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수 고난과 부활의 영광 선율에 담아

2016-03-29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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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마챔버합창단 순회 음악회, 십자가의 아픔·환희 노래… 회개 메아리

예수 고난과 부활의 영광 선율에 담아

라크마챔버합창단이 교회 순방 음악회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성가를 부르고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절은 가난한 심정을 되찾는 과정이다. 한껏 부풀어 오른 부요한 마음을 회개하며 영혼의 거품을 빼는 전환점이 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시리아의 산에 올라 무리를 바라보며 복을 받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쳤다.

지난 부활절에도 교회마다 특별 예배를 드리고 음악회와 성극 등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가졌다. 또 성찬식을 통해 예수의 제자로서 거듭나며 말로 만이 아닌 진실한 신앙의 실천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활절에 이르는 고난의 시간이 없었다면 모든 모임과 예배조차 헛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인 예수 그리스도 역시 이 땅 위에서 수난의 길을 거쳐 부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찬송가 ‘거룩, 거룩, 거룩’에 이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가 예배당 안에 울려 퍼지며 찬양 음악회가 시작되자 관객은 비로소 차분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난의 순간들’이 청중 앞에 펼쳐졌다. 겟세마네의 전경, 그리고 십자가 처형을 앞둔 예수의 번뇌, 또 그리스도의 순종의 결단이 ‘겟세마네의 기도’ 선율을 타고 교회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아돌로로사’(고난의 길)이 빌라도 법정에서 갈보리 언덕까지 이어지는 길을 들려줬다. 연주는 ‘주 달려 죽은 십자가’에서 절정을 이루며 듣는 사람의 심정과 영혼을 흔들었다.

라크마챔버합창단(LAKMA 단장 최승호 장로, 지휘 윤임상 교수)의 부활절 순회 콘서트는 음악을 통해 부활의 메시지를 청중의 심장에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음악회는 지휘자 윤 교수가 서두에 밝힌 대로 ‘음악 실력을 자랑하려는 시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영광을 함께 묵상하는 자리’가 됐다.

단원 모두가 음악 전공자로 현역 음악인 활동을 하는 프로 합창단인 만큼 이날의 음악회도 이민사회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수준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음악적 기교나 재능을 과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청중은 순서가 이어질수록 긴장해 갔고, 예배당은 회개와 겸손으로 채워져 갔다. 당초의 선입견이나 교만은 수난과 부활의 불꽃에 모두 사그러들었다.

특히 클라리넷 연주자 마이크 아놀드의 ‘고난의 길’ 연주는 청중을 십자가를 관통하는 아픔과 기쁨으로 인도했다. 아놀드는 USC 출신의 음악인이며 그의 제자 가운데는 현재 LA필하모니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도 포함돼 있을 정도다. 이번 음악회에 그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참여했다. 현역 변호사이며 로스쿨 교수이기도 한 아놀드는 그저 이민교회에서 정성을 다해 연주하면서 부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작곡가 헨델이 그 유명한 ‘메시아’를 작곡한 때가 바로 그의 인생에서 나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당시 변방이던 더블린의 자선 음악회에 연주할 곡을 부탁받았죠. 바로 그게 ‘메시아’입니다. 이후 헨델은 교회음악에 심혈을 기울이며 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윤임상 교수는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만든 멘델스존 역시 10년 전에 ‘오라토리오 성 바울’을 작곡하는 등 수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든 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소개했다. 위대한 두 작곡가 모두 극심한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극명하게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걸작을 열매로 맺었다는 것이다.

“부활을 통과하는 시기에 ‘가난한 마음’을 다시 익히고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부활절 음악회가 그저 음악을 감상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고난을 받아들이는 조그만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라크마합창단의 공연은 지난 16일 남가주 주님의교회과 23일 충현선교교회에서 열렸다. 그리고 오는 4월8일 오후 7시30분 토렌스 조은교회에서 부활의 환희를 노래하게 된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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