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들 대물림 어렵고 경기호전 매매 적기
▶ 주류사회도 비슷...베이비부머 기업매각 6년래 최대
30년 넘게 뉴욕에서 청과상을 운영했던 한인 김모(71)씨는 최근 타인종에게 가게를 넘기면서 씁쓸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가게였던지라 가업으로 잇고 싶었지만 자녀들이 모두 거부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녀들이 잘 자라줘 고맙긴 한데 가업을 잇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뉴욕한인청과협회에 따르면 청과상을 가업으로 잇는 회원 가족은 5%가 채 안된다.
이영수 회장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자식농사를 잘 지어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보니 가업으로 가게를 물려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부모세대가 일궈놓은 가게를 관리하는 자녀들은 종종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30년 가까이 브루클린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한인 박모(75)씨도 최근 자녀가 아닌 다른 한인에게 애지중지 가꿔온 가게를 넘겼다.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로 남 주기 정말 아까웠다는 박씨는 자녀들이 가게를 물려받지 않겠다고 해 부득이 시장에 내놓았는데 일반 가게보다 매상이 2배나 많다는 것을 알고는 업자가 금방 나타나 좋은 가격에 가게를 넘겼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제는 은퇴해 편하게 지내라는 자녀들의 권유로 가게를 내놓게 된 경우다. 뉴욕한인수산인협회에 따르면 수산업을 가업으로 이어가는 회원 가족도 5% 이하로 매우 적다.
롱아일랜드에서 2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최모(68)씨도 비슷한 경우. 부지런함으로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한 김씨는 가게를 큰 아들에게 물려줄 마음이었지만 아들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2년만 더 일하고 은퇴하기로 결심했다. 매상이 워낙 좋은 가게라 곧바로 매물로 내놓을 생각은 없다는 최씨는 믿을 만한 매니저를 고용, 가게는 계속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처럼 이민 1세대가 일군 가업이 대를 잇지 못하는 경우는 한인은 물론 주류사회 베이비부머세대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이민 1세들이 땀으로 일군 가게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는 있지만 자녀들의 거부로 베이비부머들이 주도한 소기업 매각 규모가 6년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소기업 마켓 플레이스인 비즈바이셀닷컴(bizbuysell.com)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올 2분기 매물로 나온 소기업 숫자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전했다. 2009년 2분기 이후 최대 규모의 큰 장이 들어선 것으로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 늘었고 식당(12%), 서비스업(11%), 소매업(9%)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최대 증가율을 기록한 뉴욕은 1년 전에 비해 200%가 늘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산호세 64%를 비롯해 새크라멘토 42%, 샌프란시스코 31%, 샌디에고 18%, LA 7% 등으로 증가했다.
비즈바이셀닷컴은 “소기업 매물은 경기가 호전된 바람에 늘어난 것도 있지만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점과 맞물려 증가한 매물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집을 팔기 위해서 페인트부터 칠하듯 기업을 매각하려면 안정적이고 원활한 오퍼레이션과 함께 건전한 장부가 기본조건인데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다.
실제 올 2분기 동안 실제 거래가 마감된 소기업의 매매건수는 1,913건으로 1분기 1,830건, 지난해 4분기 1,848건보다 많았고 매각 중간 값은 3분기 연속 20만 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기업들도 우량해져 평균 연매출은 45만달러로 사상 최대였으며 현금 유동성의 중간 값은 10만2,995달러로 1년 전 10만달러보다 개선됐다.<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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