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에 어긋나는 ‘겐도’ 할 수 없죠

2015-08-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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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주도의 우상숭배·주일날 경기 안돼”

▶ 공인 7단 김영복 목사 작년 창립 ‘독립’

신앙에 어긋나는 ‘겐도’ 할 수 없죠

광복 70주년 기념일에 전미주검도협회가 주최한 전국 검도대회에서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미국서 첫 ‘전국 검도대회’ 열려

실천을 떠난 믿음은 쓸 데가 없다. 진정한 신앙에는 고민과 순종이 따르게 마련이다. 진짜로 믿고 있느냐가 판가름 난다. 걸핏하면 현실을 탓하지만 사실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신뢰하지 못할 뿐이다.

광복절 7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로스앤젤레스 앤터프라이즈팍 실내 체육관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130여명의 선수들이 바닥을 차고 뛰어올라 죽도를 주고받았다. 거친 숨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투구 안에선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 거렸다. 첫 번째 ‘전국 검도 챔피언십 토너먼트’(National Kumdo Championship Tournamemt)가 열린 것이다.


대회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렸다. 무심코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인 장면이 벌어진 셈이다. 이 자리에 모인 선수와 임원들, 가족과 청중은 국기를 향해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벅찬 감동을 떨칠 수 없었다. 일장기 대신에 성조기와 나란히 걸린 태극기는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미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공식 검도대회는 거의 ‘올US겐도협회’(All United States Kendo Federation)의 이름으로 열려 왔다. 일본계가 주도하는 이 단체는 하와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대부분의 검도 도장을 회원으로 삼고 있다. 일본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하와이에는 하와이겐도협회(HKF)가 따로 세워져 있다.

갈릴리교회 담임이며 갈릴리선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영복 목사는 ‘전미주검도협회’(All State Kumdo Federation)를 지난해 말 설립했다. 김 목사는 한국 검도계에서 이름 석 자를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인 7단의 고수이다. 일본인들이 북미 대륙에 검도를 들여온 이래 한인 검도단체가 창립되기는 처음이다. 언뜻 보면 명칭이 비슷해 보이지만 핵심단어가 바뀌었다. 바로 일본어 ‘겐도’가 아닌 ‘검도’가 당당하게 표기된 것이다.

검도협회에는 캘리포니아, 뉴욕과 뉴저지, 시카고 등지의 한인도장 젊은 사범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백인 회원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날 열린 대회에도 10대 소녀부터 중년의 남성에 이르기까지 백인 선수 30여명이 아이다호를 비롯해 전국에서 출전해 기량을 겨루었다.

“지난해 9월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데 시합을 중지시키더군요. 선수들이 일본어로 기합을 지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전에 없던 일이었죠. 아마 일본의 우경화 바람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모든 용어도 일본어를 사용하지요. 검도란 말도 쓰지 못했어요.”

김 목사는 이번 대회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챙겼다. 예산과 장소 마련, 진행과 마무리, 선수와 내빈 초청 등으로 동분서주했다. 사정이 넉넉하고 준비가 돼서 시작한 일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과 한국 검도의 정체성을 나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일본계 경기와 행사는 모두 주일에 열립니다. 기독교인과 교회는 안중에도 없는 거죠. 한인들도 이제껏 무작정 따라갔던 겁니다. 또 일본계 도장에서는 들어가고 나올 때 반드시 원로의 사진에 머리 숙여 절을 하게 의무화돼 있어요. 검도의 신을 숭배하기도 하죠. 그리스도인이나 한인이 구태여 이럴 필요가 있습니까?”


전미주검도협회는 신앙의 기본을 고수하고 한국 검도의 전통과 자존심을 되찾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리고 이 일에 한인 검도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검도의 근원에 대해서도 김 목사는 한국 자체의 기원이 뚜렷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검도는 신라시대부터 체계화된 겁니다. 머리에 투구, 손목에 토시, 몸통에 갑옷을 입고 훈련한 건 우리가 시작한 거예요. 실제로 목검이 무더기로 발굴되기도 했잖아요. 다만 근대에 이르러 경기화 하는데 일본이 앞선 겁니다. 그러다보니 마치 검도가 일본이 만든 것처럼 오해하는 거죠.”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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