부 지역에만 약 1,300여개 지점을 운영 중인 TD 뱅크는 주택 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주택 구입 모기지 대출과 관련된 홍보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은행측은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 확대에 ‘올인’ 하기로 했다고 마이크 키내인 은행 수석부대표가 월스트릿 저널을 통해 밝혔다.

3대 주택 담보 신용 대출 은행의 발급 규모도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 시장 조사 기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의 조사에 따르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지난해 2014년보다 약 17% 증가한약 130억달러 규모의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을 발급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지난해 주택 담보 신용 대출 발급 규모는 약 125억 달러로 전년보다 약 36% 증가했고JP 모건 체이스는 2014년보다 무려 약 62%나 급증한 규모의 대출을 쏟아냈다.

■ 2008년 위기 재현 우려
주택 담보 신용대출은 뚜렷한 목적이 없이 발급 받을 경우 연체 등 재정 위험을 높이는 대출로 간주된다. 대부분 변동 이자율이 적용되는데 최근 이자율 상승에 대한 전망이 크기 때문에 결국 매달 납부해야 하는 페이먼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하기 힘들게 되기 쉽다.

상환 구조가 발급 후 약 10년간은 이자만 납부하는 조건이지만 10년이 지나면 페이먼트가 수백, 수천달러까지 급등하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만약 10년이 지나도록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측 연체율이 급등, 2008년도와 같은 금융 위기가 재현될 수 있어 우려된다.

주택 시장 침체전과 한 가지 다른 점은 주택 담보 신용 대출 조건이 다소 강화됐다는 점이다. 주택 담보 신용 대출을 받으려면 주택 순자산(에퀴티)이 약 20%를 넘어야 하고 크레딧 점수도 전보다 높아야 한다.

2005년 주택 담보 신용 대출자들의 평균 크레딧 점수는 약 742점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 약 781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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