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황님, 낙태·피임문제 너무 진보적 이세요”

2015-09-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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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배정의·이민자 포용엔 지지 의견이 훨씬 많고

▶ 동성결혼은 찬반 팽팽… 환경문제엔 더 진보성 요구

“교황님, 낙태·피임문제 너무 진보적 이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떠나기 전 27일 워커 가족을 만났다. 워커 가족은 교황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194일 동안 낡은 밴을 몰아 필라델피아로 갔다.

■ 프란치스코 교황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 입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엿새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27일 로마로 돌아갔다. 방미기간에 교황은 가톨릭 신자는 물론 각계각층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교황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민감한 현실 이슈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물론 동성결혼, 낙태, 빈곤퇴치, 기후변화 등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촉구한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은 엇갈린다. 과연 미국인은 교황의 이같은 정책적 입장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바나 리서치는 교황의 방미에 앞서 지난 8월 미 전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뒤 최근 발표했다. 현대인들이 종교와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기피하는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자료다.


현재 미국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성결혼 문제를 놓고, 교황의 정책에 대한 미국인의 의견 역시 깊은 골을 드러냈다. ‘동성결혼에 대해 교황이 너무 진보적이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17%로 조사됐으며 이와는 반대로 ‘너무 보수적이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15%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교황의 입장이 옳다’는 답변과 ‘모르겠다’는 응답이 각각 34%로 동일하게 나왔다. 각각 비등한 수준의 대답이 나온 것이다. 바나 리서치는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미국사회가 동성결혼 찬반을 둘러싸고 얼마나 극명하게 갈라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통계”라고 밝혔다.

교황은 이번 방미기간 빈부격차에 따른 빈곤의 심화와 이민정책에 대한 문제를 적극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분배 정의를 보다 앞세우고 이민자에 대해서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같은 이슈에 대해 미국인은 절반에 육박하는 47%가 ‘옳다’는 응답을 보냈다. ‘모른다’는 대답은 27%를 차지했고 ‘너무 보수적’과 ‘너무 진보적’이라는 입장이 모두 13%로 똑같이 나왔다.

산업계의 이해관계와 얽혀 좀처럼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교황의 정책이 ‘옳다’는 대답이 41%, ‘모르겠다’는 사람은 33%, ‘너무 진보적’이라는 답변은 12%, ‘너무 보수적’이라는 반응이 15%로 조사됐다.

낙태와 피임에 대해서는 교황의 입장이 진보적이라는 대답이 다른 항목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낙태의 경우 ‘교황의 입장이 옳다’가 37%, ‘모르겠다’가 33%였지만 진보와 보수가 큰 차이를 보였다. ‘너무 진보적’이라는 사람은 21%를 차지한데 비해 ‘너무 보수적’이라는 의견은 9%에 머물렀다.

피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대답이 34%로 가장 많았고 ‘옳다’는 답변은 31%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항목에서도 ‘너무 진보적’이라는 답변이 23%로 조사됐지만 ‘너무 보수적’이라는 사람은 12%에 그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결혼과 이혼문제에 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40%는 교황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모르겠다’는 사람은 32%였다. ‘너무 진보적’이라는 의견과 ‘너무 보수적’이라는 견해는 각각 18%와 11%로 집계됐다. 낙태와 피임, 이혼 등의 이슈에서 전통적인 가톨릭 교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직 상당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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