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업용 부동산 시장, 6년 만에 가격 하락·거래 감소… 침체 진입?

2016-03-31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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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실률 감소·임대료 상승 불구하고 대출 기준 불리에 수익률 악화가 원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올해 1월 6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곧이어 2월에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침체위기 빠졌다. 6년간 지속된 활황세가 갑자기 주춤해지면서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과 경기 순환기의 끝자락으로 정체기 진입한 것이 확실하다는 의견들이다. 월스트릿 저널이 6년 만에 최대 위기에 놓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진단했다.

■ 거래 1년 만에 뚝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6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데 이어 거래 규모마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6년간 지속된 활황 장세가 드디어 끝나가는 신호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확산중이다. 월스트릿 저널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사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월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약 251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전월 대비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약 473억달러였고, 전달인 1월만 해도 약 462억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이 팔린 바 있다. 불과 1달 만에 거래 규모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자 시장 안팎에서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일시에 커졌다.


■ 호텔가격 하락, 나머지 분야 정체
2009년 이후 상승 행진을 거듭해 온 상업용 부동산 가격 역시 올초부터 갑자기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과 일부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는 이미 가격 하락세가 나타날 정도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그린 스트릿 어드바이저가 집계하는 호텔 가격 지수의 경우 올해 2월 전년 동기대비 약 10%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분야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이미 가격 둔화세는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그린스트릿의 2월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7%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2월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상승폭인 약 11%보다 훨씬 낮아졌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그룹 블랙스톤 그룹의 조너선 그레이 글로벌 부동산 책임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이 확실하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단정지었다.

■일시적 현상 vs 팔아서 수익 챙길 때
상업용 부동산이 불과 1년 전에 비해 정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현재 시장에서는 이 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 침체의 전조 현상인 지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다.

그린스트릿이 우량 상업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가격 지수는 현재 2007년 최고가 대비 약 24% 높은 수준이다.

2년 뒤인 2009년 최저가 대비로는 약 102%나 오른 상태다. 그린스트릿의 그레이 책임자는 “2008년 침체 직전과 비교할 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여건이 건전해 침체 우려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 분야에 걸쳐 임대료, 공실률 등이 개선되는 등 펀더멘털이 좋다”라고 월스트릿 저널과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미 출구 전략 실행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소재 브랜디와인 부동산 신탁은 올해에만 약 7억6,5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부동산을 처분했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 부동산 자산 처분을 통해 현금 자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제라드 스위니 브랜디와인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경기 순환기 정점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무르익은 수익을 수확할 때로 보유 자산 처분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밝혔다.

■ CMBS 발급 감소
6년간 굳건한 성장을 지켜온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올들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자본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건정성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자본 시장으로 인해 금융 비용이 상승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을 예측하는데 사용되는 ‘상업용부동산모기지담보부증권’(CMBS) 발급 규모를 보면 안심할만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약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던 CMBS 발급 규모가 현재 발급 속도를 감안할 경우 올해 약 600~750억달러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MBS 발급이 감소한다는 것은 대출 기관이 신규 대출에 필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된다는 것을 뜻한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들의 대출 신청에 대출 기관이 더욱 선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부동산 거래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대형 대출 기관인 은행, 보험 회사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강한 지역이나, 공실률이 높고 건물 상태가 양호한 우량 부동산으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대출 위험을 차단하고 있다. 대출 위험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토지 매입이나 신규 건축 대출을 받는 일은 이미 예전에 비해 훨씬 힘들어졌다.

■ 대출시장 경색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은 이자율 인상 우려가 커졌던 지난해 말 이미 경색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이자율 인상 우려는 한층 낮아졌지만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증권 시장이 출렁이면서 대출 시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4.5~5%대이던 이자율이 올들어 약 5%를 넘어섰고 ‘담보대출비율’(LTV)는 약 75% 수준에서 65~70%대로 낮아지는 등 시중 대출 기준이 투자에 불리해졌다.

대출 기준이 불리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 조사 기관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의 짐 코스텔로 수석부대표는 “전에 없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거절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리츠’ 수익률 만회될까
올 초 증시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투자신탁 ‘리츠’(REITs)의 수익률이 3월 랠리와 함께 소폭 만회되고 있는 점을 투자자들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린스트릿에 따르면 지난 2월1일 쇼핑몰 투자 리츠는 액면가 대비 약 21.4%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지만 3월 15일 하락폭이 약 19.1%로 줄어 수익률을 소폭 만회했다.

사무실 건물 투자 리츠의 경우 같은 기간 액면가 대비 하락폭은 약 24.5%에서 약 21.4%로 낮아졌다. 그러나 리츠 투자 전성기였던 2014년 3월의 수익률을 만회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시 샤핑몰 리츠와 사무실 건물 리츠의 매매가는 액면가 대비 각각 약 0.3%, 약 1.29% 낮은 가격에 거래된 바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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