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구입 트렌드… 치솟는 주택가격, 외곽지역 주택 관심 증가

2016-03-31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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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매물 부족·가격 상승·유가 하락에 젊은층 교외 지역 주택 구입률 다시 증가

교외 주택가가 다시 사랑받고 있다. 한동안 도심지로 몰렸던 주택 구입자들이 다시 외곽 지역 주택가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심지어 한동안 도시와 사랑에 빠졌던 밀레니얼 세대조차 도심지 주택 구입 비율이 감소하고 외곽 지역 주택 구입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심 고층 빌딩만큼 치솟은 도심지 주택 가격이 주원인이다. 외곽 지역 주택 구입 비율 상승 현상은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최근 연령대별 주택 구입 트렌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 외곽 지역 구입 급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14년 7월~2015년6월) 35세 미만 밀레니엄 세대중 약 17%가 도심 지역의 주택을 구입했다. 전년도 조사 때의 약 21%보다 낮아진 비율로 젊은층의 도심 주택 구입 열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젊은층 주택 구입자들이 다시 도심에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하기 힘든 도심지 주택 가격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도심지 주택 가격으로 인해 도심을 등지는 세대는 젊은층 뿐만이 아니다. 전 세대에 걸쳐 지난해 도심보다는 외곽 지역 주택 구입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A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곽 지역 주택 구입 비율아 가장 높은 세대는 36~50세의 이른바 X세대로 이 연령대중 약 58%가 외곽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35세 미만 바이어중에서는 약 51%, 베이비 부머세대(51~60세) 세대의 약 51%, 61~69세 연령층 중 약 53%, 70세 이상 노년층의 약 42%가 지난해 외곽 지역에 내집을 장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너선 스모크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구입자들이 다시 외곽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원인은 도심지의 치솟는 주택 가격 때문”이라며 “반면 도심 주택가격대비 외곽 지역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밀레니얼 세대 구입 급증
지난해 주택 시장을 이끈 주역은 역시 밀레니얼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층 바이어들이었다.

지난해 전체 주택 구입자중 밀레니엄 세대의 비율은 약 35%로 전 연령층 중 단연 으뜸을 차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인구수는 약 8,300만명으로 탄탄한 주택 구입 수요를 바탕으로 주택 시장을 견인중이다. 결혼 연령층에 접어들기 시작한 밀레니엄 세대가 급증하면서 자녀 출산 등과 함께 주택 구입이 필요한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전체 주택 구입자들의 중간 연령은 약 44세로 중간 연소득은 약 8만6,100달러 정도로 나타났다. 이들이 구입한 주택은 중간 크기 약 1,900평방피트짜리 중형 주택으로 약 22만달러(중간 가격)를 지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밀레니얼 세대 주택 구입자의 중간 연령은 약 30세였고 연소득 약 7만7,400달러를 바탕으로 약 1,720 평방피트 짜리 주택을 구입하는데 약 18만7,400달러를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윗세대인 X세대 구입자들의 중간 연령은 약 42세로 전 연령대중 가장 높은 연소득(약 10만4,700달러)으로 가장 큰 주택(약 2,200평방피트)을 구입했다. X세대가 지난해 구입한 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26만3,200달러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은퇴 연령층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지난해 다운사이즈 목적의 주택 구입이 활발했다.

젊은 베이비 부머(51~60세) 구입자의 중간 연령은 약 56세로 약 1,960 평방피트짜리 주택을 주로 구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들이 많이 포함된 노년층 베이비 부머(61~69세)가 지난해 구입한 주택은 약 1,950평방피트짜리가 가장 많았고 구입 가격은 주로 22만달러대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 쉽지 않은 다운페이먼트 마련
지난해 전 세대에 걸쳐 주택 구입이 활발했지만 다운페이먼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구입자들도 많았다. 첫 주택 구입 비율이 높은 젊은층 구입자들 가운데 다운페이먼트 마련이 쉽지 않았다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밀레니얼 세대 구입자중 약 53%가 학자금 융자 상환 등의 문제로 다운페이먼트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부모나 기타 가족의 도움이었다. 밀레니얼 세대 구입자의 약 23%가 가족으로부터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지원받아 내집 장만에 성공했다고 답했다.

기타 세대 주택 구입자에도 지난해 다운페이먼트 마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X세대 구입자들 중에서도 약 44%가 다운페이먼트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X세대의 경우 자녀 양육비와 크레딧 카드 부채 등이 다운페이먼트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또 다른 걸림돌은 지나치게 높은 주택 임대료로 저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도심 매물 부족
외곽 지역 주택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도심지의 높은 주택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거의 메마르다시피 한 도심 지역 주택 매물 수준도 주택 구입자들의 발길을 외곽 지역으로 돌리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최근 유가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차량 운전 출근자들의 비용 부담이 가벼워진 것도 외곽 지역 주택 구입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계기다.

한편 일부 외곽 지역 도시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개발 사업도 주택 구입자들을 외곽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외곽 지역에 새로 들어서는 샤핑센터 중 도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 많아 굳이 도심까지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

도심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트렌디한 커피숍이나 식당, 부틱, 마켓 등이 외곽 지역으로 속속 진출하면서 외곽 지역의 도심화 현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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