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의 주인은 누구? 오직 그리스도뿐이다

2015-08-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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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지위·지식이 주인노릇하는 현실 안타까워

▶ 장벽 허물고 화해 모색하는 사역 절실한 때

교회의 주인은 누구? 오직 그리스도뿐이다

서울신학대학원 윤철원 교수가 ‘사도행전의 교회’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윤철원 교수 ‘사도행전의 교회’ 특강

“교회의 존재는 만민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이라는 원대한 비전에 근거합니다. 신약성서에는 다양한 교회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정작 복음서에서는 마태복음에만 유일하게 ‘교회’라는 단어가 두 번 언급될 뿐입니다. 복음서보다는 바울 서신과 요한 서신 등이 교회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게 사실입니다.”

교회의 주인은 누구인가. 목사는 물론 아니고, 장로나 교인들도 아니다. 교회를 세우고 운영하며 열매를 맺는 모든 과정의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겉으로는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실상은 애매모호하다. 돈과 지위, 학벌과 지식이 주인 노릇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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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원 교수의 ‘사도행전의 교회’ 특강이 지난 28일 남부개혁신대원에서 열렸다. 윤 교수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의 신약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남가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또 사도행전에서 발견하는 교회의 모습에서 오늘날 기독교와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기독교나 교회 모두 큰 줄거리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부분으로는 예수도, 교회도 제대로 해명하기 곤란하며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성서 줄거리 속에서 전체적으로 묘사되는 교회에 집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행전의 경우 교회는 어떤 모습을 견지해야 하는지 매우 구체적이며 세부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현대 교회는 이러한 원형적 모습에 근거해 새로운 모색을 시도해야 합니다. 젊은이가 떠나고 지도자가 복음의 본질을 저버린다면 그것은 교회라고 말할 수 없죠.”

윤 교수는 한국에서 교회학교가 급속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더 이상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미 30년 전부터 한국교회가 절반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기독교 지도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개교회 중심주의가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게 만들었음을 회개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정직하게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도행전은 교회의 기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사역자가 눈물로 헌신할 때 양떼들의 눈물의 환송을 받는다는 점도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제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선 교회를 교회되게 하거나 사역자를 사역자로 만들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도행전 교회에서 배워야 할 부분은 영적 지도자의 실수와 부족함도 포함된다. 사도 베드로가 하나님의 구원의지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 대목은 그를 여전히 영적으로 성숙해 가야 할 인물로 보게 한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바울 역시 마가를 데리고 가자는 바나바의 제안을 끝내 거부하여 결별하는 모습 속에서 지도자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오늘날 교회 지도자가 추구해야 할 사명을 정리해 제시하기도 했다. 성령의 임재, 생명을 살려내는 사역, 장벽을 허무는 사역, 일치와 화해를 형성하는 사역, 선교하는 사역,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성령과 함께 하는 조직입니다. 성령은 교회와 성도를 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 있지 않게 하죠. 예수님이 걸어갔듯이 교회도 그 걸음을 반복합니다. 미주 한인교회와 한국교회의 걸음도 이와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한 순간도 지체되거나 거역할 수 없는 교회가 지닌 사명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비로소 교회가 됩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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