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몸살·구역질 등 증세, 백신 없지만 50~80% 치료
▶ 부작용 줄인 약들 개발… “안전 주사기 의무화” 제기
C형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면도기를 빌려 쓰거나 손톱깎이, 칫솔 등도 돌려쓰지 말아야 한다.
서울 양천구 D의원에서 70명 이상의 C형 간염 환자가 집단 발병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집단 감염 원인이 D의원의 ‘주사기 재사용’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의료계에서는 “병^의원용 1회용 주사기 가격이 40~100원 정도인데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다. 발병률이 1%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데다 감염 초기에는 환자의 70% 정도가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침묵의 불청객’으로 불린다.
간염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A B C D E F G형 등 7가지가 있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가 혈액에 침입해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감염된 간세포를 파괴한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고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간 손상 범위가 넓어져 중증 질환으로 악화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C형 간염 환자의 15~56%가 20~25년 내 간경변으로 악화되며, 비감염자보다 간염 사망률이 21배 이상 높아 적극적인 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 배시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 환자의 70% 정도는 만성 간염을 앓으며 이를 방치하면 30~40%는 간경화나 간세포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C형 간염 환자는 술을 절대로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을 끊지 않으면 간경화로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져 간세포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C형 간염은 수혈이나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오염된 주사기, 소독되지 않은 침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쉽게 감염된다. 최근 피어싱이나 문신의 일종인 반영구 화장을 하는 과정에서 소독되지 않은 바늘이나 염색약을 재사용하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맥주사 약물을 자주 맞거나 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등을 돌려쓰는 과정에서도 감염되기도 한다. 심지어 병원에서 불법적으로 급성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다가 감염되기도 한다.
증상은 감기몸살 증세, 전신 권태감, 메스꺼움, 구역질, 식욕 부진, 오른쪽 위쪽 배 불쾌감 등으로 경미하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한다면 치료가 가능하다. 안상훈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 치료율은 50~80%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C형 간염은 혈액주사와 HCV RNA 검사 등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C형 간염으로 진단되면 주사제(페그인터페론)와 먹는 약(리바비린)을 6개월~1년 정도 같이 맞고 먹으면 유전자 1형의 경우 50~60%, 유전자 2형은 70~80% 정도 완치된다. 최근 부작용을 크게 줄이고 치료율을 높인 먹는 약이 속속 개발됐다. 다클린자^순베프라(BMS제약)를 비롯, 소발디^하보니(길리어드), 비키라팩(애브비), 올리시오(얀센), 빅트렐리스(MSD) 등이다.
한편, 이번 집단 발병사건이 ‘1회용 주사기 재사용’때문에 발생한 것과 관련, 한 번 쓴 주사기는 주사침이 주사기 몸통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등의 방법으로 재사용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안전주사기 사용을 반드시 쓰도록 관련 법령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