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퓨전 사극으로 꾸민 ‘세례 요한의 죽음’ 관객 몰려 연장공연

2015-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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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메시지 중심 각색

▶ 한국 배경·한복 ‘친숙’

퓨전 사극으로 꾸민 ‘세례 요한의 죽음’ 관객 몰려 연장공연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담은 퓨전 사극‘살로메’의 배우들과 제작진.

■극단 이즈키엘의 성극 ‘살로메’
세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를 두고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한계와 역할을 알고 예수가 구세주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명확하게 파악했다. 그의 죽음은 헤롯 왕과 아내 헤로디아 그리고 그녀의 딸 ‘살로메‘와 얽힌 비극이다.

살로메의 아버지는 헤로데 빌립보 2세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 빌립으로 묘사된 인물이다. 어머니 헤로디아는 대제사장 시몬의 딸로 딸을 통해 헤롯 왕을 종용해 세례 요한의 목을 베게 만들었다.

살로메는 훗날 트라코니티아의 분봉왕인 헤로데 빌립보 1세와 결혼했지만 그가 죽자 헤로데 대왕의 증손자 아리스토불루스와 재혼했다. 성경에는 살로메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리스토불루스와 살로메의 초상이 새겨진 동전이 다수 발견될 만큼 실존 인물이었다.


세례 요한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연극 ‘살로메’가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인근에서 공연되고 있다. 성경의 내용을 전하는 이 연극에 보기 드물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다. 무대에 올린 첫 주에는 입장권이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초 공연 스케줄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4일까지 토요일 오후 8시 네 차례 막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연은 12월26일까지 대폭 연장됐다. 4회 예정이던 공연이 10회로 늘어난 것이다.

극단 이즈키엘 전수경 대표는 “관객의 반응이 놀라울 만큼 뜨겁다”면서 “퓨전 사극으로 각색한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연극을 관람하고 나오는 관객들이 한결같이 ‘친숙하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살로메’의 배경장소는 유대 땅이 아니다. 모든 배우는 한복을 입고 나온다. 성경 속 세례 요한과 주변 인물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퓨전 사극 ‘살로메’의 성공 배경에는 출연진의 전문적인 공연 수준이 자리 잡고 있다. 임관규 무용단의 한국 전통무용과 이즈키엘 단원들의 혼신 어린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이민사회에서 접하기 힘든 본격적인 무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살로메는 헤롯 왕의 생일잔치에서 춤을 춰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리고 어머니인 헤로디아의 명령에 따라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연극에서 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임관규 안무가는 한국에서 뮤지컬과 각종 무용 공연에 큰 족적을 남긴 ‘대선배’ 전문가다. 그의 실력이 신앙에 얹어져 빛을 발했다.

전 대표는 “살로메의 이야기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선정적인 내용과 퍼포먼스로 실제 역사와 복음적인 메시지를 많이 왜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살로메는 하나님께서 전하시고자 하는 성경 속 메시지를 중심으로 창작했다”고 강조했다.


또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전통 한국 무대 배경과 대사 양식으로 전하면서 격동하는 살로메, 헤로디아, 헤롯의 운명과 엮어 한층 드러매틱한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극단 이즈키엘은 각 분야에서 실제로 몇 십년간 활동하고 있는 연극 전문가들이 이끄는 전문적인 극단이다. ‘관객을 성도에서 일반인으로 확대시키자’는 게 극단의 취지다. 전문가다운 공연을 통해 비기독교인들을 성극의 관객으로 끌어 모으자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창단 이후 정기적인 웍샵을 통해 전문 예술인을 발굴하고 1년에 두 번 이상 작품을 발표해 ‘생명의 예술’을 기독교인을 비롯해 일반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즈키엘은 에스겔 선지자 이름의 본래 발음이다.

이즈키엘 소극장 주소 2515 Beverly Blvd. LA, 문의 (213)200-0021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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