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점심시간 짬내 말씀의 양식 나눠요”

2016-02-25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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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목요일 정오에 찬양·교제 5주년 맞아

▶ 직업·교회 달라도 한마음… 선교사 배출도

“점심시간 짬내 말씀의 양식 나눠요”

‘기쁨의 불꽃’ 목요 정오예배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기독교인의 고민 중의 하나가 예수 그리스도를 잊고 산다는 것이다. 교회에 가서는 하나님에게 온 정성을 다 쏟는 것처럼 지내지만 막상 매일의 생활에서는 일상에 함몰되는 게 현실이다. 마음은 원해도 육신이 따르지 못하는 격이다. 일에 빠져 지내는 주중 한때 여럿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시간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크다.

LA 한인타운의 윌셔 거리는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이 미덕처럼 자리잡은 생존의 전장이다. 기독교인들도 각자의 직장에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이곳 윌셔 거리 한복판에서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찬양이 울려퍼진다. 주변의 일터 곳곳에서 모여든 크리스천들이 소중한 점심 휴식 시간을 떼어내 예배를 드린다.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평범한 기독교 직장인들은 목요일 정오에 하나님 앞에 고개 숙여 기도하면서 평안과 용기 그리고 지혜를 다시 충전한다. 이들은 이런 순간이 너무나 기쁘고 귀중해 ‘기쁨의 불꽃’(Flame of Joy)이라고 모임의 이름을 붙었다.


직장인 목요 정오예배는 벌써 5년이라는 관록을 쌓았다. 일하는 도중 주중에 모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자는 시도는 곳곳에서 이어져 왔지만, 출석 교회도 직장도 제 각각인 사람들이 5년을 꾸준히 모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험회사, 변호사 사무실, 은행, 회계사 사무실, 에스크로 회사 등등 참석자들의 일터는 윌셔 거리 비즈니스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것처럼 다채롭다. 게다가 이들이 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은 오렌지카운티 남쪽부터 밸리지역 북쪽까지 포진해 있다. 그러나 목요일 정오에는 직종과 소속 교회, 인간관계 등 세속의 모든 부담을 떠나 진정으로 십자가 앞에서 ‘기쁨의 불꽃’을 만끽한다. 각자의 다른 환경이 오히려 목요일 정오예배를 한층 편안하게 이끄는 셈이다.

“우선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나눈 뒤 성경공부를 겸한 예배를 드립니다. 이전에는 제인 김씨가 반장을 맡아 오이 밑반찬을 전날 준비하는 등 수고가 정말 많았어요. 지금은 케더링을 통해 음식을 마련하죠. 저희 모임 내용을 알고 얼마나 푸짐하게 주시는지 너무 고마워서 늘 기도하고 있어요.” 현재 반장으로 수고하고 있는 정미희 권사는 참가자들이 약속 시간을 조정하면서도 목요 정오예배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에는 15명에서 20명 정도가 자리를 함께 한다. 개인의 일정에 따라 결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등록 인원은 70명을 넘는다.

“따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분들도 함께 참석하고 계셔요. 요한복음과 로마서 등을 마치고 지금은 창세기를 나가고 있어요. 30~4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주일에 교회에 다녀와서 일주일 내내 생활하는 도중 점심시간에 머리를 맞대고 성경을 배우니 꿀맛입니다.”

벌써 5년이 넘도록 매주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멤버들은 아주 친숙한 사이가 됐다. 2년 전에는 김효진 회원이 선교사가 돼 남편과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기도 했다. ‘기쁨의 불꽃’ 회원들은 소액을 모아 지금도 김 선교사 부부를 후원하고 있다.

직장인 목요 정오예배는 지난 4일 5주년 기념예배를 가졌다. 웰스파고 은행 건물에 있는 조아웰니스센터에서 4년 반 동안 모이다 지난해 8월부터는 에퀴터블플라자 지하층에 있는 윌셔크리스천교회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모두 취지에 동감해 흔쾌히 무료로 장소를 제공했다. 예배 인도와 설교는 박광철 목사(조이펠로우십처치 담임)가 맡아 헌신하고 있으며 멤버들은 반주자와 식사담당 반장으로 봉사하며 즐거운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창립 시절부터 목요일 정오예배에 참가해 온 강소연씨는 “직장인 성경공부가 오래 지속되기가 쉽지 않은데 저희 모임은 서로 자발적으로 돕고 봉사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축복을 넘치게 받아 5주년이라는 뜻깊은 시간을 맞이했다”면서 “더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 은혜받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주변 직장인들의 동참을 권유했다.

주소 3435 Wilshire Blvd. LA
문의 (818)522-8154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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