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가격 예측 시스템, 실제 매매가격과 큰 차이 날 수 있어

2016-03-31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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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세 확인 방법 과거보다 훨씬 수월 해

▶ 입력된 자료 양과 정확도가 가격 좌우

인공 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간 세기의 바둑 대결이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인공 지능의 승리로 결판났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패한 것도 아니라고 언론은 위안을 삼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컴퓨터의 능력을 활용한지 오래다. 그중 한 분야가 가격 예측 시스템이다. 구입하고 싶은 주택의 가격을 알고 싶을 때 부동산 정보 웹사이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격 예측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지만 실제 매매 가격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US 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최근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주택 가격 예측 서비스의 맹점과 원인을 분석했다.

■ 집값은 인간이 정한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인공 지능이라고 해도 주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해 주지 못한다.


주택이 팔리기 전까지는 인간은 물론 인공 지능도 매매 가격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다. 주택 매물의 가치는 100% 바이어와 셀러가 결정한다.

셀러가 원하는 가격과 바이어가 구입하고자 하는 가격이 일치할 때 거래가 이뤄지고 매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각기 다른 100명의 셀러와 100명의 바이어간에 정확히 똑같은 조건을 갖춘 주택 100채의 매매가 이뤄진다고 해도 매물 100채의 가격은 모두 다르게 결정된다.

주택 거래에는 이른바 ‘인간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방대한 양의 자료가 입력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정확한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자료 양과 정확도가 가격 좌우
가격 예측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일반인들의 주택 시세 확인이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 진 것은 사실이다. 가격 예측 프로그램은 이미 입력된 방대한 양의 주택 매매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매물에 대한 시세를 예측해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입력된 자료의 양과 정확도에 따라 매물의 시세 및 정확도가 결정된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각 부동산 업체별 프로그램의 예측이 서로 다른 것도 바로 입력된 자료의 양과 정확도 때문이다.

매물이 지닌 독특한 조건은 프로그램이 식별해내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이 매물의 가격을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매물에 설치된 벽지가 지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이 집이 팔리더라도 분명히 벽지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이 벽지로 인한 가격 하락 요인을 잡아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넬라 리처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은 상점 진열대의 상품고 다른 점이 많다”며 “주택 고유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예측 프로그램만으로는 파악이 힘든 부분”이라고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제약조건 읽어야 이해 빠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격 예측 프로그램이 예측 가격과 함께 제약 조건을 반드시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로우 닷컴’의 제스티메이트의 경우 예상 가격뿐만 아니라 예상 가격대를 함께 제시한다. 오류 비율까지 포함시켜 예측 가격에 변동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레드핀이 최근 선보인 레드핀 에스티메이트는 시세 예측 과정에서 사용된 비교 대상 매물을 예측 가격과 함께 제공해 정확도를 높였다.

질로우 닷컴의 제스티메이트의 예를 들면 한 도시의 침실 2개, 욕실 2개짜리 주택의 예상 매매 가격을 15만3,306달러로 제시하면서 예상 매매 가격대는 약 14만6,000달러~약 16만1,000달러가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또 이미 매매된 비슷한 조건의 매물 가격대가 약 13만8,000달러~16만3,000달러이며 오류 비율은 약 8.7%라는 추가 설명까지 포함하는 방식이다.

■ 공식 자료상 오류
시세 예측 프로그램에 입력되는 주택 자료는 관할 카운티에 등록된 공식 주택 건물 자료나 ‘부동산 리스팅 서비스’(MLS)에 올라온 자료가 주 데이터이다.

MLS에 등록된 자료는 주로 리스팅 에이전트가 직접 입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오류가 발생한다. 공식 자료인 카운티 자료 역시 주택 증개축 공사 뒤 업데이트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잘못된 자료가 버젓이 가격 예측 프로그램에 사용되기 쉽다.

침실 1개, 욕실 1개라도 실제 건물 조건과 차이가 나면 가격 예측은 크게 빗나갈 수밖에 없다. 질로우 닷컴의 경우 주택 소유주의 요청에 따라 잘못된 주택 정보를 정정해준다.

■ 비교 불가 주택
비교 대상 주택이 드물 때도 정확한 시세 예측이 힘들다. 시세 예측 프로그램은 물론 주택 감정사나 부동산 전문인 간에도 시세간 큰 격차를 나타내기 쉽다. 가장 보편적인 시세 감정 방법이 ‘비교 접근법’(Comparison Approach)이다.

그런데 비교 대상이 없으면 시세를 감정할 수가 없다. 예를들어 콘도 미니움이나 타운 하우스 단지가 대부분인 지역에 위치한 단독 주택은 시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 최근 거래 전무
비교 접근법은 최근 매매된 주택의 자료를 바탕으로 시세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최근에 매매된 주택에 많을 수록 예측되는 시세가 정확하다고할 수 있다. 반대로 최근 거래된 주택이 적거나 드물면 산출된 시세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시세 예측에 사용되는 매매 자료는 주로 6개월 이내에 이뤄진 자료들이다. 기간이 짧을 수록 최근 시세에 근접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매매 자료가 없어 매매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연장시키면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가격 급등락
주택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거나 하락하는 경우도 정확히 예측된 시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주택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수개월 전 매매 가격이 현재 시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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