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심 고급 아파트 건축 붐… 공실률 상승 이끌어

2016-01-21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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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공실률 상승세-2분기 연속 상승 유지 2009년 이후 처음

▶ 양극화 현상 뚜렷, 고급 아파트만 상승

좀처럼 오를 것 같지 않던 아파트 공실률이 드디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2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아파트 시장도 이제 건물주가 좋은 시절은 다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파트 시장 조사 기관 레이스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공실률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 분기에도 상승했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아파트 공실률 상승세를 진단했다.

■ 공실률 2분기 연속 상승

지난해 4분기 아파트 공실률이 상승했다. 아파트 시장 조사 기관 레이스에 따르면 지나해 4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공실률은 약 4.4%로 전 분기(약 4.3%)보다 약 0.1%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공실률은 전분기인 3분기에도 상승을 기록했는데 공실률이 2분기 연속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폭발적인 임대 수요에 힘입어 좀처럼 오를 것 같지 않던 공실률이 오른 것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최근 급격히 증가한데 따른 결과다. 레이스 따르면 도심 위주로 신규 아파트 건축과 재개발이 최근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

도심 지역에 과잉 공급된 아파트 물량이 외곽 지역 임대 수요 흡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결국 전체 아파트 공실률 상승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 아파트 공급 양극화 심화

지난 10여년간 아파트 공실률은 하락을 거듭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공실률이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교외 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공급된 신규 아파트 물량은 주로 도심 지역 고소득 전문 직 세입자를 겨냥한 물량이 거의 대부분이고 주로 A등급으로 분류되는 고급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도심 지역에만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다 보니 임대가 쉽지 않아 공실률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언 세버리노 레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아파트에 세입자를 채우는데 예상밖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공실률 상승 현상은 주로 A등급 아파트 시장에서만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세버리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A 등급 아파트 건물주들이 불과 2~3년전과 달리 세입자를 찾는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여전히 수요가 높은 외곽 지역 B, C 등급 아파트 공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 공급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레이스의 집계에 따르면 B, C 등급 아파트 공급은 2007~2011년 약 4만4,000채가 이뤄진 것이 마지막이고 2012년 이후 현재까지 거의 ‘제로 공급’ 상태다.

반면 A등급 아파트는 2007년 이후 무려 약 100만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와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지만 텅 빈 아파트만 늘고 있다.

■ 등급에 따라 반대 방향

B 등급과 C 등급 아파트 시장만 따로 떼어낸 공실률은 아직도 바닥을 확인중이다. B, C 등급 아파트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약 3.2%로 3년전 약 4.3%를 기록한 뒤 내내 하락세다.

반면 지난해 3분기 A 등급 아파트 공실률은 약 5.7%로 세입자가 유리한 이른바 ‘테넌트 마켓’ 진입을 앞두고 있다. A 등급 아파트 공실률은 B, C 등급 아파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3년 전(약 4.6%) 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공실률이 등급에 따라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원인은 개발업자들이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고급 아파트 공급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세버리노 이코노미스트는 “A등급 아파트 공실률은 지난 2013년1분기 바닥을 확인한 뒤 계속 오르고 있다”며 “B, C 등급 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매분기 공실률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레이스측은 조만간 등급별 공실률 집계를 발표할 예정인데 A등급은 상승, B, C 등급은 하락하는 현재 상황과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투자자들이 상승 부추겨

임대 수요가 급등하면서 대형 투자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아파트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도 공실률 상승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존의 대형 부동산 투자자들의 도심 지역의 낡은 B, C 등급 아파트를 매입한 뒤 A 등급으로 재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은 사례가 빈번했다.

그중 굵직한 사례로 블랙스톤 그룹과 스타우드 캐피털 그룹의 재개발이 있다. 세계최대 사모투자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은 지난 3년간 약 140억달러 규모의 낡은 아파트를 사들여 왔다. 스타우드 캐피털은 지난해 10월 사우스 플로리다와 덴버 외곽 지역의 아파트들을 약 54억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A 소재 투자기관 트루 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의 로버트 하트 대표는 “불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대형 투자 기관의 엄청난 자금이 B 등급 아파트 매매 시장에 흘러 들어왔다”며 최근 수년간 있었던 아파트 투자 붐에 대해 설명했다.

임대 시장으로 세입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임대료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임대료는 전분기보다 약 0.8% 상승 했다.

레이스에 따르면 건물주들이 요구하는 평균 임대료는 월 약 1,229달러로 치솟았고 실질 임대료 역시 약 1,179달러를 기록했다.

실질 임대료는 무료 임대, 임대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을 감안한 임대료를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임대료 상승세가 2,3분기에 비해 다소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률보다 높은 약 3%대를 웃돌고 있다.

세버리노 이코노미스트는 “공실률 상승이 지속된다면 건물주들의 입김이 약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결국 임대료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트루 아메리카 역시 지난해 약 18억달러 규모의 아파트 매입을 성사시켰다. 그중 약 4분의 3이 B 등급 아파트 매입에 집중됐고 평균‘ 자본 환원율’ (CAP Rate)은 약 5.5%대다. 자본 환원율은 일종의 투자 수익률로 B 등급 아파트의 경우 자본 환원율이 A등급에 비해 약 1%포인트 정도 높게 형성된다.

■ 세입자 비율 사상 최고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4,260만채의 임대 주택(단독 주택 포함)이 임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이후 불과 10년 만에 약 900만 가구가 임대주택 세입자로 급격히 편입되면서 임대 주택 숫자도 함께 증가했다. 세입자 비율은 현재 약 37%로 196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중이다.

전문가들은 임대 주택 부족에도 불구하고 임대 수요가 당분가 줄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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