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사들 건강 적신호 ‘사랑의 약’보낸다

2016-03-10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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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명 중 3명 골다공증… 사역 길수록 심각

▶ 선미니스트리“비타민 보내기 운동 동참을”

선교사들 건강 적신호 ‘사랑의 약’보낸다

지난해 열린 선교지도자 총회에서 선교사역 기간이 30년 이상된 선교사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계 각지에서 헌신하는 한인 선교사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선교사역의 연조가 길어지고 선교사 연령이 높아지면서 근본적인 건강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상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 선교사 가운데 4명 중 3명꼴로 골다공증을 갖고 있거나 심각한 징후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종 질환으로 병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미니스트리는 지난해 2월 발리 선교지도자총회에 참석한 고참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바 있다. 캐나다에 위치한 건강연구소 CBHI가 주관한 검진 결과, 50대와 60대 선교사의 75%가 골다공증이나 골부족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수치를 가진 선교사는 24~25%에 불과했다.


특히 여성 선교사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한층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교지에 파송된 지 30~34년이 지난 여성 선교사들은 60%가 골다공증, 나머지 40%는 골부족증을 보여 전원이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검사를 주도한 이규헌 박사는 “현재 사역 기간이 30년 이상이 된 선교사 중에서 상당수가 오래된 선교지 생활에서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고 지병을 앓고 있을 확률이 크다”고 우려했다. 뼈 속에 칼슘이 부족할 경우 이로 인해 각종 장기도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돼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미니스트리는 ‘한 병의 은혜’라는 슬로건을 걸고 선교사에게 사랑의 약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미니스트리 대표 김정한 선교사는 “선교지에 교회를 몇 개나 세우고, 몇 명이나 전도했는지에는 관심을 쏟지만 정작 선교를 하는 당사자인 선교사의 건강에는 이제껏 거의 무관심했던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수많은 선교사들이 질병에 고통을 당하면서도 드러내지도 못하고 앓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선교사 가정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선교 역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선교사는 “평생에 ‘약 한 병만 받아볼 수 있다면’하는 선교사의 심정과 내 평생에 ‘한 병이라도 보낼 수 있다면’하는 성도의 마음을 연결하는 사역”이라고 이번 캠페인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종합비타민 약 한 병은 작은 것이지만 주님이 보시기에는 큰 시작일 것”이라며 “선교사 한 명에게 종합비타민 한 병을 전하는 이번 캠페인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미니스트리는 1차로 오는 6월 남가주 아주사대학교에서 열리는 한인세계선교대회에 참석하는 선교사들에게 종합비타민 1병과 구연산 1병씩을 우선 나눠 줄 계획이다. 선교사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 대회에 참여할 선교사는 1,000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며 종합비타민 1병은 약 2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김 선교사는 “직접 비타민을 구입해서 보내주셔도 되고 1병당 20달러로 계산해 후원해 주셔도 된다”며 “의류나 가방 등 다른 물건도 도네이션해 주시면 선물 패키지를 꾸려서 선교사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선미니스트리는 일단 선교대회에 참가하는 선교사들에게 비타민을 제공한 뒤에는 장기적으로 선교사 건강 챙기기 사역을 벌일 예정이다. 의사의 진단서나 약을 구할 수 없는 선교사에게 원거리 진단을 통해 진단서와 적절한 처방약을 지원하면서 근본적인 도움을 나눌 계획이다.

문의 (714)350-6957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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