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가 하락… 주택시장에 부정적 요인 아니다

2015-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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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시장 불안사태 경기 침체 무관

▶ 시중 금리 떨어져 모기지 이자율도 하락

[주식, 주택에 미칠 영향]

주식 투자자들에게 8월은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 한 달이다. 중국발 증시 폭락 소식으로 미국 증시도 8월 내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기류에 휩싸였다. 결국 반등을 시도하며 안정적인 모습으로 8월을 마감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도에는 이미 큰 상처를 남겼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주식 시장 불안이 주택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이미 여름철 성수기가 끝나는 시기라 주택 시장 관계자들은 주택 수요 변동 상황에 어느 때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리얼터 닷컴 매거진이 진단한 주식 시장 변동성이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알아본다.



■ 주식시장 불안요인부터 파악

올해 8월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달이 될 것이다. 8월25일 기준 직전 6일 거래일 동안 S&P500 지수는 무려 약 13%라는 낙폭을 기록했다.

만약 주가가 별다른 반등 시도 없이 8월을 마감했더라면 주식 거래 사상 5대 폭락(월별 대비) 중 하나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다음날인 26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여준 덕분에 전달대비 약 8% 하락에 그치며 투자자들은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불안한 주식 시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의 다음 고민은 주택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다.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주택 시장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미칠지가 의문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변동성의 원인에 따라 주택 시장이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라진다.


■경기침체와 무관한 주가폭락 여러 번

주식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기록적인 주가 폭락이 있었던 12달 중 8달은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중에 나타났다. 나머지 4달은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주가 폭락이었다.

8번의 주가 폭락은 경기 침체가 한창 진행되고 기업들의 저조한 수익 전망이 이어진 뒤에야 주가 하락이 시작되는 일종의 ‘시장 조정’(Market Correction) 현상이 주원인이었다.


‘선 경기 침체, 후 주가 폭락’때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현상은 주가 폭락 시기 전후로 한 대규모 실업 사태 발생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가중되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결국 소비자 신뢰도까지 추락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게 된다.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결국 주택 거래가 하락하고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택 시장마저 침체기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 9.11 테러로 주가폭락 뒤에도 집값은 급등

나머지 4달은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1987년 10월과 11월 당시 S&P500 지수가 각각 약 25%씩의 폭락을 기록했는데 이전까지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이후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과 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던 2011년 8월에도 주가 폭락이 각각 한차례씩 있었다.

모두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등 시장 조정 현상을 겪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 시장은 주가 폭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로 주가 하락이 일시적으로 일어났지만 이후 2007년까지 주택 시장은 사상 유례 없는 호황기를 지속했다. 주가 폭락 뒤에도 고용 시장이 성장을 거듭해 실업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뒤따랐다. 소비자 신뢰도는 오히려 개선되면서 주택 가격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주식처분 수익’ 구입자만 일부 감소

그러나 주가 하락 현상이 수개월간 이어질 경우 주택 거래와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주택 구입자 중 일부는 주식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구입자 5명중 1명꼴로 주식이나 채권 처분 수익 또는 401(k)나 IRA 등 은퇴 연금 계좌를 담보로 대출받아 주택 구입에 나섰다.

최근 주가 폭락에 영향을 받은 주택 구입자 중 약 20%가 향후 수개월동안 주택 구입을 미루거나 취소할 경우 주택 거래 감소가 불가피 해질 것으로 볼 수 있다. 매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주식 시장 불안에 따른 방문자 감소 현상 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계절적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기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감소인 지를 구분하려면 몇 주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리얼터 닷컴측은 분석중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택 수요가 지난해보다 감소하더라도 주가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요인보다는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구입자들의 기대 심리로 인한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이자율은 오히려 하락

주가 하락이 주택 시장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시중 금리가 떨어져 모기지 이자율도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채권 수익률 하락(채권 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하면 모기지 이자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근 이미 그리스 경제 위기와 중국 증시 불안 현상으로 모기지 이자율이 4% 미만을 유지하며 매우 유리한 주택 구입 여건을 형성중이다. 리얼터 닷컴측은 최근 주식 시장 불안 사태의 요인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주택 거래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이자율이 낮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주택 시장 장기 전망이 밝은 편으로 주택 시장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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