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웃 불러 ‘인생뒤집기’ 하는 게 진정한 대박

2016-01-14 (목)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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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일간 대접·교제 전도사역 등 세상 속 다가가

▶ 해외 ‘칼람 캠프’통해 청년들 영어 가르치며 선교

이웃 불러 ‘인생뒤집기’ 하는 게 진정한 대박

고승희 담임목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웃 불러 ‘인생뒤집기’ 하는 게 진정한 대박

새해에 열린 새벽 특별기도 집회에서 찬양대가 성가를 합창하고 있다.


이웃 불러 ‘인생뒤집기’ 하는 게 진정한 대박

여름 성경학교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성경으로 연극을 꾸며 발표하고 있다.



거인을 규정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몸 덩어리가 크냐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깊은 성숙도다. 겉과 안, 외형과 내용,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다. 살찌기보다 훨씬 힘든 게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교회도 본연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 덩치를 불리는 일보다 한층 어렵다.

아름다운교회는 출석 교인이 700명 안팎이다. 소형교회에 비교하면 꿈같은 숫자이지만, 이보다 큰 교회도 여럿이다. 하지만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아름다운교회도 거인의 반열에 오른다. 겉치레의 유혹을 뿌리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첨예하게 따르는 길이야말로 가장 큰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교회의 이름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아름다운 교회’라는 속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교회 안과 교회 밖을 향하는 시선이 동일하고, 쏟아 붓는 사랑의 분량에서도 쏠림이 없다. ‘내 교회’에 빠져 허우적대는 비극을 철저히 경계한다.

“교회가 있어서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어야지요. 교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잖습니까. 교인은 교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아름다운 얼굴은 눈, 코, 입 등 사이에 거리의 간격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하나님, 공동체, 세상과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균형과 화합을 갖춰야 아름다워지지요.”

교회의 예산집행도 이같은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하나님과 관계인 예배, 공동체 관계인 교육과 교제, 세상과 관계인 선교와 구제에 각각 3분의 1씩 투입하고 있다. 고승희 담임목사는 교회가 세상에 이미지를 빼앗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데, 상당 부분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세상 보고 교회를 알아달라고 하는 대신, 교회가 세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교회의 ‘인생 뒤집기’(The Great Turning Point)라는 행사는 이 교회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회 밖의 사람들을 초청하는 게 ‘인생 뒤집기’의 핵심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저녁식사를 대접하며 교회의 속살을 보여준다. 비신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교회 용어는 최대한 사용을 자제한다. 집회에 올리는 영상에도 드라마나 영화를 동원하며, 찬양도 친숙하게 들릴 수 있는 곡들만 선정한다.

참석자들이 못 알아듣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부연설명이 필요 없도록 속속들이 배려한다. 마지막 날은 ‘소 한 마리 잡는 날’로 축제를 연다. 500파운드 이상의 소고기로 푸짐한 잔치를 벌인다. 그리고 남은 고기는 냉장고에 저장하지 않고 모두 나눈다. ‘따로 남겨 두지 말고, 깨끗이 나누자’는 의미다.

히브리어로 꿈이라는 뜻의 ‘칼람 캠프’는 중국과 일본,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교회의 영어권 청년들이 영어를 가르치고 오는 사역이다. 선교현장의 대학생들과 교제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예수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켜 준다. 젊은이들은 과외 교습이나 음악회 등을 열어 스스로 경비를 마련한다.

“직접적인 전도가 불가능하니까 언어를 나누는 겁니다. 그런데도 열매가 커요. 가령 중국 베이징대학과 칭화대 등 학생 20명과 캠프를 열었는데 18명이 믿음을 갖게 됐어요. 그 중 12명은 교회에 정착하고 아예 현지 스태프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교회의 학생들도 변화하면서 신앙적으로 크게 성장합니다.”


고 목사는 서울대 출신이다. 미국에 유학 와서는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방끈’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목회는 소탈하다. 세상 엘리트의 체취를 지운지 오래다. 22년 전 전도사 신분으로 담임을 맡은 이후 아름다운교회에서만 목회의 길을 걸었다.

“교육 전도사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우리 교회에서 자란 분들입니다. 얼마 전에는 전원이 그랬습니다, 전에는 명문대에 가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라고 가르쳤어요. 이제는 영적 지도자가 되라고 합니다. 차세대 교회를 이끌 영어권 한인 목회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고 목사의 딸은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지금은 풀러신학교에서 기독교 심리학 석사과정에 있다. 고재근 사모 역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몇 년 뒤 전문적인 기독교 상담사역을 시작할 토대를 쌓고 있다. 한인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크게 결여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교회에는 탈북자 및 조선족 출신 목회자가 교구목사로 일하고 있다. 이 역시 흔치 않은 일이다. 매해 중국인 목회자를 15~20명씩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각종 사역과 목회 노하우를 전하기도 한다.

또 화교교회와 중국인 교회에도 각각 예배당을 나눠주고 있다. 화교교회는 20명이던 게 80명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평신도 집사들이 주축이 돼 미 전역과 한국, 중국 등지에서 힐링캠프를 열어 내적 상처를 치유하고 믿음이 뿌리를 내리도록 돕고 있다.

고 목사는 대대로 이어 온 유학자 가문 태생이다. 유학을 와서 비로소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고 하나님을 만났다. 믿지 못하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세상은 교회가 완전하지는 않아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세상 사람들도 교회의 모순을 떠나 영적 세계를 고민하고 눈을 떠야 합니다. 애벌레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랑나비가 됩니다. 시간은 4차원입니다. 3차원적 눈으로는 4차원을 이해할 수 없어요. 영적 세계를 인정하면 절대적 존재인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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