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실수 피하기 힘들어

2015-07-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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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 오퍼, 지불 가능한 금액만큼만 써야

▶ 홈 인스펙션 과정 제한적, 살아봐야 알아

[밀레니얼 세대 주택 구입 경험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의 내 집 마련이 늘고 있다. 낮은 이자율, 다운페이먼트 인하 조치 등 첫 주택 구입 기회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첫 주택 구입은 즐거운 과정이지만 쉽지는 않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한두 가지 실수를 피해 가기 힘들다. 주변에서 첫 주택을 구입한 이들로부터 실수담을 듣는 것은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금융시장 정보 웹사이트 HSH 닷컴 에디터가 최근 자신의 첫 주택 구입과정에서 겪은 실수담을 소개했다. 부동산 관련 업종 종사자라 완벽한 주택 구입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억나는 아쉬운 점만 10가지가 넘었다. 올해 32세로 갓 결혼한 에디터는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다. 최근 생애 첫 집을 장만한 에디터가 전하는 따끈따끈한 주택 구입 경험담을 들어본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생애 첫 집을 구입하는데 시간이 1년 넘게 걸린 것을 지금 되돌아보니 알게 된다. 부인이 결혼 전 소유한 ‘코압’(co-op)을 팔아야 새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되기 때문에 우선 집을 팔기 위해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했다. 그때가 지난해 5월 중순쯤인데 이때부터 우리 부부의 첫 주택 구입 타이머가 시작된다.

기대보다 바이어들의 반응이 미지근해 집을 파는데 시간이 지연돼 슬슬 걱정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구입하기 위한 집을 처음 보게 됐다. 그러고 나서도 6개월이나 지난 올해 6월 부인 소유의 주택이 팔렸다.


■구입 서명은 번갯불 콩 구워 먹듯

부인 소유 주택을 파는데 예상치 못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첫 주택 구입에 대한 기대감은 꽤 높아졌다. 기대감이 커서였을까?첫 주택구입 계약서에 서명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올해 4월15일로 기억한다. 장모님 생일이었는데 그 주 일요일 여러 채의 매물을 보기로 약속을 이미 잡았다. 그 중 한 채는 우리 부부가 이미 본 집인데 마음에 들어 한 번 더 보기로 한 집이다. 그래서 장모님도 모시고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날 에이전트에게서 다급하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나온 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이미 오퍼가 한 건 제출됐고 셀러 측이 오후 6시까지 오퍼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의 전화를 받은 시각은 오후 5시20분쯤. 이때부터 나와 부인은 머리를 맞대고 오퍼 가격을 정해서 에이전트에게 오퍼 제출을 요청했다.

오후 7시쯤 에이전트에게서 다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셀러 측이 우리 오퍼를 선택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부터 우리 부부의 험난한 첫 주택 구입 여정은 시작된다.


■복수 오퍼, 당사자 될 줄이야


부동산 관련기사를 매일 다루다보니 ‘복수 오퍼’ 현상이 무엇인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복수 오퍼 현상의 당사자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수도 없다.

집을 구입하고 보니 복수 오퍼가 제출됐을 때 오퍼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했지만 경쟁 바이어의 오퍼가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결정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도무지 얼마를 써내야 오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혔다.

부동산 에이전트의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지불 가능한 금액만큼만 써내라는 것. 쉽게 들리지만 집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실행에 옮기기 힘든 조언이다.

우선 셀러 측 리스팅 가격부터 시작해서 가격을 조금씩 올렸을 때 과연 주택 구입 뒤 가계부 부담 없이 지불 가능한지를 따져보라는 조언이었다. 또 한 가지는 구입하려는 주택이 가격을 올렸을 때 과연 그 가격대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셋 중 둘만 괜찮으면 된다

약 30분정도 집을 보고 구입할지, 안 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그런데 에이전트의 말은 다들 그렇게 집을 산다는 것이다. 다만 3가지 조건 중 2가지만 충족되면 구입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에이전트는 덧붙였다.

집 살 때 가장 중요하다는 입지조건, 가격대, 편의시설 중 2가지만 갖추고 있다면 구입 후보군에 포함시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우리 부부가 구입한 집은 우선 당초 예상했던 가격대보다 가격은 낮다. 특히 재산세율이 낮아 구입 뒤에도 비용 부담이 높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집이 위치한 지역은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지역이어서 고민이 필요 없었다. 다만 내부에 수리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살면서 차차 고쳐나가기로 하고 구입을 결정했다.


■홈 인스펙션, 수박 겉핥기에 불과

홈 인스펙션을 하던 날 인스펙터를 마치 강아지처럼 따라다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집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그것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손에 메모지를, 한 손에 펜을 들고 인스펙터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런데 집을 구입하고 입주한 뒤에 보니 그때 열심히 적었던 것들은 문제도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인스펙션의 제한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낡은 전기 배선, 부족한 단열재, 지저분한 굴뚝 상태 등은 홈 인스펙션 만으로 알기 힘들고 살아봐야 발견되는 결함들이었다. 인스펙션 과정이 제한적이라는 것과 함께 인스펙션 비용이 그렇게 비싼지 이번에 알게 됐다.

기본적인 인스펙션을 실시하는데 495달러를 지불했는데 셀러의 공개사항에 따라 오일 탱크(뉴저지 소재 주택)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불안한 마음에 25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 오일탱크 상태를 점검했고 나중에 굴뚝 점검비로 295달러를 또 냈다.


■셀러가 고쳐줄 것이란 생각은 오산

홈 인스펙션 절차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보다 셀러 측 반응이 더욱 놀라웠다. 인스펙션 보고서에 지적된 사항은 셀러가 다 고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을 에이전트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됐다. 셀러 수리항목으로 규정하는 기준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랬지만 인스펙터도 지붕과 보일러 시스템이 너무 오래돼 교체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그런데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셀러 측은 교체나 수리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당장 들어갈 수리비 엄청나

금융시장 정보업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가계 재정관리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10% 다운페이먼트를 통해 모기지 대출을 받고 나머지 자금은 주택 구입 뒤 필요한 리모델링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매물상태를 점검해 보니 수리비 지출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들게 생겼다. 결국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6%로 낮추는 대신 수리비 자금을 조금 더 마련해 둬야 했다. 다운페이먼트 비율 인하로 당초 제시된 이자율이 오르지 않은 것이 그나마 행운이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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