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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골수성백혈병 표적 치료제

2015-12-08 (화) 신호진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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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중년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6개월 전부터 계속 피로하고 왼쪽 옆구리가 뻐근하고 불쾌했다고 한다. 왼쪽 옆구리를 만져 보니 비장이 커져 있고 혈액검사에서는 백혈구와 혈소판이 늘어나 있었다. 골수검사를 해보니 세포들이 꽉 차 있어 빈틈이 없었고 염색체 검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보였으며, BCR-ABL 유전자가 양성이었다. 혈액암 일종인 만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돼 2세대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했다.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9번째와 22번째 염색체가 서로 자리를 바꾸는 이상으로 생긴 병이다. 이로 인해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만들어져 정상적으로는 떨어져 있어야 할 BCR, ABL이라는 유전자가 서로 달라붙어 BCR-ABL 융합 유전자를 만든다. 이 융합 유전자를 설계도로 해 만들어진 단백질 물질이 혈액세포에 계속 자라게 만드는 성장신호를 만들어내 혈액세포가 분열^증식을 끊임없이 지속하게 된다.

최근 건강검진을 많이 하면서 증상이 없이도 우연히 백혈구가 증가된 것을 알고 병원을 찾아와 이 병을 진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질환으로 혈액검사를 하는 도중에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환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며 심지어‘ 과연 내 진단이 맞는 것인가? 내가 정말 백혈병인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이 병은 ‘치료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우수한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됐다.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기만 해도 거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1세대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에 이어 2세대 표적치료제인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등장은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기능적 완치를 가능하게 했다. 두 약제 모두 효능 면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사실은 세계학술대회 등에서 매년 검증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슈펙트까지 나왔으며, 계속 더 좋은 치료제가 나올 전망이다.

이처럼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나온 상황에서 환자가 어떤 약물을 선택하는 게 좋은지 고민이다.

환자에게 흔히 받는 질문이 ‘어떤 약이 더 좋으냐’인데, 이에 대해 꼭 맞는 답변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떤 약이 더 효과적인가 문제이기보다 어떤 약이 환자에게 더 적합한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환자 나이, 직장생활 여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 평소 환자가 앓고 있는 동반질환이 무엇인지, 환자 생활패턴이 어떠한지에 따라 약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약물을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담당 주치의와 환자가 충분한 대화로 환자가 처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잘 선택된 표적치료제는 처방받은 대로 정확히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생 약물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은 발병 초기에는 비교적 약물을 제때 복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표적치료제의 뛰어난 효능으로 만성 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대부분 발병 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간혹 자신이 환자임을 잊고 약물 복용을 느슨히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필자가 환자에게 표적치료제의 올바른 복용을 누차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호진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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