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캠퍼스 사역 27년’ 유학생 2,000명에 복음 전해

2016-03-31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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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CLA 교목 정순현 목사·에스더 정 사모

▶ 교수·교직원 등 인종 망라 함께 예배·기도

‘캠퍼스 사역 27년’ 유학생 2,000명에 복음 전해

UCLA 교목 정순현 목사와 에스더 정 사모가 27년째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캠퍼스에서 활짝 웃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수십 년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길은 값지다.

단순히 시간을 보낸 게 아니라는 사실은 열매가 증거하게 마련이다. 사역자는 넘치지만 작황은 빈곤한 시절이다. 그래도 이 땅 곳곳에는 땀 흘리며 복음의 결실을 맺는 일꾼들이 있다.

명문 UCLA가 위치한 웨스트우드에는 대학종교컨퍼런스센터(University Religious Conference Center)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교 캠퍼스 바로 앞에 여러 교단과 종파가 학생들의 영적 인도를 위해 힘을 합쳐 마련했다. 개신교의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루터교, 성공회를 비롯해 가톨릭, 유대교가 오너십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 이곳에는 사실상 하나의 교회만 활동하고 있다.
바로 유니버시티장로교회(UPC)가 주인공이다. 이 교회는 UCLA 교목인 정순현 목사와 에스더 정 사모가 25년 전에 개척했다. 당시만 해도 대학 주변의 교회들은 젊은 대학생에게 복음을 전하고 예배로 인도했었다. 그러나 지금 캠퍼스 인근 주류교회들은 소수의 백인 노인들만 지키고 있다. 바로 옆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눠야 할 젊은이들이 줄을 서고 있지만 속수무책일 뿐이다.

유니버시티장로교회에는 현재 160여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인종도, 배경도, 직업도 다양하다. UCLA 학생들은 물론 교수와 교직원부터 각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과 주민들까지, 백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안을 망라한다. 이 중에는 25년 전 대학생으로 동참하다 이제는 온가족을 이끌고 교회에 나오는 교인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모여 주일 새벽마다 두 시간씩 기도의 불꽃을 사르고 있다. 한인 특유의 기도의 열정으로 교회의 영성을 쌓고 있는 것이다. 또 학부모들이 UCLA에 재학 중인 자녀와 함께 예배에 출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제껏 미국 전역과 세계 곳곳에 2,000여명이 퍼져 나갔습니다. 우리 교회에 와서 처음 복음을 접하고 귀국한 유학생들도 많죠. 교수, 변호사, 의사, 교사, 엔지니어, CPA 등 직업도 다채롭습니다. 기독교인의 원칙을 지키면서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등 훌륭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요. 교회를 시작할 때는 여기까지 올 줄 몰랐는데, 이런 사역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죠.”

정 목사는 일곱 살 때 미국에 와 UCLA를 졸업하고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에스더 정 사모를 만났다. 졸업 직후인 27년 전 UCLA 교목을 맡아 두 사람은 지금까지 캠퍼스와 교회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요즘에는 한국계인 이본 장 부목사가 가세해 캠퍼스를 누비며 청년사역을 부흥시키고 있다.

정 목사의 조부는 정희섭 목사이고 부친은 남가주목사회 회장인 정시우 목사다. 정 사모의 부친 김봉룡 장로는 ‘지산향육원’이라는 고아원을 운영했고 모친 방준실 권사는 한국교계의 거목 고 방지일 목사의 6촌 동생이다. 프린스턴의 새뮤얼 마펫 교수, 어바나 사역을 창립한 크리스티 윌슨 박사, 윌리엄캐리 미션유니버시티를 세운 랠프 윈터 박사는 정 목사 부부를 밀접하게 이끈 멘토들이다. 이런 연유로 정 목사는 US세계선교센터의 이사를 20년 동안 맡기도 했다.

유니버시티장로교회는 오는 4월1일부터 사흘 동안 창립 25주년 축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워싱턴 DC, 조지아 등 타주는 물론 한국 등에서도 이전 교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얼마 전 에모리대학교 교수가 돼 떠난 부부는 아예 이번 행사를 위해 항공권을 미리 사두기도 했다.

최근 교회는 커다란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 교회가 입주한 컨퍼런스센터가 빌딩을 매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소유권을 가진 각 교단의 캠퍼스 사역이 시들해지자 금싸라기 땅을 지금처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사역은 하나님의 일이니까 저희는 모든 걸 맡기고 갈 뿐입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에는 하나님의 결정을 기다리는 거죠. 새로운 둥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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