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사 가정 회복 돕는 요람 짓는다

2016-03-03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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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사역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

▶ 양평에 선교훈련센터 건축 “이민교회 협력”

선교사 가정 회복 돕는 요람 짓는다

지난해 10월 하이패밀리 선교훈련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착공예배에서 참석자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침묵과 고요 속에서도 영성을 찾을 수 있다. 번거롭고 분주하며 과잉 경쟁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조용한 묵상에 침잠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간절하다. 삶의 종말을 늘 기억하고 오늘의 가치를 새삼 발견하기 위해서다.
선교사 가정 회복 돕는 요람 짓는다

한국교회에 가정사역을 정착시키고 성장시킨 대표적인 목회자 송길원 목사(사진)가 남가주를 방문했다. 송 목사는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의 대표다. 낯설지만 재미가 넘치는 이름이다. 그의 명함에는 ‘가족 생태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딱딱한 직함 대신 선뜻 친근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송 목사는 여느 목회자와는 사뭇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교회와 가정을 비롯해 문화계와 언론에 걸쳐 폭 넓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저희 부부도 결혼 초기부터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1차 문화대전’이었죠. 살아온 문화의 대립이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갱년기가 오면서 ‘2차 생리대전’이 벌어졌어요. 생체 호르몬의 변화로 생긴 갈등이 마치 폭풍같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인 듯 소통하고 산다며 송 목사는 웃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함께 ‘올라 온 높이’가 아니라 ‘헤쳐나온 깊이’로 ‘행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세우고 함께 달려 온 ‘하이패밀리’는 내년이면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퍼진 한인교회에서도 가정사역 프론티어 사역자로 알려진 송 목사는 요즘 선교사 가정의 회복이라는 화두에 몰두해 있다.

“한국교회는 3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선교사가 은퇴의 시간을 맞고 있어요. 그동안 선교사 부부와 가정의 건강에 우리가 무관심했던 게 사실입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부부와 자녀 관계 그리고 은퇴 이후 진로 등으로 고민하는 선교사가 적지 않습니다.”

송 목사가 양평 강변 ‘하이패밀리’에 세운 청란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형교회다. 푸른색 계란 모양으로 지은 조그만 예배당 천장에는 창문을 통해 햇볕이 쏟아져 내린다. 이 안에서 수많은 방문객들이 고요함을 가로지르는 빛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와 인생의 항로를 만나고 있다.

“지금 교회 옆에 선교훈련센터와 게스트하우스 공사가 한창입니다. 5월 쯤에는 완공될 예정입니다. 선교사 부부가 1년 동안 입주해 자기 치유의 시간을 갖으며 은퇴 이후에는 후배 선교사 가정을 도울 수 있는 순회 선교사로 거듭 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곳에서 선교사를 비롯해 목회자, 평신도리더 등도 심리검사, 동작 치료, 웃음 치유, 상담 등의 과정을 배운 뒤 직업능력개발원이 인증하는 가정사역,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선교사를 보내기만 급급했어요. 실제적인 도구나 총 쏘는 훈련도 없이 현장에 나간 선교사 가정이 엄청난 고난을 겪습니다. 오발탄도 쏘게 되고요. 은퇴 사역자들이 회복과 훈련의 과정을 통해 가정사역 선교사로 재탄생하는 공간이 꼭 필요한 시대입니다.”

‘하이패밀리’ 부지에는 이미 청란교회 외에도 ‘비움과 채움’ 미술관과 수목장 묘지가 들어서 있다. 교회와 미술관, 묘지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여기에 훈련센터와 선교사 숙소가 들어서면 한강변의 아름다운 개신교 명소가 탄생하게 된다. 교계의 원로인 홍정길 목사와 이동원 목사는 추진위원장을 맡아 선교훈련센터 건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선교사 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고국을 방문할 때 숲속을 거닐며 묵상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숲 기도’를 드릴 수 있는 편의시설도 마련해 놓았어요. 또 조국에 묻히고 싶은 동포들은 나무와 함께 수목장을 할 수도 있습니다. 후손이 언제 찾아와도 예수의 품 안에서 기쁘게 부모의 추억을 반추할 수 있게 신경쓰고 있습니다.”

송 목사는 뉴욕 등 동부지역을 방문해 한인교회들과 동역 방안을 협의했다. 남가주에서도 여러 교회들과 미팅 스케줄이 잡혀 있다.

“이민교회와 한국교회는 이제 손을 잡고 나란히 가야 합니다. 서로 덕을 주고 받는 거죠. 그만큼 이민교회가 성장한 겁니다. 한인교회나 성도 개인 누구나 자유롭게 사역에 동참해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이패밀리에서 마음껏 투명한 영성과 가족의 사랑을 깊이 느끼는 소중한 순간을 갖길 기원합니다.”

웹사이트 www.hifamily.net
문의 (703)209-3942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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