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목사와 갈등 막으려면…

2015-10-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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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목사 리더십 확립위해 일정 기간 교회 떠나야

은퇴목사와 갈등 막으려면…

사진은 지난해 한 이민교회에서 열린 담임목사의 은퇴예배 및 원로목사 추대식 모습.

■ 라이프웨이 리소스 제언 7

사랑과 집착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소명 의식과 오랜 헌신까지 겹치면 분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여기에 주변의 부추김까지 더하면 애당초 순수했던 사랑의 의미는 변색되기 쉽다. 인간의 한계이고 모두의 숙명이다. 은퇴목사를 둘러싼 교회의 잡음과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교회에서 원만하고 아름다운 리더십의 계승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구태여 소문을 내지 않을 뿐이다. 또 수십 년간 교회를 이끌어 온 은퇴목사의 노후를 염려하고 응원하는 일도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몫이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리소스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26일 교회의 원만한 리더십 교체와 은퇴목사의 역할에 대한 일곱 가지 제언을 공개했다. 한인교회보다는 덜하지만 미국교계 일부에서도 은퇴목사와 관련된 분란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레이너 목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미국에서만 하루에 1만 명씩 은퇴하고 있으며 앞으로 2029년까지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 목회자들이 대거 은퇴하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문제로 부각되는 건 상당수 베이비붐 세대 목사들이 은퇴 이후에 기존의 교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옳고 그른 판단을 떠나 목사들과 성도 모두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교인들이 은퇴목사에 대한 기대치를 바꿔야 한다고 레이너 목사는 강조했다. 이전처럼 교인들을 섬기길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공정한 기대도 아니거니와, 목사가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이전의 위치를 배회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은퇴목사와 관련한 두 번째 조언은 새로 부임한 목사와 관계성이다. 신임 목사와 건강한 관계를 가질 수만 있다면, 오히려 은퇴목사의 존재가 교회에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숙한 지혜와 경험을 나눠 새 담임목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은퇴목사는 새 목사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되면서 건강한 교회를 위한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은퇴목사가 일정 기간 교회를 떠나는 것도 필요하다. 새 목사는 목회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세워 가야 하고 교회 또한 이를 지원해야 한다. 아무래도 은퇴목사가 버티고 있으면 어려워지는 일이다. 레이너 목사는 최소한 일년 간은 교회를 가지 말라고 은퇴목사에게 권고하고 있다. 새로 온 담임목사에게 사역을 전개하고 지도력을 구축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은퇴목사가 교회에서 대우를 받으며 머물 기간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를 오랫 동안 떠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소한 일년은 ‘별거’ 생활을 해야 하지만, 7년 이상 은퇴목사로 지낼 작정이라면 더 긴 시간 동안 일단 교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밖에도 은퇴목사는 자신이 섬기던 교회에서 ‘교인들의 목회자’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새 목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도가 아우성을 쳐도 응답해야 한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은퇴목사가 할 일은 성도 앞에서 새 담임목사를 앞세우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진정한 리더십의 교체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후임 목사에게 목회 차원에서 부담이 되는 존재가 돼서는 절대 안된다. 만일 은퇴목사가 새 목사의 사역에 불편함이라도 표시하게 되면 교회는 아군과 적군으로 갈리게 된다. 성도는 어느 편에 서야 할 지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 내몰린다. 교회에 재앙이 닥치는 것이다.

후임 목사도 전임 목사가 진행해 온 사역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은퇴목사의 잘못과 똑같이 교회를 분열로 내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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