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가 불자들 “산속 수행 아닌 삶속 佛法 추구”

2016-02-02 (화) 유정원 종교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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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불자회

▶ 산행회·공부방 통해 교제·연구“경전보다 실천의 대승불교 운동”

재가 불자들 “산속 수행 아닌 삶속 佛法 추구”

금강불자회를 이끌고 있는 서진호 법사(오른쪽부터), 손무아 법사, 황금서 회장, 이규동 법사.

금강불교 산행회는 토요일마다 산에 오른다.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각각 출발해 함께 남가주 일대의 산을 찾아 흙을 밟으며 땀을 흘리고 생각에 잠긴다. 매주 25명 가량 모여 대화를 나누고 교제를 이루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연인원으로 1,200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와 함께 공부방에도 15명 안팎이 꾸준히 참석하면서 연인원 700명이 동참해 오고 있다.

산행회와 공부방은 모두 금강불자회에서 마련하는 모임이다. 산행회는 남가주 불교청년연합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연꽃등산회가 확대된 것이다. 지난 2012년 정식으로 발족됐다. 지금은 등산에 동참하는 한인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타 종교나 아무런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다. 공부방은 1년 반 전에 시작해 불법을 연구하고 실천 방도를 고민하는 또 다른 ‘속세의 도량’ 역할을 하고 있다.

손무아 법사와 서진호 법사 그리고 공부방을 이끄는 이규동 법사, 산행회의 황금서 회장은 힘을 합쳐 금강불자회를 인도하고 있다. 금강은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예리함과 투명성 그리고 견고함의 상징이다.


“금강경의 본뜻은 ‘벼락’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생의 번뇌를 벼락처럼 내리쳐 한순간에 불태워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다이아몬드처럼 강한 불기둥으로 세상 속에서 번민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을 구하자는 것이지요.”금강불자회는 ‘재가(在家) 불자’ 단체로 대승불교 회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무아 법사, 진호 법사, 규동 법사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출신으로 출가 후 승려 생활을 하다 환속했다. 또 황 회장은 불교청년회 회장을 지냈다. 다들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을 꾸려가면서 불법을 추구하는 재가 불자들이다. 한국 불교를 이루는 60개 종단 가운데는 아예 재가 불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종단도 있다. 남가주에서도 활동 중인 진각종의 경우 현세 중심의 현실적 실천불교를 추구한다.

“한국 불교가 참다운 대승불교로 회귀하자는 것이죠. 종교가 제자리를 찾으면 정치, 경제, 사회와 문화 모든 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한국 불교는 원래 대승불교입니다. 그러나 경전은 대승불교를 공부하면서도 실제는 소승불교처럼 됐어요. 그래서 불가 안에만 머무는 승려 중심의 종교로 사람들이 불교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경전 뿐만 아니라 실행에서도 대승 불교를 이뤄야 합니다.”‘적신성불’과 ‘지상불국정토’는 대승불교를 압축해 설명하는 말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이 몸으로 성불을 이루자는 게 ‘적신성불’이다. 또 ‘지상불국정토’는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을 불법이 완성되는 정토로 가꿔야 한다는 뜻이다. 산 속이 아닌 현실 세상, 내세 뿐만 아닌 현재에서, 자기 헌신을 실천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솔선수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가 현실을 떠나면 가치를 잃습니다. 바로 지금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며 고민하고 나름 진리를 찾아 헤매는 지를 알아야 합니다. 승려가 자기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불교가 세상의 소금과 목탁이 돼야 합니다. 금강불자회는 비록 작은 불빛이지만 이런 빛들이 모이면 큰 빛을 이룰 수 있습니다.”대승불교 회복 운동은 개인의 완성 뿐 아니라, 이웃과 타인의 완성 그리고 사회와 국토의 완성까지를 아우르는 이상을 담고 있다. 개인이 가진 것과 아는 것을 나누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평화를 증진하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일도 중요한 겁니다. 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내가 아프다’고 했고,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이 다 제도하기 전에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불교가 이런 정신을 새겨야 할 때입니다.”
문의 (213)393-8397

<유정원 종교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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