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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백내장 수술이란

2015-11-10 (화) 김용제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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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많은 병을 쉽게 고치는 마술 같은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레이저로 백내장 수술을 한다는 정보에 흥미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면 레이저는 고도의 에너지를 지닌 특수 광선이고 의학에서는 이 강한 광선이 닿는 물체가 파괴되는 것을 이용해 생체의 일부를 자르거나 분해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백내장 수술에는 두 단계가 있는데 첫째는 맑고 투명하던 눈 안의 수정체(렌즈)가 흐려져 백내장이 된 것을 제거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라진 렌즈를 대신할 인공 수정체를 그 자리에 넣는 것이다.

이 첫 번째 단계인 수정체 제거는 초음파 속도로 진동하는 약 1밀리미터 구경의 빨대 같은 장치로 수정체를 유화(액체화)하면서 동시에 빨아내는 것으로 수정체 유화술(phacoemuls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백내장 수술의 제일 크고 중요한 부분이다.


이 과정에 앞선 준비로 빨대를 집어넣을 2~3밀리 길이의 입구를 각막에 만들고(각막절개) 수정체 껍질 일부를 바늘 끝이나 핀셋으로 벗겨내는데 이 두 과정을 레이저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레이저로 수정체를 미리 갈라 놓으면 유화과정이 다소 수월해지기도 한다. 즉 레이저가 백장을 제거해 주는 게 아니고 전체 수술의 일부분, 시간적으로는 몇 분의 일 부분을 종전 방법 대신 해주는 것이다.

그런 레이저 사용이 결과적으로 무슨 큰 장점이 있느냐는 것이 관점이다. 위에 말한 각막의 2~3밀리 절개를 다이아몬드나 다른 예리한 칼로 하는 데는 바늘 한 번 찌르고 나는 일이초 정도 걸리고 수정체 껍질 벗기기도 수초면 끝나는 간단하고 빠른 과정을 레이저로 하게 되면 수십만달러의 거대한 레이저 기계 사용에 드는 추가비용이 메디케어나 보험커버가 안 돼 환자 부담이 되고 한 기계로 되던 수술을 두 기계로 하는데 더 큰 수술실 아니면 두 방을 쓰며 전체 수술시간은 더 길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제일 중요한 수술결과 면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전문의들 간에 논의 대상이다.

현재로서는 레이저를 쓰고 안 쓰는 두 방법의 수술 결과는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와 있고 레이저술이 나온지 수년이 지난 현재 몇퍼센트도 안 되는 극소수의 전문의들만이 이 방법을 채택 하고 있는 사실이 이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40여년에 걸쳐 개발 향상돼온 백내장 수술법의 우수성과 좋은 결과는 어느 외과수술이 능가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의료비용의 상승과 경제적 부담이 점점 커가는 지금 증명된 뚜렷하고 결과적인 장점을 주지 못하고 비용과 시간은 더 드는 방법이 새 기계를 쓴다는 명목만으로 널리 쓰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앞으로 그런 단점이 없어지고 장점만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는 레이저를 쓰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레이저 안 쓰는 수술은 결과가 그보다 못한 뒤떨어진 수술이란 인식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김용제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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