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채로운 인재가 몰리는 매력적인 도시 ‘포틀랜드’

2015-11-13 (금) 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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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곳곳에 장미꽃 만발, 전차 등 대중교통 발달해 걸어 다니기 편안한 도시

▶ 카페의 도시 다운타운 재즈 카페 공연장 등 즐비

시대에 따라 사람이 사는 모습이 변화하지만 근본이바뀌는 것은 아니다. 생활습관과 문화와 전통은 달라져도 가족애와 사랑의 무게는 언제나 그대로다. 도시의색깔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때에 맞춰 이런저런 덧칠이 이뤄지지만, 바탕색은 변함이 없다.

포틀랜드의 컬러는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다. 초록색이기도 하고 분홍색이기도 하다가 푸른색을 띠고는 이내갈색이 된다.
그런 만큼 한없는 매력에 끊임없이 빠져든다. 이제좀 아는 듯하면 어느새 새로운 얼굴로 확 다가오며 가슴을 설레게 하는‘영원한 연인’ 같은 도시다.

미국 대륙의 북서쪽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오리건주에서 가장 큰 도시가 포틀랜드다. 어쩌면 외진 시골마을로 버려질 수 있었던 이곳은 세월이 흘러도 시간을놓치지 않았다. 시절에 맞는 스펙을 쌓아가면서도 자신만의 장점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손꼽히게 됐다.
오리건주는 나무로 먹고 살던 지방이다. 서쪽 바닷가를 제외하면 온통 울창한 산림이 대지를 차지하고 있다. 포틀랜드를 비롯해 인구가 몰려 있는 서부 지역도어디 가나 쭉쭉 뻗은 나무들로 뒤덮여 있다. 당연히 나무를 베어 다듬어 파는 목재산업은 오리건주의 중심인포틀랜드의 대표적인 비즈니스였다.

나무를 다루는 과정이 주는 끈기와 인내, 무뚝뚝한표정 안에 담긴 섬세함, 침묵과 지혜가 오늘날에도 포틀랜드 곳곳에 배어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윌러미트 강은곧 바로 컬럼비아 강과 합친다. 강은목재를 운반할 최적의 운송수단이었다. 자연스럽게 포틀랜드에는 수많은교량이 강줄기에 걸쳐 있다. 대부분클래식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리들이다. 다리 구경만 하고 다녀도흥취에 흠뻑 젖을 정도다. 강과 나무그리고 교량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풍경은 사람과 자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포틀랜드의 품격 높은풍경화다.

포틀랜드는 여름 날씨가 무덥지 않다. 건조하면서 대체로 온화하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비가 많이 내린다.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은 장미꽃으로피어났다. 포틀랜드의 별명이 바로‘장미의 도시’다. 포틀랜드에서는 정말 장미를 원 없이 볼수 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주택가 집 뜰에서도, 공원은 물론상점 앞 조그만 공간에서도, 심지어 다운타운 빌딩 숲 가운데서도 장미꽃이 공들여키워진다. 자칫 목재더미에 빠질 뻔한 도시는 장미에게서 구원을 받았다.미국의 대도시 중에서 가장 공해가 없는 곳은 어디일까? 포틀랜드는 언제나 최고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는다. ‘로컬 푸드’ (Local Food)라는개념을 선도하는 도시로 세계에서도서너 손가락에 든다. 주민들은 시에서 나눠 준 동네 텃밭에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키운다. 그리고 서로 유통하며 교환하고 무공해 환경을 지켜나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크게 새 집을짓고, 벤츠나 BMW를 굴리고, 도시에고층 빌딩을 올리는 일은 이곳에서는자랑거리가 아니다. 걸어다니기 편안한 도시, 도시를 가로지르는 전차와전기버스 등 대중 교통망이 잘 갖춰진 도시, 자전거족이 넘치는 도시가포틀랜드다.포틀랜드는 고요한 시골 목재도시에서 2차 대전과 1960년대를 지나며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지금은 아는 사람만 아는 디자인 산업의 핵심도시다. 내로라하는 디자인업체들이 속속 포틀랜드에 둥지를 틀고 있다. 소박하고 겸손하면서도 내면에 숨겨진 폭발적인 감흥의 매력에자유로운 영혼들이 안식을 느끼는 탓이다. 운동화로 이름을 떨쳐 지금은글로벌 토털 패션 기업으로 성장한‘아디다스’가 훌륭한 표징이다.

이런 까닭에 포틀랜드의 정치적성향은 진보다. 대륙의 중서부를 지나며 보수 일색이던 미국의 정치 나침판은 포틀랜드에 와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게 된다. 그런가 하면 포틀랜드는 어느 도시보다도 가톨릭 교인이 많은 곳이다. 종교 인구의 35%를 가톨릭 신자가 차지할 정도다. 시내에는 고풍스러운 성당과오랜 역사를 갖춘 가톨릭 학교 등이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이 도시의 진보적 분위기가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도드라지게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포용하는 포틀랜드의 환경이 21세기 들어 최고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다채로운 인재가몰리고 도시의 기운이 치솟으면서 창조적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탄력을받으며 뻗쳐 나가고 있다. 깨끗한 목재의 도시라는 기본 바탕 위에 장미가 꽃 피고 이제는 디지털 파워가 얹어지고 있다.이 도시에는 포틀랜드에서 일하며강 건너 워싱턴주에 사는 주민 아닌주민이 많다. 워싱턴주는 세금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포틀랜드에는 미전역에서 유일하게 메트로폴리탄 지방 정부가 운영되고 있다. 시장과 네 명의 커미셔너를 직접 선거로 선출해 포틀랜드는 물론메트로폴리탄 지역을관리하는 행정부를 구성한다. 그리고 포틀랜드 메트로폴리탄 정부는 대대로 최고 수준의 환경보존과 개발제한 정책을 유지해 가고 있다.

그러나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발을 디디면자유로운 열기에 놀라게 된다. 카페의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극장, 공연장, 커피샵과 레스토랑 등이 격조 있게 우아한 치장을자랑하며 발길을 끌어당긴다.

포틀랜드의 숨겨진 또 다른 매력적색깔과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재즈카페의 창가에 앉아 늦가을 비가 내리는 돌길을 바라보고 있어도 낯선이방인의 부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젠틀하고 청량하면서도 친절하고개방적인 포틀랜드를 생각하면 언제든 다시 달려가고 싶다.

<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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