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온장로교회 “동성결혼 인정 안돼” 300만달러 재산 포기 PCUSA 탈퇴

2015-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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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의회 97% 찬성 결정

▶ 새로 지은 본당 등 뺏겨

시온장로교회 “동성결혼 인정 안돼” 300만달러 재산 포기 PCUSA 탈퇴

시온장로교회 교인들이 지난 4월 부활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와 일부 교단의 동성애자 목회자 안수 등을 놓고 교단을 탈퇴하는 한인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장로교(PCUSA)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전 등의 재산이 교단의 소유로 규정돼 있어 해당 교회 및 교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성도의 헌금으로 마련한 예배당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교회와 ‘소유권’을 주장하는 교단과 마찰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시온장로교회(담임목사 이철훈)가 300만달러에 달하는 모든 재산권리를 완전히 포기하고 PCUSA 교단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시온장로교회는 지난달 30일 공동의회를 열고 교인들이 투표한 결과 97%의 찬성으로 교단 탈퇴를 결정했다.


이날 투표에 참석한 출석 교인 103명 가운데 100명이 재산을 포기하더라도 교단을 탈퇴하는데 동의했다. 시온장로교회는 PCUSA에 속한 28년된 교회로 5에이커 부지에 새로 지은 본당 성전과 150명이 들어가는 EM 예배실 및 5개의 부속건물을 갖추고 있다.

이철훈 담임목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교회와 대다수 교인의 입장을 밝혔다. 이 목사는 “교회가 속한 새크라멘토 노회는 미국 170여개의 노회 중 처음으로 교회 건물을 못 가지고 나가도록 ‘은혜로운 이별’(GDP) 정책 규정을 지난 5월 노회에서 변경해 건물을 가지고 나가는 길을 원천봉쇄해 버렸다”고 전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당회는 PCUSA를 나가는 제안을 결정하여 공동의회에 상정하였고 오늘 공동의회 결과 97%의 찬성표를 얻어 교단을 나가기로 결정하였다”면서 “종교 다원주의와 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지는 교단에서, 성경의 말씀을 버리고 결혼의 정의를 바꾸어 죄를 죄가 아닌 것처럼 결정한 교단과 믿음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그동안 눈물과 땀으로 지은 성전과 교회 재산을 빼앗기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한 시온교인들이 자랑스럽다”면서 “저도 멤버십과 모든 베니핏을 잃을 것이지만 그래도 하나님 편에 설 수 있는 은혜를 주신 것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또 “저희가 300명의 교인들 데리고 어디로 가야할 지는 아직은 모르나 페친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린다”며 “교회의 올해 표어가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교회’인데 그대로 우릴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며 “이제 우리는 배에서 나와서 믿음으로 ‘물위를 걷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가주 지역에서도 선한목자장로교회가 PCUSA 교단 탈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한목자장로교회는 PCUSA의 ‘은혜로운 이별’ 정책에 따라 공동의회를 통해 91%의 지지를 얻은 뒤 교단을 탈퇴하고 ECO(복음주의 언약장로회)에 가입한 상태다.

PCUSA 샌개브리엘 노회는 이에 대해 부당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담임목사와 당회를 상대로 교회 재산권 반환요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북가주 지역에서는 새크라멘토 노회에 속한 한인교회 가운데 수도한인장로교회가 교단 탈퇴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달라스의 베다니장로교회는 이미 교단을 탈퇴한 상태이며 뉴욕 지역 동부노회의 필그림교회와 하은교회도 탈퇴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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