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보는 빠짐없이 공개… 중요한 의사는 문서화

2015-09-10 (목)
크게 작게

▶ 에이전트, 매물 결함 바이어에 설명 후 서명 받아야

▶ 사실과 다른 정보를 과장된 내용으로 설명하는 경우

[에이전트 관련 흔한 송사 유형과 예방책 (상)]

부동산 중개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다. 그런만큼 부동산 중개인과 관련된 이러저런 송사가 잦은 편이다. 오죽하면 상법 중에서도 부동산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있을 정도다. 부동산 거래는 거액이 오고가는 편이라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 거래 중간 중간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기 쉽다. 그래서 셀러와 바이어의 중간에서 양측의 입장과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에이전트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에이전트의 책임이 다른 직업에 비해 무거운 편이고 사소한 일로도 법정에 서기 쉽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고객들로부터 흔히 법정 소송을 당하는 사례와 예방책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 건물 결함 미공개


주택 구매계약을 체결한 바이어가 주택거래 도중 건물 결함을 발견했을 때 에이전트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기 쉽다. 건물과 관련된 모든 알려진 결함은 문서화돼 바이어 측에 공개되어야 하는데 문서화되지 않은 결함이 소송 대상이다. 건물의 구조적인 결함, 무허가 개조, 누수, 갈라짐 현상, 심지어 각종 소음까지 소송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바이어가 건물 결함 미공개를 이유로 에이전트에게 소송을 제기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해당 에이전트가 건물 결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결함 사실을 미공개 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건물 결함 미공개로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에이전트는 알고 있는 결함 사실을 반드시 공개서를 통해 바이어 측에 전달하고 서명을 받아야 한다.


■‘직무태만’(Breach Of Duty)

‘직무태만’ 죄가 큰 회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법정에 가야 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직무태만이다. 고객이 에이전트에게 부동산 거래를 의뢰하는 순간부터 에이전트는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발생한다. 일을 맡긴 고객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정직과 신의성실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에이전트가 신의성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고객이 판단하면 법정에 가기쉽다. 고객은 에이전트가 정직함과 부동산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믿고 일을 의뢰하기 때문에 에이전트에게 고객을 위해 성실히 일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신의성실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것이 소송이 흔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에이전트는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고객을 항상 성실하게 대우해야하고 모든 정보는 빠짐없이 공개하는 한편 중요한 의사소통은 문서화 해야 불필요한 소송을 막을수 있다.



■ 비전문 분야 중개

비전문 분야와 관련된 부동산거래는 가급적이면 맡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일 욕심, 때로는 수수료 욕심 때문에 비전문 분야의 일을 덥석 받았다가 소송에 휘말리기 쉽다.

에이전트가 전문 지역으로 삼고있는 지역과 상당히 먼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의뢰하면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 의뢰 지역의 부동산 거래 관행이 조금 다를 수도 있고 고객층도 다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고객의 최상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에이전트의 의무에 위배되기 쉽다.

부동산 거래 유형에 따라서도 전문성 미달로 인한 소송이 제기되기 쉽다. 주택 전문 에이전트가 상업용 부동산 거래나 사업체 거래의뢰를 맡았을 때도 비전문성 때문에 소송을 당하기 쉽다. 비전문분야의 거래를 의뢰 받았을 때 가장 좋은 대응법은 해당분야 전문 에이전트에게 고객을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는 것이다.


■ 법률자문 제공

부동산 에이전트는 업무 특성상 고객과 개인적인 시간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잦다. 집을 보러 다니기 위해 주말 내내 함께 하거나 중간중간 차를 마시며 개인적인 대화도 나누게 된다.

고객이 거북함 없이 편안하게 느끼는 에이전트가 유능한 에이전트로 인정 받는다. 이러다보니 고객에게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정확히 알고 있는 지식도 함부로 답변하면 소송 사유로 이어진다.

특히 법률 및 세무와 관련된 질문에는 절대 답변을 제공하면 안된다. 부동산 거래는 법률과 세무문제를 떠나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질문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답변을 정중히 거절하고 해당 전문인에게 자문을 의뢰하도록 조언해야 한다.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률 및 세무관련 자문을 제공했다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 사실과 다른 매물 설명

부동산 에이전트의 업무 중 하나는 맡겨진 매물을 잘 상품화 해 최상의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고객을 돕는 것이다. 상품화 과정 중한 가지가 매물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작업인데 설명과 표현 내용에 따라서도 자칫 법정에 서기쉽다.

에이전트에게는 매물을 빨리 팔기 위한 유혹이 항상 발생하는데 유혹에 빠지면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과장된 내용으로 매물을 설명하기 쉽다.

에이전트간 매물 정보를 공유하는 MLS 시스템에 항상 매물 설명난이 있는데 이곳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고객에게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서면으로 된 설명뿐만 아니라 구두로 전달하는 매물 정보도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