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종·정치·빈부… ‘갈라진 미국’

2016-03-30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크게 작게

▶ 저마다 “타그룹과 대화하기 힘들다” 호소

▶ 복음주의 내부조차 원칙-타협 놓고 반목

종교·인종·정치·빈부… ‘갈라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자 찬반 시위대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들면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독교의 이름 아래 존재하는 교회와 교인도 예외일 수는 없다.

디지털 시대가 초래한 속도와 편리함 그리고 재미의 그늘에서는 비성경적인 가치관을 주장하는 문화와 정치,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가 세상을 외면한 사이에 탐욕과 무관심은 부메랑이 돼 이제 기독교 신앙의 근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빈부의 격차에 따른 위기, 인종 간의 긴장, 보수와 진보의 대립, 복음주의자와 동성애 및 성전환자의 갈등 등 사회 곳곳에서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성경적 원칙을 고수하려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조차 타협과 묵시적 탄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는 율법적 잣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물질과 외형을 추구하는 이중적 위선이 자초한 위기 상황이다.

바나리서치는 이달 초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각 분야의 특징적 그룹 간의 소통의 현주소를 조사해 발표했다. 결과는 암울했다. 전체 사회를 이루는 각계각층 구성원들은 다른 집단과 대화를 갖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보였다. 더구나 이와는 반대로 자기 그룹 안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결속하며 외부적으로 배타성을 보이는 성향이 짙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바나리서치는 이런 사회적 트렌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극명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커뮤니티조차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놓고 의견이 갈라지고 있으며, 특히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크게 분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미국인이 다른 그룹과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갖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대화하기 어려운 상대’는 무슬림(73%)이었으며 다음은 몰몬 교도(60%), 무신론자(56%)가 차지했다. 그리고 복음주의 기독교인(55%)과 LGBT(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 그룹(52%)이 바로 뒤를 이었다.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기독교인의 경우 다른 그룹과 소통하는데 가장 심각하게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10명 중에 9명에 달하는 87%가 LGBT 그룹과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갖기 어렵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과의 대화에서도 동일한 수치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신론자나 종교가 없는 사람과 대화에 대해서도 85%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어려움을 밝혔다.

이에 대해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대화가 힘들 것이라고 응답한 LGBT 그룹은 58%였으며, 무슬림은 66%를 차지했다. 또 무신론자와 비종교인 그룹은 66%가 여기에 동의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평소에 주장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적용해 타그룹과 소통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성경적 원칙과 가치관을 지키면서 비성경적 그룹과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 과정인가를 반증해 주고 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의미있는 대화가 어려워지고 사람끼리 깊게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이 힘들어졌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61%의 응답자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사람들의 사교성이 오히려 저해됐으며 깊은 우정과 단단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워졌다고 답변했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한 디지털 대화가 폭증했지만 ‘오히려 외로워졌다’는 답변이 10년 전보다 2배나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나리서치의 데이빗 킨너맨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 문화의 분열과 양극화로 인해 서로 원만한 대화를 하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으며, 특히 신앙과 관련해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