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 악화됐다”
2015-10-13 (화) 12:00:00
▶ 미국인 41%가 응답… 3년 전보다 8%p 급증
▶ 기독교인 77% “침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시위 현장.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 이후 미국에서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의문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성경의 창조적 원칙에 따라 신앙 생활을 지킬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켄터키주에서 킴 데이비스 법원서기가 동성애자에게 결혼 증서 발급을 거부해 투옥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종교의 자유와 동성결혼의 대립을 둘러싸고 논쟁은 크게 가열되는 추세다. 믿음에 따라 동성결혼을 반대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기독교계의 주장이 과연 관철될 수 있을까.
최근 미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의 무려 41%가 ‘지난 10년 동안 종교의 자유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2년 33%였던 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에 8%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세계에서 어느 나라보다 종교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던 미국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리서치는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 동안 종교의 자유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을 조사해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우려는 모든 계층에서 골고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18~31세의 밀레니얼 세대 젊은이들조차 종교의 자유가 점점 더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3년 전에는 이에 동조하는 비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4%로 9%포인트나 치솟았다. 더구나 30대와 40대 중반까지 X세대에서는 29%에서 42%로 13%포인트가 폭등했으며 베이비부머 세대에서도 38%에서 46%로 8%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기독교인 사이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고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거셌다.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의 경우 2012년에는 60%가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올해는 77%가 여기에 동의했다. 성경의 원리에 충실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종교의 자유에 대해 얼마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이와 함께 복음주의 크리스천은 ‘향후 5년간 종교의 자유가 한층 제한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68%가 ‘그렇다’고 대답해 최고 비율을 보였다.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에 가장 반대하는 그룹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크리스천을 포함해 교회 예배에 출석하는 기독교인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최근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종교의 자유가 악화됐다고 대답한 기독교인은 3년 전 44%였지만 지금은 52%로 과반수를 넘었다. 또 앞으로 5년 동안 이런 성향이 심화될 것으로 본다는 대답은 42%에서 48%로 증가했다.
바나리서치의 데이빗 킨너만 대표는 이전 조사 결과에 대해 “청년층에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띠는 변화”라면서 “3년 전 만해도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최소한 종교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는 의식이 번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