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리 소문 없이 팔리는 주택 늘어난다

2015-10-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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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물 부족 지역일수록 문의 늘고 거래 많아

▶ 가격대도 보편화 추세 20만달 미만도 있어

소리 소문 없이 팔리는 주택 늘어난다

최근 매물 부족이 극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포켓 리스팅 거래가 늘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팔리는 주택 늘어난다

소리 소문 없이 팔려나가는 매물을 포켓 리스팅이라고 한다. 일반인에게 공개 되지 않고 일부 관심 구입자들에게만 정보가 제공되는 매매방식이다. AP>

■ 포켓 리스팅 시장 분석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이른바 ‘포켓 리스팅’(pocket listing)이 대중화 추세다. 포켓 리스팅은 극히 제한된 잠재 구입자들에게만 공개돼 거래 성사여부가 타진되는 매물이다.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부유층이나 유명인들이 집을 팔 때 주로 사용하는 매매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매물부족으로 주택 구입난이 극심한 지역으로 포켓 리스팅을 찾아달라는 구입자들의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포켓 리스팅은 조건만 맞으면 경쟁을 피해 주택구입이 이뤄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는 포켓 리스팅 시장을 분석해 본다.


■ 소리 소문도 없이 팔려


월스트릿 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 DC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주택이 최근 소리 소문도 없이 주인이 바뀌었다. 가로수가 우거진 길가에 위치한 이 벽돌 주택은 평소에 눈독을 들이던 구입자가 많아 매물로 나오면 극심한 경쟁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매물 사인이나 오픈하우스 소식도 없이 조용히 팔려 나간 것이다.

시장에 내놓는 일반적인 판매방식 대신 잠재 구입자들에게만 매물 소식을 알리는 이른바 포켓 매물 방식으로 처분됐기 때문에 일반 구입자들이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판매대행을 받은 리스팅 에이전트는 기존의 방식대로 매물을 MLS에 등록하지 않고 구입에 관심을 보여 온 4명의 개발업자를 한 날 불러 집을 보여줬다. 개발업자 모두 주택을 여러 유닛짜리 콘도로 재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날 리스팅 에이전트의 호출에 응했다.

셀러는 이틀 뒤 약 176만달러를 써낸 개발업자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셀러가 포켓 리스팅 방식을 택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셀러는 80대의 고령의 부부로 장애를 지닌 남편과 함께 일일이 집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 리스팅 에이전트가 확보해 둔 바이어가 마침 개발업자라 집을 깔끔히 청소하는 부담도 덜 수 있었다는 것이 노부부가 포켓 리스팅 방식을 통해 집을 처분한 이유다.


■ 포켓 리스팅 매매 증가

포켓 리스팅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조용히 팔린다고 해서 ‘장외’(off market) 매물 또는 ‘고요한’(whisper) 매물이라고도 불린다. 포켓 리스팅이라는 명칭은 판매대행을 의뢰받은 에이전트가 매물정보를 개인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가 적절한 구입자에게만 제공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최근 매물 품귀현상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포켓 리스팅을 통한 주택거래가 늘고 있다.

포켓 리스팅은 공식 등록매물이 아니기 때문에 집계가 쉽지 않다.


각 지역별 집계기관은 MLS에 등록되지 않고 매매에 의해 소유권이 변경됐거나 등록 하루 만에 매매된 거래를 포켓 리스팅으로 추산한다. WSJ에 따르면 올해까지도 높은 주택 매매율을 보이고 있는 워싱턴 DC의 경우 포켓 리스팅을 통한 거래가 5년 전 약 6.7%에서 올해 약 8.5%로 증가했다.

덴버 지역은 지난해 소리 소문 없이 팔려나간 주택이 전체 거래 중 무려 약 15%로 2011년 보다 2배나 늘었다. 극심한 매물 부족현상이 겪고 있는 북가주 실리콘 밸리 지역도 포켓 리스팅 거래비율이 매우 높다. MLS 등록 없이 매매된 매물은 지난해 전체 중 약 17%나 차지했는데 역시 수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합법과 불법 사이, 애매한 경계

포켓 리스팅을 통한 주택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불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에이전트들의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불법과 적법성을 따지기 전에 포켓 리스팅에 대한 찬반론이 항상 뜨거운 것도 한 번쯤 관심 가져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주가 포켓 리스팅을 규제하는 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동시에 에이전트는 고객의 최상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무규정은 두고 있다.

포켓 리스팅의 특성상 고객의 주택이 최상의 가치에 팔리는지를 판단하기가 불분명한 것이 논쟁의 불씨다. 셀러의 적절한 동의 없이 에이전트 독단적으로 포켓 리스팅 방식을 선택했다가 셀러와 에이전트간 법적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대목이다. 셀러가 포켓 리스팅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고 본인의 요구에 맞는다고 동의했을 때 포켓 리스팅을 통한 주택매매가 적법화될 수 있다.

일부 반대론자는 포켓 리스팅이 반 시장 경쟁적인 방식으로 경쟁을 통한 매매가 이뤄져야 적절한 시세대로 매매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판매 절차와 관련된 여러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셀러가 주로 판매 주도권을 쥔다는 장점 때문에 포켓 리스팅 방식이 자주 활용된다.


■ 포켓 리스팅 에이전트 귀한 몸

매물 품귀현상이 심한 지역일수록 포켓 리스팅을 많이 보유한 에이전트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포켓 리스팅을 확보하면 불필요한 출혈경쟁 없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포켓 리스팅을 찾아달라는 문의도 늘고 있다. 주택 구입자가 포켓 리스팅을 직접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고 지역 전문 에이전트들을 통한 확보가 유일한 수단이다.

에이전트가 지역 전문가로 협력 에이전트나 과거 주택매매를 도왔던 주택 소유주들과 활발한 네트워킹을 하는 경우 포켓 리스팅 가능성이 높은 주택에 대한 정보에도 정통하다.

또 최근에는 부동산 중개업체 내부에서 리스팅으로 나올 것으로 확실시되는 경우 내부 에이전트들에게 주택시장에 내놓기 수일 내지 수주 전 미리 리스팅 정보를 배포하기도 한다. 이같은 내부 리스팅을 확보해도 과열경쟁에 앞서 매물을 구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포켓 리스팅 가격대 보편화

포켓 리스팅은 프라이버시 보장을 받고 싶어 하는 연예인이나 부호들이 집을 팔 때 주로 사용하던 방법이다.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사망해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 또는 갓 출산해 경황이 없을 때도 포켓 리스팅을 통한 주택판매가 사용되기도 한다.

기업 고위층이 회사 측이 주택매매 사실을 알기 원하지 않을 때 포켓 리스팅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진정한 프라이버시 목적이 아닌 포켓 리스팅이 늘고 있다.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집을 보여주는 등의 번거로움을 최대한 피해 적절한 구입조건을 갖춘 바이어들만을 대상으로 주택 매매를 타진하려는 셀러가 늘고 있다.

포켓 리스팅의 가격대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고급 주택 리스팅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포켓 리스팅에 대한 문의가 최근에는 50만달러 미만, 심지어 20만달러대 셀러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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