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통사고로 두 딸 잃고 아내 장애 비전 발견 계기”

2015-09-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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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도우면 선교 저절로

▶ 휠체어·의족·크러치 등 11개국 5만여명에 보내

“교통사고로 두 딸 잃고 아내 장애 비전 발견 계기”

샬롬장애인선교회 대표 박모세 목사가 선교기금 모금을 위한 독창회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샬롬장애인선교회 16년째 이끄는 박모세 목사]

불행한 일을 당하면 하나님을 원망하기 쉽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교인도 고난이 커지면 지치고 믿음이 흔들린다. 진정한 제자의 길을 갈 것인가 갈림길 앞에 선 시간이다. 그러나 연단의 터널을 통과한 그리스도인에게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기독교인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여정이다.

박모세 목사는 지난달 독창회를 가졌다. 샬롬장애인선교회를 16년째 이끌어온 그가 새삼 콘서트를 열었다. 중후한 음성의 소유자인 박 목사는 성악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일찌감치 포기한 길이다.


다시 무대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꿈이 아닌 하나님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천대받고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장애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려는 그의 영적 몸부림이었다.

“선교는 에너지 자체입니다. 선교를 하면 힘이 솟구칩니다. 남가주에서만 사역을 했으면 벌써 지쳐 떨어졌을지 모릅니다. 장애에는 국경이 없어요. 빈부 고하를 떠나 누구에게나 선교 효과가 아주 커요. 선교사가 모두 추방돼도 장애인 사역자는 살아남는 것도 그 때문이죠.”

샬롬장애인선교회는 미국은 물론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 나라의 장애인을 상대로 사역을 벌이고 있다. 대상 국가만 11개국에 달하고 이제까지 5만여명이 그리스도인의 도움을 받아 예수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번 달에도 키르키스탄, 캄보디아, 요르단으로 네 대의 콘테이너가 출항한다. 그 안에는 휠체어부터 의족과 의수, 크러치 등이 가득 실려 있다. 선교지에서는 누군가의 팔이 되고, 다리가 되며, 살아갈 힘이 될 것들이다.

박모세 목사는 항상 박성칠 사모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출근준비를 하는 데만 매일 서너 시간이 걸린다. 중증장애인 사모를 챙기는 일은 올곧이 박 목사의 몫이다. 그의 지극한 아내 사랑은 이미 유명할 정도다. 하지만 박 사모는 기도와 열정의 동반자다. 몸은 힘들어도 격려와 용기 그리고 신뢰를 서로 주고받는다.

박 목사 가정은 26년 전 교통사고로 열한 살, 아홉 살 난 두 딸을 잃고 부인은 장애인이 됐다. 회사에서 일하던 박 목사는 사고를 피했다. 자칫하면 하나님을 떠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오히려 사명을 깨닫고 이제껏 목회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사모를 보면서 위안을 받아요. 사모는 24시간 통증에 시달립니다. 땀이 나지 않아서 몸 안이 열 덩어리에요. 하지만 아내의 장애를 통해 하나님은 비전과 사명을 주셔요. ‘영적 장애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박 목사는 사역을 통해 천국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딸을 이 땅에서 볼 수 없는 부부는 누구보다 천국의 소망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지구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사역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박 목사는 지난번 콘서트 연주를 녹음해 음반을 출시했다. 기념으로 만든 게 아니라 선교기금을 한 푼이라도 모으기 위한 노력이다.

“지금은 실천이 없어서 복음을 떠나는 세상입니다. ‘나도 희생하겠다’고 나서는 게 그리스도인 아니겠어요? 그러면 하나님이 도우시고 힘든 일도 극복이 가능하게 되더군요. CD를 들으시며 장애인의 영육을 살리는 일에 동참해 주시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CD에 담긴 ‘주가 세상을 다스리시니’ 찬송가를 부르면서 박 목사는 또 울었다. 떨칠 수 없는 딸들을 향한 그리움, 아내의 고통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덮는 절대자의 사랑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이다.

문의 (323)731-7724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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