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 캠퍼스 인근에 호화 아파트 건축 붐

2016-01-21 (목) 뉴욕 타임스 -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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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 의사 등 고소득 젊은 직업인들 겨냥

▶ 캠퍼스 분위기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 인기… 렌트비 비싸서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

대학 캠퍼스 인근에 호화 아파트 건축 붐

필라델피아 인근 유니버시티 시티의 드렉셀 대학 인근에 새로 세워진 고급 아파트. 이 지역 아파트 중간 렌트비가 1,450달러인데 비해 이 아파트는 수백 달러가 더 비싸다.

대학 캠퍼스를 둘러싸고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캠퍼스 인근에 고층의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것이 미전국적으로 한 추세가 되고 있다. 부대시설들이 좋아서 대학생들이 모여 파티하고 싶을 만한 곳들인데 문제는 대학생들은 입주자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렌트가 지역 평균가보다 엄청 비싼데다, 본인이 아니라 보증인이 렌트비를 내는 입주자는 받지를 않는다. 이들 아파트는 학생이 아니라 대학 교수나 교직원 혹은 의사 등 젊은 전문직업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걸어서 출퇴근 하고 캠퍼스의 활기 찬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젊은 직장인들이 대학촌으로 모이고 있다.

웨스트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 대학 바로 옆에 몇 달 전 고급 아파트 빌딩이 새로 세워졌다. 건물 자체도 최신형이지만 부대시설들이 여간 화려한 게 아니다. 옥상에 따뜻한 소금물 풀장이 있고, 옥외 TV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대학생들이 모여 파티하기 딱 좋다. 단, 대학생들이 이곳에 입주할 수 있다면 말이다.

웨스트 필라델피아, 마켓 스트릿 3601번지에 세워진 이 고급 아파트는 1만6,900명의 드렉셀 대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건축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근의 U펜, 즉 펜실베니아 대학1만400명 대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들 대학이 모여 있는 대학 도시 유니버시티 시티의 대학 교수나 교직원, 의사 등 전문직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이 대학촌에는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 펜 장로교 메디컬 센터 등 의료시설들이 있어 의사들도 많이 근무를 한다.

유니버시티 시티에는 대략 2,000개의 아파트 유닛이 최근 새로 건축되었거나 조만간 건축될 계획이다. 이들이 입주자로 맞아들이고 싶은 대상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대학원생들. 마케 스트릿 아파트 빌딩을 세운 지역 개발업자는 지난여름부터 이 동네에서 8개 아파트 빌딩을 매입했다. 모두 600개 유닛인 이들 아파트를 새로 수리해서 더 많은 의사나 교수 입주자들을 모을 계획이다.

유니버시티 시티의 주민 5만600명 중 절반 정도는 20세에서 34세 연령층이다. 그리고 이 지역 7만5,000개 일자리 중 3/4는 의료 분야나 교육 분야의 일이다. 대부분 고소득 직종으로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봉급수준 중간에서 상위에 해당하는 일자리 숫자는 80%나 증가했다. 젊은 직원들을 유치하고 싶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무처로부터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호화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건축 붐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채용하고 싶은 사람이 장거리 출퇴근을 싫어한다면 도보로 출퇴근 가능한 고급 아파트는 좋은 해결책이 되기 때문이다.

미 전국 대학촌에서 개발업자들이 학생들 아닌 교직원들을 타깃으로 한 호화 아파트 건설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 중에는 도보로 출퇴근 하며 도시 가까이 살고 싶어 하는 부류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이들 개발업자는 대학도시야 말로 그에 딱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 캠퍼스 가까이 살고 싶어 하는 것이 더 이상 대학생들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활의 연장 같은 것이지요.”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글로벌 도시화 현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브루스 카츠 박사는 말한다.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나 가능한 한 실내보다는 옥외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특히 대학촌을 좋아한다고 그는 말한다.

대학촌 개발에 나선 센추리 스퀘어의 경우 텍사스 A&M 대학 인근 60에이커의 땅에 250개 유닛을 갖춘 호화 아파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애리조나 주립대학 인근에 435개 호화 아파트 건물을 올 봄에 시공할 예정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몇 블록 떨어진 하이드 팍에는 지난 12월 180개 유닛의 15층 아파트 타워를 완공해 문을 열었다.

대학 캠퍼스, 특히 연구중심 대학들은 일과 삶을 함께 즐기기에 좋은 요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 대학 캠퍼스 주변은 이미 활기가 넘치는데, 술집이며 식당들이 즐비하다. 웨스트 필라델피아, 마켓 스트릿 아파트를 지은 서던 랜드 사는 랄리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너 주립대학, 내슈빌의 밴더빌트 대학 인근에도 비슷한 아파트들을 지었다.


대학들로 보면 캠퍼스 인근에 게임방, 강아지 공원 등 재미있는 시설들을 갖춘 번쩍번쩍한 아파트 빌딩들이 들어서는 것을 쌍수로 환영한다. 돈 한푼 안들이고 아주 쉽게 젊은 교직원 후보들의 마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 필라델피아처럼 주거시설이 노후하고 수십년 가난과 범죄로 얼룩진 지역은 특히 그러하다.

오는 3월 드렉셀 대학 부지에는 16층 짜리 새 아파트 빌딩이 세워진다. 164개 아파트 유닛과 아울러 타운홈들 그리고 유아원이 대학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드렉셀 대학의 개발 계획 및 디자인 담당자에 의하면 이런 건물을 지음으로써 동네가 더 안전해지고 모두를 위해서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아파트 가격이다. 렌트비가 싸지가 않다. 3601 마켓 아파트의 경우 지난 8월 아파트 리즈가 시작된 이래 3개 유닛에 입주 계약이 맺어졌다. 남은 리스팅을 보면 427 평방피트의 스튜디오 월세는 1,525달러, 발코니 딸린 698 평방피트의 1 베드룸 월세는 2,025달러, 투 베드룸 아파트는 2,749달러부터 시작된다. 유니버시티 시티의 아파트 렌트비 중간 가 1,450달러 보다 엄청 비싸다.

개발업자들이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이들 새 아파트에 대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 입주를 막기 위해 갖가지 전략을 쓰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학생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비싼 렌트비이다. 학기가 완전히 시작된 후에야 아파트 리즈를 시작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아울러 본인이 아닌 보증인이 아파트 렌트를 내는 입주자는 받지 않는다. 실내 구조도 학생들에게는 맞지 않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들도 알아서 안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파트에 학생들이 밀려들어 일반 입주자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도에 대학생들이 벅적벅적하고 발코니에는 자전거들이 매달려 있으며, 음악이 고막이 터져라 울려 퍼지고 복도에 맥주 통들이 굴러다닌다면 일반 입주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런 상황을 만들 수는 없다고 애리조나 주립대학 인근에 고급 주거시설을 세울 계획인 오푸스 그룹의 선임 부회장 로렌스 포부다는 말한다.

번쩍번쩍하는 고층 아파트를 세워 신규 입주자들이 수백명씩 몰려드는 것을 모든 커뮤니티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통이 복잡해지고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학 캠퍼스 인근에 호화 아파트 건축 붐


<뉴욕 타임스 -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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